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장 좋은 사람
자신에게 좋은 사람인지의 여부는 고난이 닥쳤을 때 확연해진다.
그때서야 비로소 뿌옇게 수증기가 낀 자아의 거울을 닦고 영혼을 선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
어려울 때 힘이 되는 친구가 좋은 친구인 것처럼
고난이 닥쳤을 때 정신에 단단한 갑옷을 입혀주는 영혼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자신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다.
공적이든 사적이든 모든 일은 영원한 질서가 이끌어 가지.
그러므로 모든 것은 용감하게 견뎌내야 하는 거라네.
그것은 흔히 생각하듯이, 모든 것이 우연히 일어나기 때문이 아니라네. 모든 것은 찾아오는 것이거든.*
삶을 살면서 우연히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일도
실은 우리에게 찾아온 일이다.
우리에게 찾아온 일 중 가장 무겁고 버거운 것을 고난이라 부른다.
삶의 크고 작은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마치 우리를 시험하고 단련시키려는 것처럼 찾아온 고난,
그 고난을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 갑옷의 강도가 결정된다.
고난의 해석
고난은 삶을 걸어가는 사람이 넘어야 할 산이다.
산은 우리가 걸어 나가야 하는 길을 막고 우뚝 솟아 있다.
산을 오르지 않고자 에움길로 돌아서도 종국에는 더 높고 험한 산을 만난다.
회피한만큼 몸집이 커진 고난을 감당해야 한다.
한 가지 고무적인 사실은 우리에게 찾아오는 일에는
'영원한 질서*'가 있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삶에서 고난을 맞닥뜨린 사람은 '영원한 질서'를 모른 채
해갈에 급급하다.
그러다 몇 번의 고난을 겪으며 삶의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그 안에 '숨은 질서'를 발견하기 시작한다.
산을 처음 오를 때,
가파른 절벽과 솟아오른 바위에 압도되어
헤매며 길을 찾지만,
두 번째는
몸은 비탈길에 적응하고
정신은 가야 할 방향을 기억한다.
여러 번 올라 험난한 산길에 익숙해진 사람은
산새를 넓고 멀리 조망하는 시야를 가지게 된다.
가파른 길을 넘기 위한 자신만의 속도를 알아내고,
힘의 강약, 나아감과 쉼의 호흡을 감각적으로 조절한다.
그 과정에서 '영원한 질서'를 발견하고
'삶의 원칙'과
'삶의 이정표'를 세운다.
고난의 순간을 의연하고 용기 있게 처리한다.
고난은 우리가 가진 원석을 황금으로 변화시켜 주는 과정이다.
금광에서 채굴한 광석에는 불순물이 혼합되어 진정한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광석이 고온의 불길에 닿아 정련되어야 불순물이 제거되고, 순수한 금만 남는다.
고난은 금의 가치를 절하시키는 불순물을 태워버리고,
고귀한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한다.
고난을 견딘 자는 환경에 부식되지 않는 아름답고 강한 황금의 영혼을 내면에 품게 된다.
고난의 불길에 제련되고 정제된다.
뜨거움을 인내하는 동안 감각은 고난에 맞서 강해진다.
평소에 정신을 점령하던
나태와 나약, 불만과 불평을 불살라 버린다.
고난은 인간의 정신을 잘게 갈아 가루로 만든다.
정신이 가루로 될 때 고난은 무게를 잰다.
가벼운 먼지 같은 정신은 바람에 날려가게 하고,
무거운 금과 같은 정신은 내면에 가라앉게 한다.
고난이 정신을 가루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금과 같은 정신을 포획할 수 있다.
수만 가지 괴롭고, 가혹한 일들이 일어날 걸세. 그러나 그는 자신의 힘으로 그것을 고르고 순조로운 것으로 바꿀 것이네. 불길은 금을, 불행은 용맹스러운 사람을 만들어낸다네.*
삶에서 만나는 고난은
정신에 박혀있던 원석을 정련하고 정제하여
황금을 만드는 도구이다.
험난한 산길을 오를
정신의 근육을 키우고,
정신의 방향을 깨치는 힘이다.
결국 평범한 우리를
자신에게 가장
특별한 연금술사와 등반가로 만드는 것은
고난을 대하는 태도라는 사실을 기억한다.
*인생철학이야기, 세네카
*사진 출처 : 언스플래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