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사라져 가는 샹그리라
울릉도 인구는 대충 8,000 정도. 성수기에는 아마 그 두세 배 숫자의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올 것이다. 그중 90%가 도동과 저동, 사동에 집중되어 있다. 전통적인 관광 중심지는 도동. 세 곳 마을 중에 가장 비좁은 지형에 군청 등 각종 관공서가 집중되어 있다. 최근에는 사동이 뜨고 있다. 자동차 싣고 다니는 대형 크루즈가 야간에 포항 출발, 아침에 사동 도착이다. 비행장도 사동 부근에 건설 중이다.
울릉도 관광객은 거의 대부분이 단기 여행이다. 아주 길어야 3박 4일, 짧으면 1박 2일. 도동을 중심으로 저동 사동에 잠깐 와서 하루 이틀 총알 같이 구경하고 쏜살 같이 사라진다. 떴다방이 따로 없다.
상황이 그러하니 남양 태하 천부 등 서부와 북부 해안 마을에는 숙소가 거의 없다. (물론 있긴 있다. 초호화판 딜럭스 리조트도 있다) 인구도 시설도 돈도 몽땅 남동쪽 해안에 편중되어 있는 것이다.
[잠시 광고 말씀 ^^]
샹그리라 일대는 《National Geography》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이라고 공표했을 정도로 환상적인 풍광을 자랑합니다. 무엇보다 생각의 패러다임이 현대 문명인들과 완전히 다릅니다.
필자는 2006년 경부터 2010년까지 매년 서너 달씩 그 지역을 떠돌아다닌 바 있습니다. 그들의 경건한 삶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접하면서 깊은 반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작가님들과 그 느낌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오늘로 <울릉도, 방랑의 추억> 연재가 끝나면, 잠시 휴식 기간을 가진 후 <샹그리라, 방랑의 추억> 그리고 이어서 <동티베트, 방랑의 추억> 매거진 발행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그간의 성원에 깊이 감사드리며, 그동안 제때 제때 발행하지 못한 게으름을 꾸짖어주시기 바랍니다.
[ 참 고 ]
1987년, 유엔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는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여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 개념을 제시했다. 현대 물질 문명이 야기한 문제점에 대한 엄중 경고였다. 요점은 다음과 같다.
(1) 현대 물질문명은 지속적인 성장 신화의 허상 속에서, 성장과 개발의 대가로 지구의 자원 고갈 및 지구온난화, 생태계 파괴 등과 같은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였다.
(2) 이것은 지구에 내장돼 있는 자원이 무한하다는 전제 위에 출발한 것으로, 이에 기반을 두고 있는 성장 · 풍요 · 개발 등의 모든 가치는 잘못된 것이다. 이러한 양적量的 물질적 가치는 인류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3) 그러므로 인류의 삶은 향후 ‘적은 것’과 ‘작은 것’ 속에 내재된 질적 · 정신적인 측면의 새로운 가치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인류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그것으로 미래지향적인 패러다임을 삼아야 한다.
세계환경개발위원회는 이 메시지를 통해 ‘물질적 샹그리라’의 허상을 깨고, 인류 공동의 노력으로 이 세상에 진정한 ‘샹그리라’의 세계를 구현하자고 선언하고 있다. 울릉도 개발도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요원하다.
우울하게 마무리해서 죄송하고 속상합니다.
제가 울릉군수라면 사전 신청을 받는 입도제入島制와 지역화폐제도를 시행하고 싶습니다. 방문객 숫자 조절, 물가 통제. 방문자들에게 입도 요금 포함한 고액의 돈을 받아 지역화폐로 돌려줌. 울릉도에서는 지역화폐만 사용 가능하게 함. 남는 지역화폐는 돌려주지 않는다. 등등 조금만 머리를 쓰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한 문제 같은데 속상합니다. ^^;;
울릉도를 가실 생각이 있는 작가님들께서는 비행장이 완공되기 전에 서둘러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성수기를 피해서, 최소한 열흘 정도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최대한 많이 걸어다니시길 추천합니다. 궁금한 점을 질문해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