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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Oct 21. 2023

한국 부동산 정책의 새로운 모델: 싱가포르 주택 정책

리콴유는 어떻게 자가소유 사회를 실현했는가?

https://youtu.be/Ph0_EIW4Aeo?si=xcln_MzLlvu32sD9

가포르 주택 정책은 최근에 한국에 잘 알려지기 시작했다. 현직 서울시장인 오세훈이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은 물론이고 20대 대선 정국에서 민주당의 정치인 이재명과 국민의힘 정치인 홍준표가 한국에서 부동산 폭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모델로 삼자고 했었던 것이 바로 싱가포르 주택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미 반값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공공주택 등 역대 한국 정부들도 싱가포르 주택 정책 모델을 일정 부분 참고한 정책들을 내놓기도 했으니 말이다.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 일부 부작용이 발생했다거나 전 정부의 대표 정책이었다는 이유로 정책이 180도 바뀌는 한국 정치판 특성상 오래가지 못한다는 거고.


이렇게 한국 정치판에서도 종종 거론되는 싱가포르의 주택 정책은 세계적으로도 굉장히 성공한 부동산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바로 싱가포르 국민의 95%가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싱가포르의 주택 정책이 사회주의적이라 평가받기도  하는데 물론 실제 정책은 국민들에게 무상으로 집을 제공하기 보단 국민 각자가 자기 능력껏 집을 마련하도록 제도적 틀만 만들어준 것에 가깝다. 리콴유 총리는 사람들이 자신이 지키고 싶어하는 자산인 집을 가지면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자기 자신과 가족에 대해 더 큰 책임감을 가진다고 보았고 따라서 국민이 집을 가지게 하는 것이 곧 사회 안정의 최선의 방법이라 보며 그런 맥락에서 주택 정책을 실시했다.


리하여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서로 싱가포르 주택 개발청(HDB)가 1960년에 출범했고 1964년에 상환 기간 15년에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주택 부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다만 구매자들이 계약금의 20%를 마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별다른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1968년에야 중앙후생기금(CFP) 적립 비율을 높이고 난 뒤 내 집 갖기 계획에 본격적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근로자들은 자신이 적립한 CFP를 사용하여 계약금의 20%를 지불하고 나머지 20년 동안 매달 분납하게 되었는데 이런 제도로 공급된 아파트를 HDB 공공주택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금 현재는 싱가포르 인구의 90% 이상이 주택을 자가 소유하고 있고 또 자가소유자의 80%가 공공주택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 공공주택은 99년 기한의 영구 임대주택이면서도 매각 또한 가능하다.

국가 주도의 주택 정책이 성공을 거둔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데 바로 싱가포르가 일찌감치 토지를 대부분 국유화했기 때문이었다.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싱가포르는 1966년 토지수용법을 제정했고 국유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오늘날 싱가포르 국유지 비율은 일반적인 시장경제 국가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무려 80~90%대나 차지하게 되었고 정부가 국유화한 이런 땅에서 주택을 지어 분양하고 소득에 따라 지원금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주택이 비교적 타 선진국에 비해 저렴한 것도 있고. 동시에 싱가포르는 다민족 화합을 명분으로 아파트 단지별로 중국계, 말레이, 인도 등 단지별 인종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고 이를 통해 리콴유는 사회통합과 안정적인 집권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


이렇듯 토지 국유화 정책으로 주택을 저렴하게 지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졌음에도 1960년대 싱가포르 국민은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없었다. 그렇다면 리콴유는 이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우선적으로 시행된 것은 공공주택의 자가취득율을 높이기 위한 소득제한 규정 완화, 주택융자상환기간의 20년 연장, 재산세 인하 등의 조치였고 1971년에는 재판매를 허용했다. 한편으로는 재원투입 비중이 높고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공공임대주택은 규모를 소형화하고 공공분양주택은 규모를 중대형화했다. 특히 연금과 모기지(주택담보대출)의 결합을 시키고 앞서 말한대로 1968년 CPF 적립금을 이용해 공공주택 지원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을 바꾸기에 이르었다.


공공주택 분양 과정에서는 CPF를 이용해 주택구입자금 융자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CPF 자금을 지원받고 모자랄 경우에 HDB로부터 주택 가격의 최대 80%까지 융자 지원을 받게 된다. 이는 민간주택 구입자도 비슷한데 그들 또한 1차적으로 CPF를 사용해 자금을 조달하고 부족분은 일반 금융기관에 빌려서 메꾸기 때문이다. CPF에 대한 월급의 일정부분을 예치하는 것은 참고로 의무화된 상태다. CPF를 통한 자금 지원은 1968년에 최초로 CPF 일부를 공공주택 구입자가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공공주택 구입자금제도"에서 시작했으며 구입자는 구입자금의 최초납입금 20%를 개인부담 없이 CPF 정규계정에서 융자가 가능하게 했다. 또한 CPF 통해서도 자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HDB 외에도 일반 금융기관에 손을 쓸 수도 있게 되어 있다.

소득에 따른 주택 "가격 책정" 원칙은 곧 저소득층은 정부가 주택구입지원금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2015년에는 자식이 부모 거주지 인근에 주택을 마련할 경우 2만 싱가포르 달러의 지원금을 주는 제도까지 도입했다. 지원금은 소득이 낮을수록 많아지는데 최대지원금이 8만 싱가포르 달러, 집값의 40%까지 지원되며 이는 부담능력에 따른 이중 가격제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HDB에서 공급하는 공공주택은 특히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를 비롯한 첫 구매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있으며 대신에 주택 구입자들은 가구당 한 채의 아파트만 소유할 수 있도록 단호하고 확실하게 제한을 둬서 다주택자의 횡포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물론 민간 주택시장도 있다. 대략 공공주택과 민간 주택 시장의 비율은 9 대 1 정도인데 민간 주택 시장에서는 주로 고급 단독 주택 등의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민간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 것은 재미있는 부분이고. 대신 월평균 소득 한화 518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HDB의 공공주택 공급 대상에서 진작에 제외시켜서 민간 주택 시장의 수요를 유지시켜주고 있고 동시에 소득이 올라가는 국민들이 더 좋은 주택을 구매하도록 유도하여 "주거 이동 사다리"를 확대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식도 같이 취하는 중이다.


공공주택이라는 이름 때문에 한국의 임대 아파트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의외로 싱가포르는 중형 위주로 공급하고 있다. 2018년 3월 기준으로 공공주택 중 방 3실 아파트가 24.2%, 방 4실이 41.9%, 방 5실이 24.3%일 정도이고 방 2~3실 중심으로 공급하던 시절은 1970년대 당시 아직까지 주택이 크게 부족하던 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찾아볼 수 있다. 재건축 대상 주택 소유자의 경우에는 시장평가액으로 보상을 받고 인근에 건설되는 공공주택 우선구매권을 받는 제도도 있는데 요즘 한국에서 부동산 시장 얘기가 나올 때마다 재건축 떡밥이 나도는 만큼 중요한 참고자료로 사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싱가포르 주택 정책에 대한 비판도 꽤 있는 편이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공적연금인 CPF가 주택구입자금에만 집중하고 있다 보니 노후생활 자금 문제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도 있고 그 때문에 지원금 축소 논란이 매번 벌어지고 있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그래서 21세기 이후는 점차 개인부담율이 높아지고 있다. 또 하나는 매월 이자 부담율이 1%  밖에 되지 않는 CFP 주택구입자금을 대출받아 수익이 더 높은 공공주택의 재판매 물건을 구입하거나 아예 민간 주택을 구입하는 등 이러한 공공주택 재판매에 대해 공적 자금 지원의 형평성, 투기 문제가 따라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간 금융 기관들은 시장 개방 압력을 지속적으로 넣으며 관치금융에 대한 저항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그러한 문제점들이 좀 존재함에도 싱가포르 주택 정책이 굉장히 독특함과 동시에 어쨌든 성공을 거둔 것은 자가소유와 복지국가 사이의 관계를 잘 정립했던 것도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자산으로서 주택을 소유하는 의미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일찌감치 자가소유 사회를 추구하여 마침내 서구 복지국가들보다도 더 높은 자가소유 비중을 달성하게 되었다. 뭣보다 리콴유가 주택과는 무관한 공적연금인 CPF를 의도적으로 자가소유 확대의 핵심적인 기제로 활용하여 공공주택 부문과 사회보장체제를 경제발전이라는 목표를 위해 효과적으로 통합한 것은 다른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조일 것이라 독보적이라 볼 수 있다.


요약하자면 리콴유는 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을 위한 전략으로 의도적으로 자가소유를 확대해왔으며 공공주택 구입에 한해 CPF 자금을 사용할 수 있게 하였으며 그리고 그 결과 싱가포르는 자가소유와 복지제도를 결합한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색다른 노선을 취하게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현재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문재인 정부 이후 계속 추락만 거듭하고 있는 중인데 마침 여야에서 몇몇 한국 정치인들이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싱가포르식 주택 정책을 공론장에 끌고 오고 있으니 더더욱 이 사례에 대한 연구와 검토가 반복되어 계승할 부분과, 비판해야 할 부분을 찾아 한국만의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일이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 본다.


해외의 정책 모델 사례를 더 보고 싶으면?:


https://brunch.co.kr/@a346abd5a67a4ed/520

https://brunch.co.kr/@a346abd5a67a4ed/553

https://brunch.co.kr/@a346abd5a67a4ed/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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