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이니까>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먼저 나눠야겠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런던살이 19년 차이며 홍콩과 런던을 오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생계를 이어가는 11년 차 승무원 김라희라고 합니다. 동네방네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다. (아니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스스로 소문을 내고 다니는 말하는 걸 좋아하지만 입은 무거운 의리파입니다. 사 십년을 살아내고서야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낸 늦된 사람이기도 하죠.
제 글쓰기의 시작은 백일 글쓰기라는 온라인 글쓰기 카페에 가입하면서부터였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닥쳐 어떻게 하루하루를 밀고 나가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 글을 써 보자! 글로 이 막막함을 밀어 내보자 하며 백일 마감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2020년부터 연 초마다 해오던 일이기에 매일 어떤 글이라도 써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감당하는 일이 어렵지는 않았죠. 어떤 글이라도 써내면 함께 글 쓰는 글친구들의 글을 읽는 재미가 더 컸거든요.
하지만 어떤 부담감, 그러니까 매일 진중한 글을 써 내려가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은 꽤 크더라고요. 글 쓰는 일에 왜 그런 부담감을 부여했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글이 되어 남는 시간, 마음, 생각이라 여기니 괜히 더 조심스러워지는 건 당연한 일이더군요. 그렇게 글에 대한 책임감이 조금씩 매일 더해지니 글 쓰는 마음이 처음처럼 즐겁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주일에 단 하루만큼은 쓰고 싶은 말을 문장의 옳고 그름은 내려두고 조곤조곤 수다하듯 내어보자 했어요. 그렇게 매주 토요일을 채우다 보니 이상한 마음이 들었어요.
압력 밥솥 수증기가 빠져나가듯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 눌려진 압박, 스트레스, 부담스러움 등이 뾰오옥하고 날아가는 듯했어요. 백일 글쓰기의 마감일은 이제 모두 끝이 났습니다. 매주 쓰던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의 연재도 그곳에서는 끝을 맺었죠. 하지만 그 토요일을 글로 남긴 수다스러운 말들은 놓고 싶지 않아 졌습니다. 더 많은 독자분들과 이 향기로운 발산을 함께 하고 싶어 졌어요. 부드러운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토요일의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손이 할 수 있는 가장 어여쁜 역할은 누군가를 어루만지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글 쓰는 날을 통해 한 주간 열렬히 살아오신 독자분들의 고단함을 어루만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항상 갖습니다. <오늘은 토요일이니까>는 그런 바람이 담긴 에세이입니다. 늦은 밤 라디오 속 디데이가 나누는 조곤조곤한 수다처럼 일상 속 이야기를 격식 없이 나누려 합니다. 자신의 일상은 잠시 접어두고 유리창 너머 풍경을 바라보듯 마음의 휴식을 얻어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할 힘을 얻어가시길 바랄게요. 타인의 일상을 바라보며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자신의 일상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면 더욱 좋고요. 토요일에 적어 내려가는 조곤조곤 글수다 이제 시작합니다.
여기까지 와주셔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