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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Sep 19. 2024

쇠독 알레르기 선물

마음으로만 받아야 할 선물

아따씨 귀에 걸린 동그란 은색 귀걸이가 뜬금없어 보인다.

"웬 귀걸이예요?"

"우리 딸이 선물로 준거예요."

"진짜 은요?"

"아뇨. 가짜."

"아따씨는 쇠독이 없나 봐요."

"있는데요. 딸이 준 정성을 생각해서 끼고 왔어요."

"아이고. 벌써부터 가려워 보이는데 괜찮겠어요?"


아따씨 귀에 걸린 금속 귀걸이가 신경 쓰였다. 나도 금속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에 지켜보는 게 편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지날수록 아따씨의 양쪽 귀는 빨개지고 부어올라 커지기 시작하는 게 보였다.

"아따씨야! 귀가 빨개요. 지금 가렵겠는데요."

"아~ 좀 그런데요 참고 있어요."


저녁밥을 먹고 매장으로 날아들어온 아따씨가 곡소리를 내며 나에게 귀를 내밀었다.

"아~ 과장님! 귀걸이가 안 빠져요. 제발 좀 빼주세요. 아야~~"

"잠깐만요. 귀가 너무 뜨거운데요."

"아얏. 아파요."

귀걸이를 기 위해 손가락을  때마다 아프다고 난리다. 작은 움직임에도 곡소리를 내아플까 봐 걱정이 돼 자꾸만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아따씨야. 이거 잘 안 빠져요. 그대 열기로 귀걸이가 없어질 때까지 기다려야겠는데요."

"아. 안 돼요. 나 아파요. 살려주세요."


부어서 빠지지 않는 귀걸이와 고통스러워하는 아따씨를 보며 과감해져야 했다. 양쪽 손가락에 바짝 힘을 주고 귀걸이를 부수듯 열어젖혔다. 다섯 번만에 성공한 귀걸이 제거로 우리는 숨을 쉴 수 있었다. 역시 쇠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진짜 금과 은이라야 한다. 그래야 살들이 성질내지 않는다.


이런 쇠독은 흔한 알레르기다. 쇠독은 금속 알레르기를 말하는데 금속으로 된 부분이 피부에 닿으면 빨갛게 부어오르며 가려운 증상을 말한다. 심하면 진물이 나면서 한동안 고생하는 걸 아는지라 진짜 금과 은이 아니면 쳐다보지 않는다. 지금도 쇠독 때문에 바지 훅 안쪽 부분에는 테이프를 붙여 입는다. 테이프를 붙이지 않으면 쇠에 닿은 배 부분이 가려워지기 때문이다.


아들이 여행을 갔다 선물해 준 금속 목걸이로 한동안 알레르기 목걸이를 한 적이 있었다. 쇠독이 있어도 아들이 준 선물이 아닌가. 걱정됐지만 착용해 보자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하지만 아들이 주는 정성보다 내 피부가 금속을 거부했다. 금속목걸이 자국 그대로 뻘겋게 일어난 선들이 목걸이 형태로 피부에 나타났다. 가려움은 덤이었지만 한동안 괴로웠다. 금속 귀걸이도 마찬가지였다. 아들이 사다 준 정성생각해서 인내를 발휘했지만 진물을 확인하고서야 귀걸이를 빼낼 수 있었다. 귀걸이에 붙어있던 노란색 고름은 귀에서 흘렸던 눈물자국이었다.


금속 귀걸이, 팔찌, 귀걸이


아따씨와 내가 겪은 금속 알레르기는 아이들에게 가짜 귀금속 선물을 받은 엄마들의 후일담이다. 아이들 앞에서 말하지 못하고 뒤에서 아파한 이야기. 그러면서도 행복했던 경험말이다.

자식이 주는 선물이라도 금속성질의 귀금속은 마음으로만 받아야 할 선물인걸 안다. 하지만 피부에 진물이 나면서도 착용해 보는 건 고마워서다. 여행지에서 부모를 생각하며 선물을 골랐다는 자체가 감사함이니까.


확실히 금속은 쇠독이 있는 사람에게 가려움과 붓기를 선물한다. 아이들에게 받은 선물이어도 에서 진물을 내고 붓기를 만들어 눈물자국을 내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 말해주고 싶다. 너희가 주는 모든 것이 감사하지만 다음엔 몸이 성질내지 않는 선물을 받고 싶다고.


엄마는 쇠독 알레르기가 있다고.

가짜 귀걸이를 면 귀에서 운다고.

가짜는 사지도 말라고.

되도록 진짜만 달라고.






귓볼


오늘따라 반짝이는 은색 귀걸이

어디선가 본 것 같아

마이산에 돌부처

복스러운 실루엣

그 귓볼이 생각나


점점 붉어지는 귓볼

점점 커져가는 귓볼


딸이 선물한 은색 귀걸이

그런 딸의 정성에 감동해

쇠독이 올라와도

사랑으로 버틴


저녁을 먹고 달려와

아픈데요로 들이대는 귓볼

귓볼이 뜨거워 내 손에서

귀걸이가 자꾸만 빠진다


곡소리 들으며 힘껏 제거한 은색 귀걸이

독사 물린 듯한 이빨자국

두 개의 구멍이 선명하다


그대 곡소리에 입은 웃지만

퉁퉁 부은 귀엔

딸에 대한 애정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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