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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2025년 최고의 고백' (1)

by 수 윤

이번 화는 쓰다 보니 꽤나 길어져

2개의 화로 나누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내용이 길지 않으니 이전 화를 보지 않았다면

정독을 하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글을 잘 쓰고, 못 쓰고 와는 별개의 문제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3월.

누구는 설렘과 기대를

또 누구는 걱정과 불안을 안고

새로움을 맞이하는 달이지 않을까.


나에게는 짝사랑을 한 지

어느덧 7개월이 되던 2025년의 3월이다.

개강을 하기 직전 찾아온 너의 생일마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의 생일을 작년부터 누구보다 기다린 나였지만

여전히 나는 웃지 못했다.


손 편지를 받고 싶다던 너의 말을 기억해

꾹꾹 눌러쓴 서툰 손 편지 하나 전하는 게 전부였다.


내가 웃지 않아야 너는 나를 돌아봐주었고,

내가 웃으면 너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거리를 두면 거리를 좁히는 너였다.

눈치가 빠른 너는

아마도 내가 멀어지려고 한 것을

조금은 눈치챘을 것이다.


너의 얼굴을 보고 싶어

네가 어디에 있든지 상관없이

언제나 달려가던 내가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참 말 같지도 않은 핑계를 대며

너를 보러 가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많다는 진실이 섞인 핑계.

배가 아프다는 거짓말.

몸이 아프지도 않은데 아픈 척하는 내가

독자들도 너무 웃기지 않은가.


그랬더니 너는 내가 있는 카페에 직접 찾아와 주었고,

아프지도 않은 나를 위해 약을 주곤 하였다.


그렇게 3월의 추위가 무색해질 즈음

벚꽃이 피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계절이

머리를 빼꼼 내밀었을 때

주변사람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리고 모두가 짠 듯이 같은 말을 내뱉었다.

.

.

.

"수윤아, 그만해라. 많이 했다."

"형 이제 그만해요."

"아, 이제 포기해~~"

.

.

.

내 사람들이면서,

날 위한다면서

어쩜 다들 그리 내 마음을 모르는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한 사람도

'한 번만 더 해봐. 좀만 더 해봐.'

라는 말 한마디 못해주는지.


아무리 나를 생각해서 꺼낸 말이라고 해도

그 말들은 나를 더 화나게 만들었다.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 뿐이었다.


표현이 부족했던 걸까.

확실함을 주지 못했던 걸까.

수 백번을 되뇌고 또 되뇌었지만,

정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때로는 정답을 모르는 것이 나을 때가 있다며

매일 아침마다 새롭게 다짐을 하고,

다시 초심을 잡았다.


물론 다짐은 새벽마다 무너지기 마련이었다.

.

.

"처음부터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그녀의 곁을 지키는 것밖에 없었다.

.

.

"솔직히 둘이서 있어본 적도 없고,

작년도 매 순간이 시험기간이었는데.

난 아무것도 한 것이 없을지도 몰라.

어쩌면 내가 가장 잘하는 표현마저도."


"그러니까..

한 번만 더 해볼래.

조금만 더 해볼래."

.

.

매일을 연락했고, 매일을 함께했다.

좋아하는 티도 숨기지 않았다.

서툰 표현마저도 사랑이었다.

그녀가 힘들 때 옆을 묵묵히 지켰다.

(그녀가 뭣도 아닌 사람들 때문에

아프지 않기를 바랐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아직

그녀가 왜 나를 받아줬는지 모른다.

그건 그녀만 알겠지만 아마도 예측하건대

좋아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그녀의 곁을 지켰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이것은 나의 상상이다.


그 이후 우리는 둘만의 시간을 많이 보냈다.

낮에는 벚꽃도 같이 보고,

(사실 밤에도 보았다.)

밤에는 같이 도서관 가서 공부도 하고,

새벽에는 집에서 가져온 과일을

캠퍼스 벤치에 앉아 나눠 먹었다.


"너 딸기 좋아하잖아."


행복했던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역시 오래가진 않았다.


그러고 시간이 꽤 흘러

그녀는 과팅을 나가게 되었고,

매 1분 1초가 애가 탔던

나의 모든 상상력은

고백해야겠다는 결론으로

나를 이끌어 주었다.


그녀 옆을 매일 지키고 있는 내가

'좋아해.'

말 한마디 못 한다는 게

스스로가 너무나도 바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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