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눈이 왔지만, 이제 겨울 끝자락에 와 있는 것 같다. 흰 눈에 어울리는 하얀 호빵. 호호 불며 먹어서 호빵이라는 이름을 붙였나 보다. 겨울도 끝나가니 호빵, 쪄서 먹는 단팥빵(이후 찐빵)을 더 먹지는 않을 것 같지만, 냉장고에 남아 있던 찐빵을 먹으며 한번은 이 빵에 관해 써야 할 것 같아 노트북을 연다.
나는 팥을 무척 좋아한다.
여름에는 팥빙수와 팥이 들어가 있는 빙과를, 봄 가을에는 오가다 만나는 단팥 도너츠와 제과점 단팥빵이나 혹 직접 빚어서 파는 만두가게에서 파는 단팥빵을, 겨울에는 단팥죽과 호빵이라고도 불리는 따뜻하게 쪄서 먹는 찐빵 단팥빵을 즐겨 먹는다. 그리고... 백미는 붕어빵.
찐빵은 겨울이면 한 번은 사서 먹곤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찐빵 찜기가 동네 수퍼나 편의점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서너 개 들어 있는 한 봉지 사와서 한 번은 쪄서 먹고 나머지는 깜박하곤 한다. 이번에도 냉장고에서 발견하고는 앗 이게 있었지, 부랴부랴 전자렌지에, 또 맛이 덜해서 이번엔 찜기에 쪄서 먹었다.
내가 필요한 건 따끈따끈한 단팥이 가득 들어있는 찐빵 하나. 그런데, 내가 살 수 있는 건 쪄야 하는 단팥빵 네 개. 같이 오는 건 비닐 그리고 그 안에 플라스틱 용기.
찐빵에게로 가는 길
포장 탐구 시간 :
겉포장 비닐 : pp
속 용기 : pp
찐빵 + 종이
다행인 것은 플라스틱 용기와 비닐 봉투가 같은 재질 '플라스틱 pp'이다. 그래도 플라스틱 용기는 없는 게 나을 것 같지만 말이다.
올해 붕어빵 수레를 많이 보지 못했다.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니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분명히 매출 감소가 있었을 것이다. 대신 찐빵이라도...해서 사 먹었는데 또 플라스틱의 개입을 받고야 말았다.
생산하는 측의 입장에서는 밀가루가 붙지 않도록 분리와 지지대 역할도 하는 이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할 터. 역시 이해는 하지만, 되도록 사먹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붕어빵이나 만두 가게에서 만드는 찐빵을.
이 대기업의 상품화된 찐빵은 분리 수거가 필요하고 찐빵에 붙어있는 종이는 떼어내서 종량제 봉투에 넣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만두 가게의 찐빵은 플라스틱의 개입을 피할 수 있다.
특히 붕어빵은 다 먹고 나면 종이 봉투 달랑 하나 남는데 이것도 분리 수거 가능한 종이봉투에 넣어주면 재활용이 된다. 한마디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또동네 수퍼나 편의점에서 따뜻한 스팀 머금은 단팥빵 하나 사서 냅킨 하나 집어 감싸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에 먹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심플함.
코로나 사태로 올해는 사람들이 거리에 돌아 다니지 않은 여파로붕어빵 수레가 귀해졌다고 뉴스에서 들었다. 붕어빵 파는 곳 알려주는 앱까지 등장했다고.... 없어서 더 아쉬운 붕어빵의 빛나는 존재감.
인간의 관점에서도, 지구 관점에서도 우호적인 붕어빵은 다시 생각해봐도 대단한 제로웨이스트의 화신(a.k.a. 버릴 것 1도 안나오는 가성비 최고의, 마음 훈훈한 간식-음식)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