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계속 기르기만 했더니 머리카락 끝도 상해서 엉키는데다 무겁고 답답하길래 다듬어달라고 했더니 가볍게 숱을 쳐줬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들 머리카락처럼 포슬포슬한 상태가 되었다.
원래도 미용실에 자주 가는 편은 아니었지만 머리에 수술 흉터가 생긴 이후로는 더 멀리하게 되었다.
오른쪽 눈썹 위부터 가로로 뒤통수까지, 그리고 그 가운데서부터 세로로 관자놀이까지. T자로 머리를 열었던 커다란 흉터가 생겼고 뒤통수 여기저기에도 동그란 자국이 남았다. 수술 중에 머리가 움직이지 않게 고정해두었던 자리라고 듣기는 했는데 대체 머리에 뭘 어떻게 박아놨었던 건지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면 항상 무슨 친절인지 여기에 땜빵 있어요- 하고 알려준다. 왠지 항변하고 싶어서 알아요, 수술 흉터에요- 하면 그때부터는 왜 수술을 했는지부터 묻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우리 어머니도 무슨 병이 있어서 안다는 얘기까지 갔다가 멋대로 위로에 응원까지 해준다.
그저 일하는 중에 하는 평범한 대화겠지만 나는 왠지 그 대화에 끌려가며 지치고 만다. 미용실이든 택시든 그런 대화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성격 탓이기도 하다.
나올 때쯤엔 진이 빠져서 다음부터는 그냥 원형탈모인 걸로 할까 싶다가도, 그것마저 지쳐서 그냥 미용실에 오지 말하야지 하고 마는 것이다.
오늘은 몇년 만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미용사를 만나서 가벼워진 머리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계산을 하고 나왔다.
동네 미용실 치고는 비싼 가격이었지만 다시 올 것 같다.
나 혼자서 멀어졌던 미용실과 화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