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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선 Feb 09. 2024

몽골. 한국에도 붓다 있어요?

 절을 좋아한다. 하지만 불교 신자는 아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불교에 마음이 가는 무교인이라고 해야 할까. 불교에서 신앙보다는 지혜를 찾는 사람. 유튜브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애청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사람이 제법 있을 것 같다.


 이전에 좋은 인연이 있어 알게 된 노스님이 계신다. 아름다운 정원에 갖가지 꽃이 피는 고요한 절에서 팔순이 가까운 연세에도 스님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다. 나는 때때로 절에 묵으며 목탁과 독경 소리에 귀기울기기도 하고 공양 시간에 일손을 돕기도 하며 마음을 씻고 온다. 고속도로를 타고 약 백 킬로미터. 운전을 싫어하는 내가 차로 가장 멀리까지 가는 곳이다.


  스님께서는 내가 스스로를 불자라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시면 안타까워하시겠지만 불자라고 자처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스님 말씀처럼 내가 전생에 부처님과 인연이 있기는 한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스님께서는 요즘 젊은 여자애가 절에 와서 몸빼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게 신기하기도 하신 모양이지만 나는 내가 어떻게 자꾸만 이런 귀한 인연을 만날 수 있는가 신기하다.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복이라서 그것이 참 감사하면서도 매번 신기한 일이다.


 그렇게 절에 가면 마음이 편안하고 좋아서 나는 여행지에서도 절에 들르는 것을 좋아한다. 법당에 한참 앉아있다 나오기도 하고 경내가 넓은 절이라면 산책하듯 둘러보기도 한다. 해외에서라면 그 나라 사람들이 절에서 어떻게 하는지 바라보는 것도 좋다.

 같은 절이라도 한국과는 다른 모습들이 있다. 몽골에서는 절에 두 번 들렀는데 티베트 불교 사찰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새로웠다. 기둥 하나까지도 화려한 색으로 장식된 데다 부처님의 등 뒤에는 금동으로 된 화려한 광배가 있는 것. 또는 오로지 금속으로 만들어지는 한국의 불상과 달리 천으로 된 옷을 덧입은 부처님의 모습도 낯설다.

티베트 불교에서 쓰이는 여덟까지 상서로운 상징인 팔길상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특히 끝없는 매듭 문양은 게르의 기둥이나 문에도 종종 그려져 있다.

  몽골 스님들은 한쪽 팔을 내놓은 붉은 가사를 걸치고 맨발로 수행하고 있었다. 그 곁을 지나 법당 안쪽의 불전함에 몽골 돈으로 작은 지폐를 넣고 합장한다. 완전한 무교인인 일행도 나를 보고 함께 따라 하니 뒤에 서 계시던 우리 가이드님이 나에게 물으신다.

 "한국에도 붓다 있어요?"


 어떤 법당에는 절을 할 자리가 없었고 어떤 법당은 사람이 너무 많았다. 좀 넓은 자리가 있는 곳에서는 한국인 관광객 아저씨가 절을 하길래 나도 얼른 따라 절했다. 절에 오면 제일 먼저 부처님께 인사를 드려야 한다는 말씀이 나에게는 첫 불교 공부였다.

 가이드님은 절을 하는 내 뒷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주시기까지 했다. 우리는 서로 먼 타국에도 부처님이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고 있었던 것 같다. 가이드님은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했다.

 "그렇지. 붓다는 어디서나 똑같아."


 그래서 내가 어디서든 절에 가고 싶나 보다. 멀리 떠나와도 돌아갈 곳과 이어져있는 것이 안심이 되니까. 여행이 즐거운 것은 결국 다시 돌아갈 마이 스위트 홈이 있어서다.

 스님께서 말씀하셨었다. 절에는 울이 없고 담이 없으니 여기까지 못 올 때는 근처에서 어느 절에나 가도 된다고. 어디 먼 곳에 가 있어도 문을 열고 반겨주는 곳이 있다는 건 꽤 든든하다. 부처님은 똑같은 부처님이라서 먼 타국에조차도 나를 품어주시리라는 안도감. 절이 내 마음의 베이스캠프였나 보다.



일본에서 절에 간 이야기 : 일본, 사실은 아무래도 좋아요


몽골 여행 더 많은 이야기 : [브런치북] 몽골, 잠시만 머물렀다 가세요.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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