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사랑한다는 말을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랑해'라는 말은 왜 어려울까. 특히 그 말을 가까운 타인에게 건네는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괜한 부끄러움에 몸서리친다. 나 역시 가족이나 지인들을 마음 깊숙이 사랑하지만 그 표현만큼은 쉽지 않아서 '애정 한다'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같은 뜻이지만, 애정 한다는 표현은 그리 민망하지 않다.
연애를 할 때의 나는 다른 의미로 '사랑해'라는 말을 쉽게 하지 않는다. 분명한 건 하지 않는 것이지, 못 하는 게 아니다. 어쩌면 아낀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러나 상대는 내 입에서 또는 문자에서 ‘사랑해’라는 말이 나오길 원할 것이고, 그 말을 꺼내야 하는 타이밍은 잦게 찾아올 것이 분명하다.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무시무시한 구호가 있듯, 방송작가로 일을 하면서 불가능한 일을 해내야 하는 순간들을 꽤 자주 마주한다. 그런 순간들이 닥쳤을 때 내가 선택하는 방법은 최대한 비슷한 차선책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는 것이다. 이 습관은 연애를 할 때도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사랑해'라는 말을 나름의 암호화를 시켜 말하는 것처럼.
상대는 내 입에서 나오는 '사랑해'라는 말을 통해 두 가지를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의 관계는 여전히 끈끈하다는 것과 내가 아직도 당신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 그 두 가지를 느낄 수만 있게 해 준다면 굳이 나는 사랑한다는 표현을 밥 먹듯이 하지 않아도 되므로 표현하는 방식을 조금만 바꾸자는 것이다.
'사랑해'라는 말 대신 둘만의 언어로 애정표현을 주고받는 것이 더 아슬아슬하고 애틋하다는 걸 느끼게 해 주면, 상대방은 마치 들키면 안 되는 사내 연애를 하듯 어느새 그 상황을 즐기게 된다. 하지만 대놓고 우리의 암호는 이거야!라고 말하는 건 너무 재미없으니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물들어가는 쪽이었으면 한다.
미드 속 여자 주인공이 ‘나는 너를 늑대해.’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부디 내 암호를 눈치채고,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나도 너를 늑대해. 내가 더 늑대해.’라고 말해주던 남자 주인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