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오생 Jun 02. 2024

08. 신나는 중국어, 혓바닥 비결을 전수받자

권설음과 설치음 발음 요령

한국어와 중국어를 발음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은? 그렇다. 중국어는 입체 언어, 소리의 높낮이가 있다는 점이다. 근데 이 얘기는 잠시 후에 성조와 리딩의 요령을 배울 때 구체적으로 하도록 하고, 지금은 우선 구강口腔 내의 발성 근육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자.  

   


혓바닥 근육 개조사탕을 숨겨라!     



멍멍이 여러분, 잘 알아두시라! 한국어와 중국어의 결정적 차이는 무엇이냐? 혀다! 혓바닥이다! 그게 뭔 소리냐고? 한국어는 혀를 별로 움직이지 않지만, 중국어는 혀를 많이 움직인다. 그러므로 중국어를 유창하고 부드럽게 잘하는 비결은? 말이 필요 없다! 혀가 빨리빨리 부드럽게 움직이면 된다. 명심하시라! 자,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해 보자.


우리 한국어에는 혓바닥이 입천장과 만나며 소리 나는 혓바닥소리, 즉 설면음舌面音 밖에 없다. 그만큼 우리나라 말은 혀의 운동량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 그러나 중국어는 어떤지 그림을 보시라. 혀를 뒤로 말면서 소리 내는 혀말이소리, 권설음(捲舌音, 卷舌音)이 있는가 하면, 입천장에 닿지 않도록 혓바닥을 쭉 펴면서 이의 뒤쪽으로 갖다 대는 혀이소리, 설치음(舌齒音, 舌齿音)도 있다. 


아무튼 이런 발음을 정확하게, 그리고 연달아 빨리빨리 소리 낼 수 있도록 혀의 근육을 유연하고 탄탄하게 만드는 일, 그것이 중국어를 잘하는 첫 번째 비결인 것이다.          

                                    

자, 혀말이소리, 권설음을 배우자. 이게 바로 짜장면 냄새가 풀풀 넘치는 본격적인 짱꿰 발음이다. 아, 아, 그렇다고 너무 겁먹지 마시라. 여기 여러분의 숙달된 조련사 소오생이 있으니깐. 먼저 도표로 정리해 보여드릴까?

권설음은 사실 아주 쉽다. 기본적으로 우리말 발음 [ 쯔, 츠, 쓰, 르 ]라고 하면 50점은 맞는다. 자, [ zh ]를 읽어보자. 아주 편한 마음으로 같이 한번 발음해 보자. ‘쯔―’


예에, 아주 잘하셨어요. 그렇다. 그렇게 발음하면 50점은 맞는다. 처음부터 백 점짜리로 발음하려는 허황된 욕심을 품지 말자. 울리 쌀람 중에도 이거, 자리 못하는 쌀람 만타 해! 중국의 남방 사람들도 우리처럼 혀가 잘 안 말려서 권설음을 잘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설마 하니, 와, 신난다, 대충 해도 된대, 어영부영 기냥 넘어가자, 하는 분은 없으시겠지?


먼저 긴장을 풀고 혀에 들어가 있는 힘을 빼자! 사랑하는 그 님과 프렌치 키스를 한다 치고 혀를 부드럽게 놀려보자. (앗, 그 말쌈 하시니깐 전 혀가 더 굳는데요?) 그리고 <그림>에서처럼 혀를 부드럽게 뒤로 말아보자. 앗, 조심! 입천장에 닿으면 안 된다. 어허! 혓바닥에 힘 빼라니까? 

권설음 연습


잘 안 되면 집에 있는 개구쟁이 막내 동생을 생각하자. 어렸을 때 동생 몰래 혼자 사탕을 먹고 있는데 동생한테 들켰다. 형아, 지금 뭐 먹어? 사~탕 먹지? (말은 못 하고 고개만 절레절레) 아니라구? 가짓부렁! 어디, 입 한번 벌려봐! 클났다. 사탕을 얼루 숨기지? 옳지! 얼른 혀를 동그랗게 말아 사탕을 그 뒤로 숨긴다. 


짠! 그래 맞어! 바로 그 자세야, 그 자세! 아하, 혀가 입천장에 닿으면 반칙이라고 했지? 그 자세 그대로 유지하면서, 배 속에서 소리를 끌어오며 입천장과 둥글게 말려있는 혀 사이로 소리를 내는 거다. 혀에서 힘 빼셨죠? 다 같이 힘차게~ “(ㄹ)쯔!” 


“(ㄹ)쯔!” (모두들 힘차게 내는 소리)

“쯔으― 으윽―!” 


하하하, 아니 희섭 나그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웬 신음소리? 보나 마나 혀가 입천장에 닿았을 거다. 소리가 빠져나올 데가 없으니 신음소리를 지를 밖에. 절대로 무리하게 힘을 주지 마라. 잘못하면 밑에서 가스 나옵니다? 또, 처음부터 혀를 너무 많이 말려고 하지 마라. 조금 아까 혀를 잔뜩 말아서 속으로 쑥 무리하게 집어넣었죠? 그 혀 끝을 앞으로 조금 이동해 보시어요. 기냥 우리말 ‘쯔―’라고 발음하는 건데, 혀를 살짝 안으로 구부렸다는 기분으로 발음해 보세요. 틀림없이 아까보다 편하게 발음이 나올 테니깐.


이 발성 근육은 일조일석一朝一夕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도 그럴 수밖에. 언제 우리가 혀를 말아보았어야 말이지. 그러니까 느긋하게 맘먹고 꾸준히 연습하면서 매일 아주 조금씩 혀를 더 안으로 집어넣어 보자. 


특히 술 먹었을 때 권설음을 연습하면 기똥차게 잘 된다. 왜냐고? 크크, 혀가 쉽게 꼬부라지니깐 그렇지, 뭐. 독한 술에 혓바닥을 포옥 담갔다가 발음하면 기똥차게 잘 나온다. 특히 중국 술, 꼬량주가 특효다. 직접 실험해 보시라. 하하. 아무튼 급한 마음먹지 말고 꾸준하게 연습하면 권설음을 겁낼 필요가 전혀 없다. 아시겠지?

 

근데요, 조련사님! 요기 위에서 ‘(ㄹ)쯔’라고 하셨잖아요? 그때 ‘(ㄹ)’은 뭐예요? 음! 좋은 질문이다. 점수 일 점 플러스! 찰카닥! 근데 낙비 나그네, 너 한국말했지? 천 원, 철커덕! 좌우지간에 이때의 ‘(ㄹ)’은 혀를 미리 말아놓고 있으라는 소오생 버전 표기! 오케이? 통과!    


 


이얍장풍으로 권설음을 확인하자     



아니, 잠깐 스톱! 열심히 공부하는 여러분들을 위해 특별히 비법 하나 가르쳐 드리지. 무협 소설을 보면 이런 비법은 장문인의 직(職, 职)을 이어받는 수제자에게나 살짝 전수해 주지만, 본 조련사는 중국어 열심히 공부하는 멍멍이에게는 누구에게나 무조건 몽땅 다 가르쳐준다. 


그 비법이 과연 무엇이냐? 처음 배우는 여러분이 스스로 자신의 권설음 발음이 제대로 나오고 있는지 체크하는 방법이다. 에이, 안 속아. 꼬량주에 혓바닥 담그라는 얘기죠? 하하, 고량주가 아니다. 장풍(掌風, 掌风)이다. 장풍 아시지? 무협 영화에 나오는 손바닥 바람 말이다. 그걸로 확인하는 거다. 자, 비법을 전수할 테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알 들으시라!


이미 앞에서 말한 바 있거니와, 영어나 일본어 한국어는 입 안에서 소리를 낸다. 그러나 중국어는 입에서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배에서 기를 모아 끌어올린 다음 중후하게 토해내는 성악가의 언어다. 이 원리를 이용해서 권설음이 제대로 발음되는지의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렇게!


먼저 손바닥을 펴서 입 앞에 대자. 그리고 우리말 발음으로 <그림 1>처럼 “쯔―”하고 발음해 보자. 보나 마나 입에서 바람이 나와 손바닥에 부딪힐 것이다. 그 부분을 잘 기억해 두자.

다음! 이번에는 혀를 살짝 말고 “(ㄹ)쯔(→)” 발음해 보자. 만약 아까와 똑같은 자리에 바람이 부딪히면 혀가 제대로 안 말렸다는 증거다. 아까보다 더 밑의 위치에 바람이 부딪혀야 한다. 왜 그럴까? 그 이치를 잘 생각해 보라. 자, 이해가 안 된다면 <그림 2>를 보자. 


중국어는 어디에서 소리를 내보낸다고? 그렇다. 배(腹)다. 만약 혀가 제대로 말려져 있다면, 배에서 끌어올려진 기(氣, 气)는 일단 혀의 말린 부분에 부딪혀서 빙글 돌아 혓바닥을 타고 넘어오게 마련이다. 그러니깐 당연히 <그림 2>에서처럼 아까보다 밑의 위치에 바람이 부딪히게 되는 거다. 


권설음은 중국어 발음을 대표하는 발음이다. 이런 발음을 혼자서 정확하게 교정하고 중국어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면, 야, 내가 중국어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졌나 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신감과 열의가 생기는 법이다. 언어는 그런 게 가장 중요하다! 


자, 다시 한번 입 전방 3cm 위치에 손바닥을 대고 권설음을 발음해 보라. “(ㄹ)쯔(→)” 손바닥의 아랫부분에 부딪혔는가? ()시, 추카 추카, 축하한다! 바로 그게 권설음이다. 오케이? 통과!




설치음은 입을 좌우로 쭉 찢으면서잘 자 내 꿈 꿔!



자, 이번엔 설치음(舌齒音, 舌齿音)이다. 이것도 우리말에는 없는 발음이어서 초학자들의 속을 제법 썩인다. 어쩌면 권설음보다도 더 골치 아픈 발음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여기 숙달된 멍멍이 조련사가 있지 않은가! 설치음은 혀 설(舌), 이 치(齒, 齿), 혀와 이가 만났을 때 소리 나는 발음이란 뜻. 어떤 게 있는지 우선 도표를 보시죠.                                              

설치음의 키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혀를 수평으로 쪽 펼 것. 둘째, 혀를 입천장에 대지 말 것. 그러면 혀는 저절로 이의 뒤쪽과 만나게 마련이다. 그렇겠죠? 


설치음 연습

설치음을 잘 발음하려면 혀가 길거나, 구강口腔의 길이가 짧으면 유리하다. 그만큼 혀와 이가 만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선천적으로 혀가 짧거나 또는 구강의 길이가 길다. 이런 사람들은 좀처럼 혀와 이가 만나기 어려워, 자꾸만 혀가 입천장의 안에 부딪힌다. 그래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느냐? 예를 들어드릴까?


“잘 자~, 내 꿈 꿔!” ⇒  “달 다~, 내 뚬 뚸!”(음? 어디서 들어본 말 같은데?)


원래 ‘잘 자~’의 ‘ㅈ’은 혀가 약 45도 각도로 입천장의 앞부분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다. 그런데 혀가 짧으면 거기까지 뻗어가지 못하고 약 60도 각도에 위치한 좀 더 가까운 입천장 부분에 부딪혀서 ‘달 다~’처럼 소리가 나는 거다. 실제로 한번 발음해 보시라. 무지 재밌다! 


그에 비해 설치음은 영어의 [ zoo ]를 발음할 때처럼 혀가 거의 수평으로 뻗으며 이의 뒷부분과 만나면서 나는 소리다. 그러므로 이론상으로만 따진다면, 혀가 긴 사람이 설치음 발음을 잘한다는 말이 된다. 그럼 혀 짧은 사람이나, 구강이 길어서 입이 메기처럼 튀어나온 사람은 중국말, 아니 설치음을 아예 못하란 말이냐? 


아니다, 내가 누구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여기서 또 하나의 소오생 비장의 무기를 특별 공개한다. 혀가 짧은 사람은 구강도 짧게 만들면서 발음하면 된다. 보통 사람들도 이렇게 하면 훨씬 쉽게 설치음을 익힐 수 있다. 아니, 성형수술을 하란 말이세요? 하하, 수술을 안 해도 아주 쉽다. 입을 최대한 좌우로 좌악 찢으면(!) 구강 내의 길이는 자연히 짧아진다. 한번 실제로 해보렴. 혀끝이 아주 쉽게 이에 닿는 것 같지 않니?


Wow! Yeh-! Good! Our teacher is very excellent! 어험, 험! 씰데없는 소리 말고 요령을 익혔으면 실제로 ‘잘 자’에 적용하여 발음해 보자. 그러나 최지우 버전 ‘잘 자’가 아니라, 혀를 수평으로 펴놓은 설치음 버전 ‘잘 자’ 임을 명심하자. 자, 그람, 입을 좍 찢고, 혀를 죽 펴면서, 시이, 작! “잘(→) 자(→)!” (설치음 버전)




엇, 예원 나그네, 손 번쩍? 크―, 질문을 종이에 써서 내는군요? 하하, 벌금 안 내겠다, 이거지? 어디, 무슨 질문인지 읽어볼까? 조련사님, 왜 설면음 [ ji ]는 [ 지 ]로 읽고, 권설음 [ zhi ]나 설치음 [ zi ]는 [ (ㄹ)쯔, 즈 ]로 읽는 거죠? 똑같이 [ -i ]인데 왜 차별 대우하세요? 이야, 아주 예리한걸? 점수 2점 플러스, 찰카닥, 찰카닥! 


이런 건 일종의 약속이다. 보통 때 [ i ]의 음가는 [ 이 ]지만, 권설음 4개와 설치음 3개의 뒤에 붙는 [ -i ]는 우리말로 [ 으 ] 비슷하게 내준다. 만들 때부터 그렇게 하기로 약속한 거다. 알았지? 하지만 이런 건 전혀 중요한 게 아니다. 아, 그게 그런 거였구나, 이해만 되었으면 그걸로 오케이! 그다음엔 얼른 잊어먹어도 상관없다. 금방 또다시 나올 테니깐.




휘말리는 혓바닥에 약동하는 생명력이     



자, 이론으로만 백 날 알아봤자 아무 소용없다. 실제로 입에 올려야 한다. 혓바닥을 자유자재로 굴릴 수 있도록, 이제부터 우리들 입 안의 근육이 중국어 맞춤 전용이 되도록 피눈물 나는 훈련을 하는 거다. 수업 진도 나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진도를 나가면서 여러 가지 표현법을 익히는 건, 여러분 혼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 중요한 건 뭐라고? 중국어 발성 근육을 만드는 거다. 아셨지? 그런데 근육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피눈물 나는 히딩크 식 하드 트레이닝을 해야 하는 거다. 아셨지?     


그런데 여기서 잠깐! 일동 주목! 하드 트레이닝을 통해 혓바닥 근육을 단련시키기 전에 반드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그랬죠? 그렇다! 먼저 정확한 음가를 파악하는 일이다! 이게 중요하다. 자기 나름대로 엉뚱한 음가를 열심히 익히면 정말로 큰일이다. 아시겠죠? 자, 그럼 먼저 아래의 발음으로 혓바닥 근육 단련 트레이닝을 시작하자.     



설치음 [ zá ] + 권설음 [ zhì ] 



먼저정확한 음가를 파악하자!                                                            


1. 설치음 [ zá ]는 어떻게 발음할까, 미리 머릿속에서 생각해 봐요.

 ① 음, 입을 좌우로 좍 벌리면 편하다고 그랬지?

 ② 혀에 힘 빼고, 혀를 이빨 뒤쪽을 향해 수평으로 죽 펴면서 [ 자(↗)아 ]

 ③ 혀가 입천장에 닿았나? 음, 안 닿았어. 오케이! 


2. 이번엔  권설음 [ zhì ]를 어떻게 발음할지 생각해 봐요.

 ① 먼저, 입 바로 앞에 손바닥을 대고 한국말하는 식으로 혀를 펴고 발음해 보자. () ]

 ② 음, 바람이 손바닥 위쪽에 부딪히는군. 알았어….

 ③ 자, 이번엔 혀에 힘주지 말고 부드럽게 안으로 말면서, 사탕을 뒤로 숨기듯…. 

 ④ 혀를 입천장에 대고 발음하면 안 된다고 했지? 오케이! [ (ㄹ)(]

 ⑤ 이얏호! 바람이 아까보다 훨씬 더 밑에 부딪혔다! 권설음, 성공이다!     


자, 됐죠? 혀의 위치가 분명히 맞았죠? 정확하게 음가를 확인했죠? 어디, 수이 나그네가 한번 발음해 볼까? 


자(↗)(ㄹ)쯔(↘)! 



와우~ 

헝(↗)하오(↓), hěn hǎo! 


아, 참,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구나? 설명해 주지. 


① 헝/하오(很好)는 Very good! 그 뜻이다. 

② hěn과 hǎo는 둘 다 3성이다. 그런데 3성과 3성을 연달아 발음하면, 앞의 3성은 가볍게 위로 추켜올리며 2성으로 읽는다

③ 그리고 ‘ㄴ’ 받침소리는 비음이라서 연음으로 발음할 때는 ‘ㅇ’ 비슷하게 발음한다. 오케이? 




그나저나 중국 사람들은 헝/하오(很好)라는 말을 아주 많이 써먹는다. 그래서 그 뉘앙스를 잘 모르는 외국 사람들, 특히 속없는 한국 사람들이 착각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드릴까?



니(↓) 항(↘)위(↓) 쑤오/(shuōde) 헝(↗)하오(↓)!

너, 중국말(Hànyǔ : 漢語, 汉语), 아주 잘하는구나!


라고 말하면 진짜로 자기 중국어 실력이 기막히게 좋은 줄 안다. 그게 아니다. 중국어에서는 모든 단음절 형용사 앞에 습관적으로 [ 헌(↗) : hěn : 很 ]을 붙인다. 과장법이 입에 밴 것이다. 외국인이라서 중국말을 전혀 못하는 줄 알았는데, 어? 떠듬떠듬 한 두 마디 하네? 신기하고 놀라워서 괜히 한번 해보는 소리다. 아시겠지?


그람, 진짜로 아주 잘하는’ 건 어떻게 하냐고? 여러 가지 표현이 있다. 

 [ 페이(↗)창(↗)하오(↓) : fēicháng hǎo : 非常好 ]란 말도 있고, 

② 젊은 친구들이 ‘정말 멋져! 정말 끝내주네!’ 감탄하며 내지르는 [ 하오(↓)빵(↘) : 好棒! ]이란 말도 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중요한 건 말할 때의 ‘어기(語氣, 语气)’다. 진짜로 아주 잘하는 거라면’ 똑같은 말이라도 어감이 다르게 마련이다. 우리말과 비교하며 살펴볼까?     



헝(↗) 하오(↓).   ―  잘하네. (심드렁…)

헝(↗) 하오(↓)아!   ― 제법 잘하는군! (엇쭈!)

() 하오(↓)아!  ― 아주 잘하네? (감탄!)

(↗) 하오(↓)아! ― 우와, 엄청 잘하는구나아~! (경이!!!)     



인간의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만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적인 도구가 아니다. 말하는 이의 감정까지 전달하는 예술적인 것이다. 언어의 어떤 성분으로 감정을 전달할까? 지금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어기(語氣, 语气)로! 여기서 맨 뒤에 붙은 [ 아 ]는 ‘의미’는 없지만 ‘감정’을 담고 있는 ‘어기조사’라고 한다. 


아무튼 똑같은 말이라도 강약과 고저가 다르면 말하는 이와 듣는 이의 감정도 달라지게 마련. 다른 나라 언어에서도 그러하지만, 보다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반면에, 보다 음악적, 문학적, 예술적인 중국어에서는 그런 현상이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위에 예로 든 우리나라 말과 중국말을 비교하며 음미해 보자. 중국말이 얼마나 어기에 의존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지 않은가? 그 이치를 알아야 중국말도 잘하게 되는 거다. 참, 수이 나그네 발음은 () 하오(↓), 너무 예쁜걸? 여러분 발음도 모두 (↗) 하오(↓)아! 전생에 쭝국 쌀람들 아니셨나요? 하하, 통과!     




잠깐만요, 조련사님! 근데요, TV에서 툭하면 개그맨들이, “울리 쌀람, 이거 띵호아다, 해!” 하잖아요? ‘띵호아'는 무슨 말인가요? 헝(↗)하오(↓)와 비슷한 말 아닌가요? 음, 지은 나그네, 좋은 질문이다. 점수 이 점 플러스, 찰카닥, 찰카닥! 그것도 많이들 잘못 알고 있으니깐 특별히 설명해 드리겠다. ‘띵호아'는 제대로 된 발음이 아니라 이를테면 사투리다. 원래는,      



① [ 띵(↘) ]이 아니라 3성 [ 딩(↓) : 頂, 顶 : dǐng ]이고, 

② [ 호 ]가 아니라 3성 [ 하오(↓) : 好 : hǎo ]랍니다? 그걸 사투리로 발음한 거죠. 


그런데 둘 다 3성이면 어떻게 발음한다고? 

앞에 있는 3성은 2성이 된다고 방금 전에 말했죠? 

그러니깐 [ 딩(↗)하오(↓) ]라고 발음해야 옳단다


③ 맨 뒤의 ‘아’는 조금 아까 설명했듯이, 뜻은 없고 감정만 전달하는 어기조사다. 

④ 아무튼 제대로 발음하면, [ 딩(↗)하오(↓)아! ]가 되는 거지. 무슨 뜻이냐고? 

⑤ [ 하오(↓) ]란 말이 [ Good! ]이라고 그랬죠? 그러니까 흔히 엉터리 발음으로 말하는 [ 띵/호/아 ]는, “울리 쌀람, 이거 아주~ 쪼타 해!” 그런 뜻이죠!

⑥ 그러나 요새 중국 사람들은 비슷한 발음으로, 팅(↗)하오(↓) : 挺好 : tǐnghǎo ]라는 말을 더 많이 쓴대요. 자, 이제 [ 띵/호/아 ]란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았죠? 


[ 띵호아 ]의 표준 발음 & [ 팅(↗)하오(↓) ]


근데 지은 나그넨 질문한답시고 어영부영 우리말 많이 했지? 감점! 아니, 벌금 이천 원! 철커덕!(에구, 망했다!) 언제나 중국말로 머릿속을 꽈~악 채우시길! 중국말로 어떻게 하는지 모르면 아예 말을 꺼내지도 마시길!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 되시길! 그러다가 그 중국말을 배우게 되면 야, 이거구나! 절대로 잊어먹지 않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길! 오케이?

 


혓바닥을 부드럽게 빨리빨리폈다가 말았다가     



자, 정확한 음가를 파악했으면 이제 점점 스피드를 내보는 거예요? 

다 같이~, 


자(↗) (ㄹ)(), 자(↗)/(ㄹ)(), 

zá ], 혀를 폈다가, [ zhì ], 말았다가, 

zá, zhì ] 폈다가 말았다가, 


열 번 천천히, 또박또박, 시~ 작! 

zá zhì, zá zhì, zá zhì…. 

음, 다들 잘하는군요? 자, 그럼 이번엔 조금 더 빨리! 

zázhì, zázhì, zázhì… 폈다가 말았다가, 폈다가 말았다가, 폈다가 말았다가…. 

zázhì, zázhì, zázhì…. 더 빨리! 지금 혀의 위치, 정확하게들 내고 있는 거죠? zázhì, zázhì, zázhì….


중국어 발성 근육은 이런 식으로 만드는 거다. 혀의 근육을 비까 번쩍 폼 나게 만들려면 이런 멍멍이 훈련을 피눈물 나게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본 조련사가 여러분을 너무나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머금고 멍멍이 취급을 하는 거다. 아시겠는가? 어허, 멍멍이들은 조련사의 이 말을 듣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반복 훈련해야지~! 더 빨리! 혀를 폈다가 말았다가, zázhì, zázhì, zázhì ….




북경 사람들은 말을 할 때 ‘얼화운( -er化韻, 化韵)’ 현상이 심하다. 그게 뭔 소리냐? ‘-er’은 권설 운모다. 혀를 말고 받침소리를 낸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볼까요?



투(↗) (ㄹ)(()  ⇒ 투(↗)(ㄹ)()()

(무슨 뜻일까… 투쑤관? 두수관? 세 글자라 이거지…)


‘관’의 ‘ㄴ’ 받침소리를 혀를 돌돌 말고 ‘구- 왈’, 빨리 발음하면 ‘괄’이 된다. 북경 사람들은 모든 단어를 그런 식으로 마무리짓는다. 그러니까 늘 혀를 돌돌 말고 다니는 사람들 같다. 특히 서민들일수록 그런 현상은 더욱 심하다. 북경 사투리란 게 딴 게 아니다. 바로 이거다. 중국어를 처음 배운 초학자들이 북경말을 잘 못 알아듣는 게 바로 이 현상 때문이다.


그나저나 여기서 투(↗)(ㄹ)()관(↓)이 무슨 뜻일까, 통빡 훈련 한번 할까요? 


공부를 열심히 하는 쉬에(↗)성쉬에(↗)쌰오(), 학교에 오면 늘 여기 가서 산다. 여기에 가면 투(↗)(ㄹ)()헌(↓)뚜오(), 아주 많다. 이제 투(↗)(ㄹ)()관(↓)이 뭔지 아시겠지? 그람, 이번엔 끝부분을 북경 사람처럼 혀를 말고 발음해 보자. 


그런데 두 번째 발음 (ㄹ)()도 권설음이니까 (ㄹ)()()을 발음할 때는 아예 혀를 돌돌돌돌 말고서 또르르륵 발음해 보자. 자, 다 같이 따라 해보세요? 도서관에 갈 때는 언제나 혀를 말고 권설음을 연습합시당? 



투(↗)(ㄹ)()(), túshūguǎr, túshūguǎr, túshūguǎr….



예전에 본 조련사가 북경에 갔을 때 친하게 된 운전사 양반이 있었다. 며칠 동안 같이 다녔는데, 으악! 나중에는 밥을 먹을 수가 없을 지경! 어찌 된 사연이냐구? 


언어란 건 참으로 묘한 존재다. 같이 말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언어 습관에 동화되기 쉽다. 그 양반, 쏼라쏼라 혀를 돌돌 말고 따다다다 따발총을 쏘아대는데, 어쭈? 난 못할 줄 알고? 나도 같이 또르르륵 혀를 말고 뜨드드드 기관총을 쏘아대니깐, 이야, 그것 참 통쾌하더만! 


거기까진 좋았다. 문제는 그렇게 삼사 일이 지나니깐 혓바닥에 쥐가 나서 펴지지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니 식사를 제대로 할 수가 있나! 아이고, 혓바닥 아파라!!!


내가 지금 무신 이야길 하고 있는 거냐? 휘말리는 혓바닥에 약동하는 생명력이 넘쳐나게 된다~, 그 얘기다. 혓바닥을 부지런히 놀리면 그만큼 삶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와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생기게 된다~, 그 얘기다. 그러니까 멍멍이 여러분들도 생명력이 넘쳐나는 신나는 중국어를 익히려면 그 정도로 혹독하게 혓바닥 근육 운동을 해야 한다~, 그 얘기다. 아시겠음? 어허, 농땡이 피고 있지? 자, 이번엔 다시, 



zázhì, zázhì, zázhì…. 

계속 반복하라니깐? 더 빨리! 혀를 폈다가 말았다가, 

zázhì, zázhì, zázhì….



스톱! 여기서 잠깐! 발음도 연습할 겸 또다시 통빡도 연습을 해보자. 즐겁고 유쾌하게 다시 한번 꼬리에 꼬리를 말아보자. 멍멍이 여러분, 근데 이 [ 자(↗) (ㄹ)쯔(↘) ]란 게 우리말 독음으로는 무엇일까요? 지금은 한국말로 해도 된다. 그 대신 대답만 해야 한다, 오케이? 


힌트! 

두 글자다!(헤헤, 너무 뻔한 힌튼가?) 


두 번째 힌트! 

[ 자(↗) ] 밑에는 원래 당唐나라 때만 해도 받침소리로 입성 ‘-p’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라져 버렸다.

(그럼, 자 + ㅂ이겠고, (ㄹ)()는 뭐지???) 


세 번째 힌트! 

음? 여기 재미있는 책이 있네?(교과서인데?) 

어디 보자, 12월 호가 벌써 나왔군.(이그, 소오생 능청은 유명해요…) 

이야, 서태지가 공연한 사진도 있군!(설마, 이래도 모르실까?) 


아, 저 알았어요. OO죠?

하하, 네, 맞았어요! 역시 수연 나그네는 통빡이 뛰어나군요? 

활기찬 목소리로, 큰 소리로 따라 읽으세요, 오케이?     



(↗)(ㄹ)()  : 현대중국어 발음

 지, 잡지책 : 고대중국어 발음(근사치) = 한국말 한자 발음



자, 그람 계속해서 몇 개 더 멍멍이답게 꼬리에 꼬리를 물어볼까요? 

소리만 듣고 맞춰보세요?



자(↗)후어()    

자(↗)후어()디엔()   화점 

자(↗)()    기(雜技, 杂技), 서커스     



킥킥큭큭! 어, 니네들 왜 웃지? 아항~! 뗏찌! 못써! 니네들, 이 단어를 일부러 그렇게 엉터리로 발음하고 있는 거지? 설면음 [ 자 ]가 아니라, 설치음이라니깐? 그리고, 4성을 그렇게 흐릿하게 발음하면 어떡해욧? 확실하게 [ ()  ] 하지 못해욧? 아차, 아직 성조를 안 가르쳐줬군. 암튼 여학생 나그네들, 이 단어를 일부러 엉터리로 발음하면 진짜로 무(↗)거우(↓), 암캐(母狗) 멍멍이 된다?      


< 계 속 >



중국어를 재밌게 배우고 싶으신가요?

매거진 구독 후에, 아래를 클릭! 처음부터 빠짐없이 따라와 보셔요.

라이킷으로 출석 인증 연후에...

궁금한 점은 댓글에 적극적으로 질문해 주시고요. ^^



매거진

앗, 중국말이 이렇게 재밌다니!

구독!



제1부 목차


프롤로그

<중국말로 출발하는 행복한 중국여행>

중국어의 특성

<01. 꼬리에 꼬리를 무는 중국말>

<02. 지금 중국은 이중 언어 구조>

<03. 성조가 틀리면 목숨이 왔다 갔다>

<04. 멀티미디어 언어와 문학으로 새로운 인생을>


제2부 중국어 발음 상식


<05. 중국어 여행길의 아름다운 동반자>

<06. 중국말 학습 여행, 환경부터 조성하자>

<07. 지식인의 필수 교양! 울리 쌀람 이야기>

<08. 신나는 중국어, 혓바닥 비결을 전수받자>


---------------------

다음은 제3부로 본격적인 멜로디 훈련에 들어갑니다.


3부  함께 지휘하며 춤을 추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