여러 가지 이유로 제법 충동적인 결정으로 구매한 타이베이행 항공권. 그야말로 미쳤다고 떠나는 여행. 비행기가 대만 땅에 내려 다시 이륙하기까지 25시간이다.
그러니 대만에서 처음 맞는 아침이자 곧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는 마지막 아침이 되는 것이다.
그런 탓에 새벽 알람으로 눈을 떴고 오늘의 계획은 심플하다. 아침식사를 하는 것. 그게 끝이다.
왠지 대만의 로망 같은 것이었다. 이른 아침 노점 같은 가게에 앉아 아침식사를 하는 사람들. 나는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그걸 포장해다 근처 공원에 가서 먹을 계획이다. 공원행에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아침 식사 메뉴로 또우장에 요우티아오, 또는 딴삥과 무떡. 두 개의 조합 중에서 하나를 고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럴 땐 둘 다 포장해다 먹으면 그만이다.
11월 말, 어제저녁 공기는 초여름처럼 산뜻했지만 새벽은 아무 온도도 없는 듯 차분했다. 가는 비가 부슬부슬 날리고 있었지만 차도변의 거리는 모두 천장이 덮인 회랑이어서 걸어 다니는데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덕분에 우산도 없이 두 군데의 아침 식당에 들를 수 있었다.
주말이지만 벌써 눈 뜬 사람들은 회랑 아래 1층 식당에서 산 음식을 도로 쪽에 늘어선 테이블에 앉아 먹고 있었다. 쭉 늘어선 길에서 종종 식사를 하거나 줄을 서서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 옆을 지난다.
여행지에서 이른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든지, 일하다 나온 복장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사서 나온다든지 하는 사람들을 볼 때는 조금 알 수 없는 기분이 든다.
또는 호텔 창문으로 내다본 옆 빌딩의 어느 창문에 전등이 켜져 있고 그 안으로 사무용 모니터 불빛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너무도 멀고 특별한 이국에도 누군가가 나처럼 살고 있다. 그냥 평범하다는 건 제법 위안이 된다. 그래서 그 동네 사람들이 갈법한 식당에 가고, 공원이나 동네 주택가를 휘적휘적 걸어 다닐 때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이런 게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그런 마음으로 어느새 거세진 빗줄기를 뚫고 찾아낸 공원 정자에 앉아서 포장해 온 음식 봉지를 열었다. 딴삥과 무떡은 위생봉지에 담아서 그걸 다시 손잡이 있는 비닐봉지에 넣어주었다. 거기에 소스를 직접 뿌리고 나무젓가락을 챙겨가는 반쯤 셀프 시스템.
길고양이 밥 뺏어먹는 것 같은 모양이네. 그래도 비는 도도독 떨어지고 참새가 포로록 옆에 앉았다 금방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