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어
어떤 상황에서는 굉장히 둔하지만
대부분 예민한 나는 임신을 하고 감정기복에
신경을 많이 썼다. 갑작스러운 변화니까
감정이 널뛸 수 있어. 마음을 잘 챙기자.
임신 전에 한 차례 감정의 소용돌이를
거친 덕분인지 생각보다 훨씬 더
마음의 평화를 지키며 일주일을 지낼 수 있었다.
대부분의 감정은 내가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고 잠잠하고 고요했다.
그런데 어제 단골치과에 스케일링을 하러
다녀왔다가 마음 찝찝한 일이 있었다.
임신 초기여서 엑스레이는 안 찍겠다고 말했는데
병원 내의 의사소통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구강 엑스레이를 찍었다.
엑스레이 찍기 전에
“찍어도 되나요?”라고 한번 더 되물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얼레벌레 찍게 되었다.
더 강경하게 주장을 피력하지 못했다는 것을
괜히 후회하고 임신 초기에 엑스레이를 찍어도
정말 괜찮냐고 되물었을 때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과가 아닌 극소량이라 괜찮다.
변명부터 늘어놓는 치위생사 선생님한테 화가 났다. 의사 선생님도 데스크 선생님도 다시 한번
정말 소량의 방사선이니 괜찮다고 말해줬는데
반복해서 너도나도 나서주는 게
괜히 찝찝하고 검진 차트에 있는
“임신 초기라 엑스레이는 찍지 않기로 함”
이라는 문구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치위생사 선생님은 스케일링이 끝나고
“괜히 찝찝하시겠어요. 저 때문에 죄송해요”
라고 계속 말했는데 원망스러운 감정이
연해 지지 않아서 도저히 “괜찮아요”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겨우 대답을 생각한 게
“어쩔 수 없죠.. “ 였다. 내내 뚱한 표정이었다.
성숙하지 못했다. 어제의 내 모습 참 별로였다.
하루가 지난 지금 현명하게 대처하려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 같다.
“어쩔 수 없죠, 신경 쓰면 더 스트레스받을 거예요~ 이미 일어난 일이니 우리 마음 쓰지 말죠. 별일 없을 거예요. “
유념하자. 앞으로도 임신기간 동안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타인에게도 나에게도 다정하게 대하는 연습을 하자. 너그러운 마음가짐을 장착하자.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