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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안

몸에 금이 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는 틈이 생겼다


해가 완전히 뜨지도, 달이 완전히 지지도 않던 그 새벽이었을까

아니면 유달리 거친 천둥소리에 떨었던 그 밤이었을까

오히려 햇살이 너무나 사랑스럽던 그 아침이었을까

어쩌면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래도록 아슬한 상처에 눈길만 내어주고 있었다

그것의 거친 표면은, 쉽사리 생채기를 낼 수 있을 것만 같았고

그렇게 생긴 흉터는, 영원히 아물지 않을 것만 같았기에


그래서

운명이라는 거창한 말 뒤로 숨어버렸다

눈 감으면 사라진다고 믿어버렸다


그러나

언젠가 들어본 적 있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았다는 누군가의 격언을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깨어진 몸뚱이로는 단 한 송이의 무엇도 품을 수 없다는 것을


봄바람이 불어올 어떤 날에

내가 간신히 붙잡을 잎사귀는 너무도 말라비틀어져

꽃 피울 수가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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