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스키 Aug 01. 2023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는 말

"저때가 참 좋을 땐데"


두 살 아기와 산책하다 보면 자주 듣는 말. "그때가 참 좋았을 때지". 특히 할머니들이 지나가며 한 마디씩 던지는 흔한 말이다. 행복하게 잘 키우시라는 말도. 생각보다 아이를 키우던 그때를 가장 그리워하는 어르신들이 많다는 것은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우리 부모님들도 그런 말씀을 하셨었다. 인생에서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지 생각해 보면 우리가 어렸던 그 시절이라고. 당신께서 어렸던 시절이 아니라, 자식이 어리고 나도 젊었던 그때가 참 좋았었다고. 그때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풍요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시절이 그리운 것은 진심이 담긴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할머니들은 '그때가 가장 좋을 때다'면서도 '그때는 힘들었지만'이란 말도 덧붙인다. 지난 세대의 힘듦을 지금과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아이 키우는 일이 어느 때고 쉽고 편한 일은 아니다. <백 년을 살아보니>를 쓴 김형석 선생님은 '사랑이 있는 고생이 행복이다.'는 말씀을 하셨다. 돌아보니 사랑이 있었던 시절, 힘들었어도 그때가 행복한 시절이었다는 말이다. 지나가는 할머니가 했던 바로 그 말이다. 


힘들긴 해도 아기를 키우며 커가는 모습에 감동하고 때로 힘들어 울고, 책임감이 차오르고. 어린아이를 키우는 시절은 인간의 삶 속에서 가장 완벽한 행복의 모습을 하고 있는 인생장면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사랑스러운 존재를 키우며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소중한 날들.


다시 돌아가도 내 아이 


타임슬립 드라마 <고백부부>, <아는 와이프>에서는 전투적으로 싸우던 부부가 20대가 된다.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상황으로 돌아가는 데도 결국 스스로 전투적인 현실로 다시 돌아온다. 두 이야기 속에서 같은 선택을 하는 같은 이유는 바로 귀여운 아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딱 고만한 아이가 딱 태어나기 전까지는 몰랐다. 다른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니 그런가 보다 하는 정도였다. 아이를 보니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완전히 이해된다. 세상 살이 무게를 더해주지만 세상 두려울 것 없게 만들어주는 힘. 우리 애기.


아기, 세상 하나밖에 없는 귀한 존재는 지금을 감사하게 만든다. 인생이 한 가지 모습으로 빚어지기 위해 얼마나 많은 우연 같은 기적이 겹쳐있는가. 그런 아이의 부모가 된 나는 얼마나 많은 기적을 쌓아왔는가.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 시간을 살 수 있었다는 것과, 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된다. 이 기적이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당연히 다시 돌아오기를 선택할 것이다.


부모 없이는 살아져도, 자식 없이는 못 살아


네 자식이 있는 미래로 돌아가라는 엄마의 말, 드라마 속 대사다. <고백부부> 작가는 귀여운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임이 틀림없다. 내가 없이도 살아지는 녀석일 테지만, 이 놈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면 그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평행우주니 타임머신이니 현대물리학과 공상과학이 아무리 떠들어도 내 자식이 있는 이 세상이 최고이고 우리 아들이 최고다. 지금 내 인생이 최고란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우리 아드님은 옆에서 칭얼대고, 놀고 있는데 놀아달라고 하고, 잠도 잘 못 들게 한다. 그럼에도 확실히 알고 있는 나의 미래는, '지금이 좋았더라'라고 언젠가 먼 훗날 그때 말하게 될 거라는 사실이다. 학창 시절에, 대학 시절에, 여행 다닐 때. '그때가 좋을 때다'는 말을 들어봤었다. 어르신들이 그 말을 할 때 느껴지는 진심의 강도는, 육아하면서 듣는 지금이 더 세다. 


그때가 좋았더라는 말을 하기 위해 지금을 희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생스럽지만 자주, 인생이 참 좋다는 느낌이 든다. 그 좋다는 시절을 살게 해 준 우리 아기는 정말 인생의 보물이다. 하루하루가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태어난 것도, 이 아기가 태어나준 것도.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나의 우주. 


'그때가 좋을 때다'라고 하신 할머니도 당신의 그때를 떠올리면서 행복하실 거다. 내 새끼라는 존재의 기억이 남아 있는 한, 내가 사는 우주는 어떤 지금이라도 언제나 좋을 것이다. 



이전 08화 우리 애가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