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 보내는, 서울 20억 자가, 병원장 사모님 미쎄쓰 킴!
“애미야. 아범 신경 좀 써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너넨 부부잖니. 네가 챙겨야지 누가 챙기겠니.”
“네. 심려 끼쳐 드려서 여러모로 죄송해요.”
“에휴 아니다. 나도 잘 챙겼어야지. 너도 애 교육 때문에 혼자 떨어져서 고생 많을텐데.”
“죄송합니다…”
“이게 뭐 누구 잘못이겠니… 거기가 그렇게 유준이한테 좋은 환경이라면야….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더 자주 연락하고 아범 잘 챙길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아유, 아니다. 죄송합니다 소리 들으려고 전화한 게 아니야. 하여튼 나도 아범 혼자 있을 때 잘 들여다볼 테니, 너도 좀만 더 신경 써줘. 바쁜데 시간 너무 많이 뺏은 거 아닌지 모르겠다. 들어가라.”
“네, 어머니. 들어가세요.”
아침부터 김 여사는 시어머니의 전화에 힘이 쭈욱 빠졌다. 지난 주말, 김 여사의 남편이 병원에 바쁜 일이 있다고 제주에 내려오지 않았었는데, 사실은 그동안 감기 몸살을 크게 앓았던 모양이었다. 남편 딴에는 가족들에게 걱정 끼치지 않으려고 숨긴 듯했으나, 우연히 남편이 혼자 살고 있는 서울집에 반찬을 채워주러 갔던 시어머니가 혼자 끙끙 앓고 있던 남편을 보고 화들짝 놀라시면서 남편의 몸살은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돼버렸다.. 시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쿨시트를 이마에 붙이고 열이 펄펄 끓는 모습을 보며 속이 많이 상하셨던 듯했다.
당연히 그 일은 제주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김 여사에게로 전해졌고, 그 때문에 김 여사는 월요일 아침부터 시어머니의 잔소리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꽤 합리적이고, 평소 김 여사를 많이 이해해 주는 편이셨던 시어머니셨지만 이번 일만큼은 많이 놀라셨으리라. 김 여사 역시 놀란 데다가 남편에게 너무 미안해 주말 동안 남편의 연락만 철석같이 믿고 좀 더 세심히 살피지 못했던 자신을 탓했다. 다행히 남편은 시어머니의 간병 덕에 많이 괜찮아져서 좋은 컨디션으로 오늘 출근까지 잘했다.
이럴 때마다 김 여사는 아이 교육 때문에 제주에 내려왔고, 자신도 여기에서 혼자 아이와 둘이서만 지내며 겪을 거, 못 겪을 거 다 겪으며 힘들게 살고 있음에도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는 죄책감 때문에 힘들었다.
‘올라가야 하나…. 어머님 말씀대로 부부가 이렇게 따로 오래 사는 것도 좋지는 않지…’
3대가 덕을 쌓아야 된다는 주말 부부를 3년 넘게 하고 있는 김 여사 부부지만, 역시 부부는 살을 맞대고 살아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도 알 듯했다. 어느덧, 혼자 지내는 데에 점점 익숙해져 남편과 함께 침대에 눕는 게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김 여사는 자신을 책망했다.
‘이러면 안 돼! 남편이잖아. 남편을 불편해하는 게 말이 돼?‘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와 둘이 살며, 혼자 방 쓰는 데에 점차 익숙해지는 게 어쩔 수 없는 그녀였다.
김 여사는 울적한 마음과 함께 드는 잡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청소를 하기로 했다. 이럴 때는 몸을 움직이며 생산적인 일을 해야 했다. 한때 청소광 브라이언을 보고 따라 샀던 다이슨 청소기로 김 여사는 구석구석 청소하기 시작했다.
두 명밖에 안 사는 집인데도 어쩜 매일 청소해도, 이렇게 머리카락과 뽀얀 먼지가 바닥에 가득한지 의문이었다. 김 여사는 청소기가 초록색 불빛을 내뿜을 때마다 보이는 바닥에 가득한 먼지와 과자 부스러기들에 한숨을 푹푹 쉬었다.
김 여사는 에어팟으로 파워풀한 제니의 노래를 노동요로 들으며 자신이 제니에게 빙의라도 된 듯 치명적인 표정과 몸짓으로 청소기를 밀었다. 기분을 업 시키기 위한 그녀의 발악이었다. 언뜻 까만 티비 화면에 비친 자신이 너무나도 치명적이라고 느낀 김 여사는 아예 청소기까지 끄고 멈춰 서서 제니의 춤을 따라 하고 있었다.
“Like Jennie, Jennie, Jennie, Jennie Jennie, Jennie, Jennie, Jennie But Have you ever met?”
생각보다 유연하게 잘 따라 추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감탄하던 차, 갑자기 김 여사의 에어팟에 전화수신음이 들렸다.
‘에이, 리듬 다 끊겼네. 누구야? 또 시어머니?‘
“아론 엄마, 아론 엄마님의 전화입니다. “
에어팟이 김 여사에게 알려준 전화 발신자는 월요일 이른 아침 시어머니의 전화만큼이나 무척 뜻밖이었다.
‘아론 엄마? 아론 엄마가 무슨 일이지?‘
김 여사와 조슈아가 제주로 둘이 내려왔던 3년 전, 그러니까 조슈아가 1학년으로 국제학교 초등부로 처음 입학했을 때였다. 조슈아 말고도 그 당시 조슈아 반에는 제주로 처음 내려온 친구들이 4명 더 있었다. 한 반에 조슈아까지 총 5명이나 처음 제주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은 이미 제주에서 아이를 학교 보내고 있는 지인들이 있었다.
‘하…. 나만 아는 사람 없는 건가…’
그런데 안 그래도 낯선 제주에 남편 없이 내려와 외로움과 막막함이 앞서던 김 여사애개 구세주처럼 그녀와 딱 같은 처지의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아론 엄마였다.
아론도 조슈아처럼 외동이었고, 아론 엄마도 서울에서 일하는 남편 때문에 혼자 제주로 내려왔다고 했다. 게다가 그녀도 김 여사처럼 다른 엄마들처럼 제주에 먼저 내려와 적응하고 있던 아는 사람이 없었다. 둘은 오로지 아이를 제주 국제학교에 보내기 위해, 서울에서의 모든 삶의 터전을 포기하고 제주로 왔다는 공통점으로 당시 꽤나 가까워졌다.
안타깝게도 아론과 조슈아는 서로 성향이 맞지 않아, 아이들끼리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김 여사와 아론 엄마는 가까웠다. 친한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가 혹시 꿈은 아니었을까 싶지만, 그 당시에 김 여사는 아론 엄마랑 무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만나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곤 했다. (티모시 엄마 사건 이후로 김 여사는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없다!)
아마도 두 사람이 잘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의 선을 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을 넘지 않으니 확 친해지지도 못했다. 김 여사와 아론 엄마는 그렇게 아이들이 다른 반이 되고부터는 서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둘은 야속하게도, 1학년 이후로 한 번도 같은 반이 되지 못했고, 아론 엄마와의 기억은 이제 김 여사의 그저 먼 추억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그 아론 엄마가 거의 2년 만에 김 여사에게 전화를 건 것이다!
김 여사는 청소기를 내려놓고 소파로 달려가 앉았다.
“흠흠!!”
그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
“아론 어머님! 진짜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죠?”
“네, 조슈아 어머님도 잘 지내셨죠?”
아론 엄마의 목소리는 2년 전 기억 그대로 차분하고, 교양 있었다. 김 여사가 아론 엄마를 좋아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녀의 차분함 때문이었다. 제주로 내려오기 전, 서울에서 국제학교 엄마들을 생각했을 때 막연히 떠오르던 이미지 ‘우아하면서도, 서두르지 않고 여유 넘치는 기품 있는 엄마‘의 형상화가 바로 그녀, 아론 엄마였다. (지금, 김 여사는 국제학교 엄마들도 보통 엄마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녀와 있으면 김 여사 자신도 마치 자신이 생각했던 그 이미지 그대로 그렇게 되는 것 같아 그녀는 아론 엄마와의 시간을 즐겼었다.
아론 엄마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다음 학기부터 서울로 올라가게 됐어요. 제가 그래도 제주 와서 정 붙이며 견뎠던 이유 중 하나가 조슈아 어머님 덕이었는데… 뵌 지 꽤 오래됐지만 그래도 작별 인사는 해야 할 거 같아서 이렇게 전화드렸어요.”
“….. 네? 갑자기….”
김 여사는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서운함에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울컥함에 목이 잠긴 김 여사는 말을 이어가기 어려웠다.
“… 아니… 너무 갑작스러워서… 저도 아론 어머님, 많이 기댔었는데… 아니… 갑자기… 왜…”
“… 하… 저도 괜히 울컥해요 말씀드리니까…. 혹시 오늘 시간 괜찮으세요? 저희 오랜만에 차나 한 잔 하실래요?”
김 여사가 울컥하자, 덩달아 울컥해진 듯한 아론 엄마는 김 여사에게 갑작스러운 만남을 요청했다. 평소 서로의 선을 중시하던 둘 사이에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김 여사는 흔쾌히 그 제안에 응했다.
“그럼요. 오늘 열한 시쯤 괜찮으세요?”
“좋아요. 그럼 열한 시에 저희 예전에 자주 가던 그 빵집에서 뵐까요?”
“아 OO희요? 좋아요. 거기서 만나요.”
전화를 끊은 그녀는 밀려오는 서운함에 잠시 멍하니 소파에 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통화를 끊기자마자, 아까 듣고 있던 제니의 파워풀한 노래가 이어서 흘러나왔지만 김 여사는 더 이상 흥겹거나 텐션이 오르지 않았다.
‘아론 엄마, 왜 서울 가는 거지? 여기서 고등학교까지 보낸다고 했는데…‘
“여기 제주에서 고등학교 졸업하려면 앞으로 10년도 더 남았는데… 여기서 이렇게 남편 없이 혼자 늙어갈 거 생각하면 너무 막막해요”
“혼자 아닙니다. 그 옆에 저도 같이 있을 걸요?”
“아, 다행이다. 저희 혼자 늙지는 않겠네요? 호호호”
“그러니까요. 호호호호”
아론 엄마와 차도 마시고 밥도 먹으며 가깝게 지내던 시절, 김 여사는 아론 엄마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웃곤 했다. 고등학교 끝날 때까지 서로 의지하자며 다독여주던 우리였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같은 반이 아니라 조금 소원해졌지만, 언제든 같은 반만 되면 다시 친해질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아론 엄마가 혼자 서울로 떠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기분이 울적해진 김 여사는 청소를 대충 마무리하고. 만남을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샤워하고 화장대 앞에 서서 대충 얼굴톤만 화사해지게 샤넬 CC크림만 바른 김 여사는 만사가 귀찮아져서 파운데이션도 생략하고, 쿠션도 생략해 버렸다.
‘오늘, 어머니 전화에 이어 아론 엄마 전화까지… 다 날 힘 빠지게만 하네….‘
시간에 맞춰 둘이 즐겨가던 빵집에 도착한 김 여사는 먼저 와있는 아론 엄마에게 다가가 인사했다. 자주 못 본 3년 동안 아론 엄마는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처음 제주로 내려왔을 때 아는 사람도 없고,, 낯선 환경 탓에 어딘지 모르게 주눅 들어있던 힘없는 모습은 말끔히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는 여느 엄마들처럼 제주의 일상을 즐기는 어엿한 제주맘의 모습 그 자체였다.
‘아마 나도 이제는 그런 모습이겠지?‘
단둘이 만난 지 거의 2년 넘는 시간이 흐른 두 사람 사이에는 긴 시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김 여사가 말했다.
“아론 어머님, 아침부터 이게 무슨 날벼락이에요. 떠나시다뇨. 저희 고등학교까지 같이 하기로 했잖아요.”
“휴…. 그러니까요. 저도 이거 결정되고 나서 조슈아 어머님이 제일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우리 애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같이 제주 있기로 했는데… 하면서…”
“서울에는 왜 가시는 거예요?”
“리턴하기로 했어요. 일반 학교.”
“아…. 역시…. “
국제학교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많이 겪는 수순이었다. 여기에서 그레이드 4, 즉 초등학교 4학년쯤 되면 이제 슬슬 갈리기 시작한다. 육지로 돌아갈지, 제주에 계속 남을지.
육지의 일반 초등학교로 리턴할 애들은 초등 5학년 때쯤에는 제주를 떠나야 일반 중학교로 무사히 안착하기 쉽기 때문이다. 5학년 입학과 동시에 일반초로 리턴한 아이들은 제주 국제학교에서 지내며 영어만큼은 탄탄하게 기반을 닦아놨으니, 이제 중학교에 올라가기 전 2년여 동안 제주에서 모자랐던 수학, 국어 등을 보충한다. 부족했던 공부를 하며 한국 대학 입시 준비에 슬슬 돌입하는 것이다.
이것이 제주 국제학교를 다니다가 육지로 리턴한 아이들의 보통 플랜이다. 조슈아와 고등학교까지 제주에서 함께 다니기로 했던 아론도, 결국 이 플랜에 따르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고민 많이 하셨겠어요. “
“그렇죠 뭐… 남편이랑도 많이 얘기해 보고, 특히 남편이 기러기로 지내는 걸 너무 힘들어했던 게 컸어요 사실. “
“아… 맞아요. 그때 아론이 아버님께서 많이 힘들어하셨다고 하셨죠…“
“네…3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극복을 못 했네요. “
“그러실 수 있죠. 아무래도 가족은 같이 있는 게 맞으니까요.”
“조슈아 아버님은… 잘 지내시죠?”
“…네. 그렇죠 뭐…”
김 여사는 주말 동안 혼자 끙끙 아팠다던 남편을 생각했다. 가족은 같이 살아야 하는 거라는 시어머니의 말씀도 생각났다. 아론 엄마의 서울행은 나름 제주에 잘 적응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김 여사의 머릿속을 마구 헤집어놓고 의문점 보따리만 잔뜩 풀어놓았다.
‘나도… 떠나야 하나? 이게… 맞는 건가?‘
아론 엄마와의 만남 후, 김 여사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연결음이 서너 번 울린 후 남편은 전화를 받았다.
“응, 여보. 아까 아침에 어머니가 전화했지? 미안미안. 들켜버렸네.”
“들키다니! 아니, 그렇게 아팠으면 말을 해야지. 주말 동안 우리가 서울 잠깐 올라가도 되는 건데.”
“당신이 올라온다고 해서 뭐가 달라져. 괜히 유준이까지 데리고 잠깐 왔다 다시 내려가야 하는데 정신만 없지. 그냥 감기라 주말 이틀 동안 좀 쉬면 되는 건데, 하필이면 그때 어머니가 딱 반찬을 들고 오셔서 들켜 버렸네.”
“…속상해…”
“뭐가 속상해. 감기 걸릴 수도 있고 그런 거지. 여보도 제주에서 혼자 아프고 그럴 때 다 혼자 이겨내고 그랬잖아.”
“그래도….”
김 여사의 코 끝이 시큰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훌쩍 울음이 나오려는 걸 삼켰다.
“… 여보 울어?”
“아론 엄마…. 왜 옛날에 나랑 꽤 친했잖아. 아론 엄마가 서울 간대. 아론이 일반초로 리턴한다고. 오늘 오랜만에 만났는데 나도 생각이 많아지더라고. 조슈아랑 나도…. 서울 갈까?”
“…. 진심이야? 조슈아가 제주 학교 관두고 서울 학교 다니고 싶대?”
“아니… 걔야 뭐…. 당연히 여기가 좋다고 하지. 다른 데서 학교 다니는 거 생각도 안 할걸.”
김 여사는 며칠 전 페스티벌에서 해맑게 자신의 축구 게임 부스를 지키고 있던 아들이 떠올랐다.
“그럼 여보가 많이 힘들어? 제주에서 혼자 지내는 거 말이야.”
“아니 난 이제 적응했어.”
“여보, 나도 괜찮아. 사람들 다 아플 수 있는 거고. 나도 괜찮고, 여보도 괜찮고, 제일 중요한 우리 아들도 괜찮고 우리 셋 다 모두 잘 지내고 있는데 굳이 서울로 돌아올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이는데?”
“… 진짜야? 진짜 그렇게 생각해? “
김 여사의 남편은 다시 한번 목소리에 힘을 주어 김 여사에게 대답했다.
“여보, 우리 3대가 덕을 쌓아야 하는 주말 부부 생활 중이야! 아무나 못 해! 다들 엄청 부러워할걸? 그리고 우리 이렇게 떨어져 있어도 딴짓 안 하고 이렇게 매일 통화하면서 일상 다 공유하고 있잖아. 각자 평일에는 할 거 하면서 지내다가 주말에 딱 모여서 잘 지내고… 내 생각에 우리는 완벽한 가족인걸?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야. 거기 맞춰서 잘만 살면 돼! 어깨 피고 힘내! “
“일상 다 공유하는 줄 알았더니만, 누가 아픈 거 꽁꽁 숨기고 안 말하던데?”
“아!! 그건 미안미안. 다신 안 그럴게!”
남편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김 여사의 기분도 덩달아 밝아졌다. 머릿속에 어지럽게 퍼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하나 맞춰지는 듯했다.
‘그래, 이게 우리 가족의 모습이고 우리는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면 되는 거야. 제주에서 끝장 내기로 한 번 칼을 빼들었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김 여사는 푸르른 제주 하늘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아론 엄마를 떠올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론 엄마, 잘 가요! 우리 각자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 애들 잘 키우고 다시 만나요!‘
※ 이 시리즈는 병원 운영, 초등학생 육아, 국제학교 생 활,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라이프스타일까지-
다양한 삶의 단면을 담은 하이퍼 리얼리즘 픽션입니다.
남의 집 얘기 같지만, 어쩌면 우리 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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