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아무것도 없던 내가 다시 일어서기까지
나는 13년동안 아이를 돌보던 어린이집 교사에서
새로운 직업으로 제로베이스 상태로
디자이너로 이직을 했다.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는가?
흔히 패션쇼, 눈길을 사로잡는 포스터,
감각적인 영상과 같은 이미지들이 먼저 떠오른다.
나 역시 그랬다.
디자인은 전공자들만의 세계라고 생각했다.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사람들이
무지개빛 색상표 사이에서
세상에 없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영역처럼 느껴졌다.
내가 실제로 해본 디자인이라고는
중학교 시절 싸이월드 사진에
스티커로
내 사진을 꾸몄던 기억이 전부!
그런 내가 어느 날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유튜브에 ‘디자인 독학’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며
시작하게 됐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고,
마우스를 잡는 손마저 어색했다.
직장에서 마우스로 서류 작업을 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하루에 한 획 그리는 일조차 버거웠고,
곡선 하나를 제대로 그리기까지
수 없이 반복해야 했다.
색은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내가 과연 디자인을 만들 수 있을까,
이 길이 맞는 걸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그럼에도 계속했다. 울면서도 했다.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자책하면서도,
컴퓨터 앞에 앉는 일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하루 한 줄씩이라도 진도를 나갔다.
그렇게 매일 한 발씩 쌓아올린 시간들이
결국 ‘감각’이라는 이름의 내공이 되었다.
그 당시에는 쌓이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분명 축적되고 있었던 시간이었다.
빠르진 않아도, 흔들리면서도,
나는 분명 전진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디자인의 원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로고디자인부터 시작했다.
로고에 색상이 3가지 이상 들어가면
시선이 분산된다는 것,
건설회사는 로고제작에서 남색과 금색을
선호한다는 것,
요즘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라인 드로잉이 선호된다는 것 등을
강의와 실습을 통해 익혀갔다.
로고디자인을 찾는 고객 대부분이
창업을 앞둔 소상공인이라는 것도
강의를 들으며 알게 되었다.
그래서 로고를 만들고 난 뒤
자연스럽게 명함이 함께 필요하다는
흐름도 이해하며.
명함 디자인도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명함에는 온라인 판매나 홍보를 위해
홈페이지 주소를 넣는다는 걸 알게 되면서,
홈페이지 제작까지 배우게 되었고,
이후에는 제작된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SNS 광고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이어서 익혀갔다.
요즘 마케팅의 중심은 인스타그램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인스타 마케팅까지 공부하게 됐다.
처음엔 내게 어울리지 않는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전혀 모르던 세계라
더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잘 모르는 만큼 더 많이 질문했고,
답을 찾기 위해 끝까지 파고들었다.
그 시간들이 나를 바꿨다.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그 시간들이
결국 나만의 일을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시작한 지 1년이 지나고 보니,
처음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세 개의 사업이
내 손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로고 디자인, 홈페이지 제작, SNS 마케팅까지.
모두 연결된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된 결과였다.
디자인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예쁜 옷을 고르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고민해본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디자인을 시작할 수 있다.
디자인은 결국
‘아름다움과 실용성 사이의 조화’를 찾는 일이다.
평범한 일상에서도 그 감각은 이미 훈련되고 있다.
디자인은 재능이 아니라 감각이고,
감각은 매일 쌓을 수 있는 기술이다.
나는 싸이월드 사진에 스티커붙이기 밖에
디자인을 몰랐던 사람이었고,
서른넷에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다.
그리고 단 1년만에 로고 디자인
300개를 넘게 판매하며
상위 1% 마스터 자격을 얻었다.
제로베이스에서 1년만에 이룬 결과이며
새로운 직업으로 이직이란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지금 시작하는 용기다.
정말 누구든 시작할 수 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꾸준히 한다면
당신도 반드시 해낸다.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해낸 것 처럼
당신은 나보다 더 잘해낸다.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