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책 <주주> 감상문
나는 어릴 적 '요시모토 바나나'작가의 글을 좋아했다. 내가 느끼는 '요시모토 바나나'작가의 글은 과장되지 않고 주인공이나 작품 내에 있어 큰 사건이 일어난다고 해도 늘 덤덤하게 묘사하는 느낌도 너무 좋아했다. 그녀의 작품 중 흔치 않은 장편 <암리타>에 마지막 '삶은 쉼 없이 흘러갈 뿐...'이라는 대목이야 말로 그녀의 글을 대표하는 글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무리 삶 안에서 큰 사건 사고가 있었다고 한들 그 또한 흘러갈 뿐...
그녀의 작품들에는 특이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녀가 그리는 가족의 모습은 양친이 전부 계시는 온전한 형태의 가정의 모습을 잘 그리지 않는다. 오늘 얘기할 <주주>에서는 마쓰코의 아버지와 주인공'마쓰코' 그리고 입양된 사촌 오빠'신이치'가 주주를 운영하는 가족이다. (마쓰코의 어머니는 가게에서 쓰러져 돌아가셨다.)
하지만 이런 온전치 않은 모습일지라도 대체적으로 화목하게 그려내는 것 또한 그녀의 장점이기도 하다.
'주주'는 3대째 이어온 스테이크 하우스의 이름이다. 주인공 미쓰코와 그녀의 아버지 그리고 그녀의 가정에 입양된 그녀의 옛 연인이자 사촌인 '신이치'이렇게 세 사람이 함께 꾸려나가고 있는 식당이다.
(참고로 '주주'의 단어적 의미를 번역하자면, 고기 굽는 소리 '지글지글' 정도의 표현이라고 한다)
이런 '주주'를 둘러싼 소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야말로 '인간군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문제적 인물 '신이치'
내가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는 바로 '신이치'라는 인물이다.
신이치는 주인공 '마쓰코'의 사촌 오빠로 어릴 적 부모님의 이혼을 계기로 마쓰코의 부모님에게 입양된다.
그렇게 입양된 '신이치'는 10대 시절 '마쓰코'와 사랑에 빠져 연인이 된다. 그리고는 마쓰코가 열입곱이 되던 해, 사랑의 결실을 갖게 된다.(????) 하지만 '신이치'는 어렸고, 또 두려웠다. 그런 나머지 출산을 결심한
'마쓰코'에게 철없는 짓을 한다.(작품 내에서는 '엄청난 짓'이라는 묘사뿐 구체적으로 설명되진 않는다.)
이러한 여러 가지가 과도한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결국 '마쓰코'는 유산하고 만다. 그와 동시에 자연스럽게 둘은 헤어진다. 하지만 그 후 몇 년 동안 '신이치'는 '유코'라는 여성과 만나 결혼하기 전까지 '마쓰코'의 집 별채에 거주하며, 스테이크 하우스 '주주'의 일을 돕고, 마쓰코의 아버지께 이런저런 것들을 배워 나간다.
그렇게 '신이치'는 스테이크 하우스 '주주'를 물려받아, 4대째 '주주'의 새로운 주인이 된다.(????)
나만 '신이치'의 존재가 납득이 안 되는 것인가?,
내가 마쓰코였다면 옛 연인을, 또 자신에게 심신의 상처를 안겨준 상대를 집에서 매일 봐야 된다는 사실에 도무지 버틸 수 없었을 것 같다. 또한 그를 용서하고 포용하여 '주주'의 4대째 주인으로 인정하기까지 하다니...
내가 마쓰코의 아버지였다면 거두어준 은혜도 모르고 자신의 딸에게 몹쓸 짓을 한 '신이치'를 진작에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 내쫓았을 것 같은데, 물론 마쓰코의 아버지는 '신이치'를 진심으로 아들로 여기고 사랑하는 아주 훌륭한 인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 그에게 가업인 '주주'를 물려주는 것이 가능한가?...
내 사고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떤 일본과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일지도 모르겠다.
본 작품 <주주>는 주인공 '마쓰코'와 '신이치'의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는 아니다. 또한 작품 내에서는 이별한 지 시간이 좀 지난 시점으로 '마쓰코'와 '신이치'는 여느 남매처럼 잘 지내고 있다. 진짜 시간이 약일까?
그렇기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를 읽어내리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고, 또 재미있게 읽기도 하였다.
나는 보통 다 읽은 책을 주변인들에게 권하며, 선물로 주기를 자주 하는데, 이 책은 그럴 수가 없었다.
나는 이 작품을 누군가에게 쉽사리 추천할 수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