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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Jul 09. 2019

15. 베를린 7월에 코트를 꺼내 입는다

추워진 베를린 날씨가 미친 영향  

쌀쌀한 게 아닙니다, 추워요!

쉽게 추워지는 몸이다. 추운 날씨에는 온몸을 꽁꽁 싸매고 다녀도 춥다.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슬오슬 춥고 떨리며 몸이 자주 경직된다. 원체 소화가 안 되는 몸인데 차가운 온도는 소화를 더욱 늦춰서 온몸이 힘든 겨울날. 겨우겨우 겨울을 지나서 이제 더운 날을 맞이하여 한참 적응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겨울처럼 추워지다니 몸도 마음도 당황스럽다.


다음 주는 다시 여름이길 기대해본다 ⓒ 네이버 날씨 검색
당황스러운 20도가 넘는 기온 차이

지난 6월 26일 베를린은 분명 39도까지 올라가 난리였다. 베를린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더워서 숨이 막힌다고 헉헉거렸고 앞으로 여름을 어떻게 지내야 할지 걱정을 했던 기억이 아른거린다. 7월 1일부터 서서히 기온이 떨어지더니 급기야 17도로 그리고 저녁이 되면 기온은 더 떨어졌다. 무려 22도 차이가 아닌가! 이게 말이 되나 싶었지만 칼바람만큼 차가운 현실이다. 처음에는 하루만 지나면 다시 더워지겠거니 싶어서 더운 것도 힘든데 이렇게 쌀쌀한 것도 괜찮은 거 같다며 좋아했다. 무더운 날씨에 에어컨 바람 쐬며 이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었거든. 근데 일주일이 지난 지금은 한겨울에 반소매 입고 바깥을 돌아다니는 느낌이다. 이제 제발 여름을 돌려줬으면 좋겠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니 몸 상태도 오락가락해서 하루는 소화제 하루는 몸살감기약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원래 베를린 날씨가 이런 건가 아니면 이번이 유난인 걸까.


분명 더워서 차가운 걸 보면 그렇게 반가웠는데
당분간 필요 없을 거라며 유일하게 가져온 코트를 7월까지 입고 있다
비도 오고 바람도 불고 하늘은 회색이다 

날씨가 이러하니 초여름인 지금 벌써부터 베를린 겨울이 두려워진다. 여름에 잠시 들린 겨울도 이 정도인데 본격적으로 겨울이 오면 대체 어느 정도 일지 가늠하기도 싫다. 아침에 일어나 눈을 살짝 떴지만 온 몸에 한기가 서려 쉽게 이불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겨우 눈을 뜨니 아직 해가 나지 않고 하늘은 회색 빛깔이다. 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는 바람에 세차게 흔들거린다. 여름 하늘이 아니다.   


같은 시간대에 다른 하늘
그래서 생각나는 칼국수 

찰옥수수는 지금도 먹고 싶지만, 한식 중에 먹고 싶은 게 있느냐고 물어보면 딱히 떠오르는 게 없을 만큼 나는 한식 없이도 해외에서 잘 먹고 있었다. 자연이 흘러가는 대로 39도까지 높아진 기온에도 몸이 지치긴 했지만, 마음은 건강했다. 원래 7월은 더운 날이니까 여름을 어떻게 잘 보내야 할지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뒤죽박죽 된 것 같은 날씨는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은 몸만 춥게 만든 게 아니었고 마음마저 꽁꽁 얼어붙게 한다. 이내 마음을 녹여줄 뜨끈한 국물이 생각난다, 이 혼란을 조금이라도 잘 넘겨보려는 듯이.


엄마가 어릴 적부터 질릴 만큼 자주 해준 탓에 커서는 국수를 잘 먹지 않았다. 유난히 국수 종류를 좋아하는 엄마는 국수를 삶고 물에 설탕만 넣어준 적도 있다. 어릴 때는 엄마 취향대로 먹었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는지 아니면 질렸는지 어느 순간 국수가 더는 먹기 싫었다. 근데 이상한 베를린 날씨 탓인지 질려버린 국수가 떠오른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그렇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팥칼국수가 먹고 싶어 꿈에서까지 나온다. 후루룩 짭짭. 엄마랑 시장에서 장을 보고 마지막에 팥칼국수와 파전을 먹던 시장 냄새가 왜 나는지, 울컥한다. 혼란스러운 날씨가 지나가고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 여름은 원래 더운 날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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