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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월 moon May 16. 2024

침대는 잠만 자는 곳이 아니다

#꿈꾸다 #꿈 #글쓰기의태도 #에릭메이젤

"꿈을 꾸기 위해 세련된 작업실을 마련할 필요는 없다. 꿈이란 침대에 누워있든 오렌지 나무 밑에 앉아 있든, 호수를 바라보고 있든, 커튼을 친 책상 앞에 조용히 앉아 있든, 상관없이 갑자기 제 스스로 완벽한 모습을 갖춘 채 우리를 찾아오기 마련이다. 

꿈은 재즈가 잔잔히 흐르는 거실의 소파에서도, 시끌벅적한 카페에서도 우리를 찾아온다. 무엇보다 꿈은 우리가 잠을 잘 때 찾아온다. 꿈과 함께 좋은 아이디어도 오고 판타지도 오고, 완벽한 챕터들도 온다.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물리적 공간은 베개에 누인 머릿속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잘 닫은 커튼 혹은 동무가 되어 줄 은은한 달빛이면 족하다." 


-p.73


나에게 침대는 '잠자는 곳'이라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 일과 중에 (아프지 않고서야) 다시 침대에 눕는 일은 잘 없다. 아, 주로 소파에 눕는구나. (하루에 몇 번은 누웠던 것 같은데 침대가 아니었을 뿐. 하하하)

집순이인 나는 아침에 침대를 떠나서 주로 거실 소파와 식탁을 무대 삼아 지낸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독서 수업 때문에 우리 집 문간방에 큰 책상을 하나 들였는데, 여기도 주 무대 중 하나다.


아이들과 독서 수업을 할 때마다 새로운 세상을 보는 기분이다. 특히 중1 여자친구와 하는 수업이 그렇다. 요즘 중학생들 책 많이 안보는 줄 알았는데, 이 친구는 꾸준히 책을 읽어와서 이것저것 책 이야기를 의식의 흐름에 따라 늘어놓는다. 

'책수다'를 매우 사랑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라 이 친구의 말 끝마다 적당히 리액션을 해주면서 한참을 듣는데, 주로 내가 생각한 수업 목표와는 아주 멀리 떨어져 버리지만, 그 역시도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 된다. 할 수만 있다면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쓰면서 늙어가고 싶다. 그리고 동네에 작은 책방을 열어 (초, 중학교 앞에) 책방 할머니가 되고 싶다. 나에게는 정말 달콤한 꿈인데, 오늘 필사한 내용처럼, 내가 있는 장소나 나의 형편과는 상관없이 올해 봄에 이렇게 갑자기 제 스스로 찾아왔다.

하루 한 번, 잠깐씩 먹는 간식 같은 나의 꿈. 꿈과 함께 찾아올 좋은 아이디어, 판타지, 완벽한 챕터들도 기다려본다. 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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