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2 어머니와 스테이크 하우스

보글보글 물 끓기 3분 전

by 차준생


지난 이달 초 어머니 생신이었다.

다행히 그날은 업무도 일찍 끝낼 수 있었고,

그렇게 사무실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는 조금 일찍이 회사를 나와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 하기로 했다.

그렇게 먼저 식당을 예약해 놓을 생각으로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보쌈이랑 옹심이 드시러 가실래?, 어머니 좋아하시잖아 그 집."

"아니, 아웃백 가자, 엄마 아웃백 가보고 싶어."

"응? 아웃백?, 못 갈 것도 없지만, 좀 뜬금없네, 스테이크가 드시고 싶으시면,

스테이크 괜찮은 집 아는데, 그럼 거기로 가실래요?"

"아니, 그냥 아웃백 가,

그런데는 나 같은 노인은 가면 주문도 못하니까, 아들이랑 가야지"

"아이고, 해외도 잘 다니시는 분이 아웃백도 못 가신다니 웃기네요."


조금 의외였다. 설마 어머니가 아웃백을 가고 싶어 하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보통 어머니는 양식보다는 한식, 빵보다는 밥을 선호하시기에 더욱이 그랬다.

그렇게 가까운 아웃백 매장을 찾아 예약하고는 서둘러 어머니를 모시고

아웃백에 방문을 했다.


보통은 메뉴 설명은 잘 듣지 않는 편인데, 어머니도 계시고 하니

천천히 점원이 설명해 주는 메뉴 설명을 듣기로 하고 잠자코 있었다.

친구들과 올 때는 잘 못 느꼈는데, 생각보다 선택 사항이 많았다.

'아, 이래서 어머니가 어려워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웃백이 국내에 들어온 지 아마 20년 가까이 되었을 것 같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쯤 아웃백과 더불어 여러 패밀리 레스토랑들이

한참 인기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20여 년간 단 한 번도 어머니를 모시고 아웃백에 와 볼 생각을 안 하다니...

항상 어머니는 한식을 좋아하신다는 어떤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머니는 밥을 좋아하시니까...'


아마도 아닐 텐데, 어머니도

어떤 날은 스테이크도 드시고 싶고,

어떤 날은 스시도 드시고 싶고,

어떤 날은 파스타도 드시고 싶으셨을 텐데...


"어때요? 아웃백의 식사는 만족하셨어?"

"에이~ 보기보다 먹을 것도 없고 별로네..."

"푸하하, 또 그러신다, 다음에는 인도요리 먹으러 가요, 나 자주 가는 집 있어,

그 집, 라씨라고 인도식 요거트 음료가 있는데, 맛있어요!"

"엄마도 라씨 뭔지 안다. 너는 인도도 안 가봤잖니?"

"참나... 아들 좀 보내줘 봐요. 혼자 다니지 마시고..."

.

.

.

참고로 변명을 해보자면,

기분에 따라 달라지시겠지만, 어머니는 정말 한식을 제일 선호하신다.

keyword
이전 12화#11 솔직하지 못한 '죽는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