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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실리아 Jan 23. 2020

프롤로그 - 엄마아빠와의 따뜻한 기억을 기록해보려 한다

엄빠는 기억하지 못할 이야기

초등학교 4학년 땐가. 소풍 때 매번 김밥을 싸갔는데, 샌드위치를 싸온 친구가 부러워졌다.

소풍 전 날 엄마한테 '나 내일 김밥도 싸가고, 샌드위치도 싸갈래'라고 하자 엄마가 아침에 두 개 다 하기 힘드니, 하나만 고르라고 하셨다.

한참을 고민 후 뭘 결정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다음  소풍 가서 신나는 마음에 가방을 열어보니 김밥도 있고, 샌드위치도 있었다.

두 개를 다 먹었는지, 하나를 남겨갔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가방에서 김밥과 샌드위치를 동시에 발견하고 좋으면서도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두 개 다 먹고 싶다고 하는데 하나만 싸주기 마음에 걸렸던 게 분명하다.



일곱 살 때 엄마가 '올해는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 뭐 받고 싶어?' 묻길래 크레파스라고 답하곤 옆 집에 가서 놀았다. 옆집 엄마도 친구한테 같은 질문을 했는데 친구는 병원놀이라고 했다.

집으로 부랴부랴 가서 '엄마 나도 병원놀이 받고 싶어'라고 외쳤다.


그 해 유치원 산타할아버지 행사 때 선물을 하나씩 받고, 행사가 종료됐는데 선생님이 '어? 하나가 왜 남지? OO이는 아까 받았는데 왜 OO이 이름으로 선물이 하나 더 있지?'라고 하시며 나에게 주셨다.

선물 두 개를 뜯어보니 하나는 크레파스였고, 하나는 병원놀이였다.





엄마 아빠에게 받았던 따뜻한 기억을 기록해보려 한다.


성장과정에서 엄마아빠가 늘 좋았던 것만은 아니고, 특히 아빠와는 정말 안 맞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나는 우리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자주 생각하곤 한다.


난 아빠의 여러 가지 모습 중 싫었던 점을 유난히 크게 받아들이며 '그런 남자랑 결혼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다. 남편은 내가 싫어하는 아빠의 모습은 전혀 없지만, 남편의 또 다른 점(아쉬운 점)에서 아빠가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있다.



아빠와의 갈등이 컸던 대학 시절, 문예창작과 수업을 들으며 아빠의 싫은 점을 글로 남긴 적이 있었다. 하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아빠와의 갈등이 해소되는 느낌이 아니라, 오히려 트라우마처럼 자리 잡는 걸 느꼈다.


돌이켜보니 아빠와의 따뜻한 기억이 정말 많다.

언제나 따뜻했던 엄마, 그리고 서툴렀지만 따뜻했던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기록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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