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메뉴는 요리를 처음 시작했을 무렵,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대단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공주님의 밥상 차리기 대장정' 글의 끝 부분에 넣게 되었다.
이 당시에 요리를 처음 시작하던 무렵이라 쉬운 요리만을 해오다가 갑자기 요리에 자신감이 붙기 시작하면서 난이도 있는 요리가 너무 해보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내 기준에 난이도 있어 보이려면, 메뉴를 한 가지만 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콩나물밥과 (그 당시 여름철이었기에 잘 어울렸던) 오이냉국이었다.
<콩나물 밥 레시피>
사실 정석 콩나물 밥 레시피는 아니고, 자취러들을 위한 간단한 꼼수레시피이다. 하지만, 맛은 정석 레시피와 상당히 유사하다.
1. 콩나물을 끓는 물에 데쳐준다.
2. 따끈한 밥 위에 데친 콩나물을 얹는다. (원래는 밥을 지으면서 그 과정에서 콩나물을 같이 그 위에 얹어 밥을 짓지만, 나는 그 과정을 생략하였다)
3. 표고버섯을 채 썰듯 얇게 썰어주고 양파와 호박, 파를 최대한 작게 썰어준다.(꼭 표고버섯이 아니라 기호에 따라 다른 버섯이어도 된다)
4. 집에 있는 고기를 하나 선택한다.(나는 완성된 소불고기를 작은 크기로 썰어주었다)
5. 고기와 채소를 프라이팬에 함께 넣고 볶아준다.
6. (마지막으로 양념장을 만들어 줄 것이다.) 간장을 넣고 그 위에 참기름을 둘러준다.(비율은 간장 3, 참기름 1 정도)
7. 얇게 썬 파도 넣고 잘 섞어주면 양념장이 완성된다.
8. 완성된 콩나물과 고기와 양념장을 밥 위에 잘 올려주면 완성이다.
<오이냉국 레시피>
1. 오이 2개를 세척한 후, 껍질을 벗긴다.(청오이는 껍질을 다 벗기고, 백오이의 껍질은 듬성듬성 벗긴다.)
2. 오이를 초보자인 경우 채썰기 어렵기에 둥글게 (오이 모양 그대로) 그리고 얇게 썰어준다.
3. 양파를 세척한 후 채 썰듯 얇게 썰어준다.
4. 물 600~700ml 정도를 커다란 볼에 붓고, 썰어둔 오이와 양파를 넣는다.
(물의 개량은 생수병 350ml를 기준으로 나는 두병의 사용했다)
5. 식초와 설탕 소금을 눈대중으로 넣어준다.
비율은 식초> 설탕> 소금 순이다.
6. 간을 맞아졌을 때 간장을 한 두 숟가락 넣어준다.(오이냉국 색깔 내는 용도이다)
7. 마지막으로 깨소금을 솔솔 뿌려준다.
완성!
채소를 썰어내는 게 처음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요령이 없으니 칼을 쥔 손에 힘만 무지하게 들어간다.
하지만, 요리를 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조금씩 요리를 하는데에 나름의 요령이 생기고 채소별로 특성을 파악하게 된다.
양파는 그저 서걱서걱 잘 자를 수 있고,
파도 사각사각 잘 잘리지만 펄액때문에 미끌거리고 끈끈한 부분은 삐끗해서 손 다치지 않게 집중해서 썰어야 하고,
버섯은 버섯 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표고버섯은 나름의 끈끈한 특성이 있다.
콩나물밥은 이게 진정한 치트키이다.
고소하고 입맛 싹 도는 간장이다. 그래서 이 간장은 한번 만들어두면 콩나물 밥에만 쓰이는 게 아니라 종종 전을 구워 먹거나 할 때도 유용하게 또 먹을 수 있다.
한번 만들 때 많이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틈틈이 꺼내먹기 딱 좋다.
마지막으로 각각 완성된 재료들을 예쁘게 올리고 콩나물 양념장을 잘 섞어 먹어주면 된다.
오이냉국은 어려울 줄 알고 만들어보고 싶었던 건데 사실은 국 중에 가장 쉬운 국이었다.
무엇보다 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말 누구나 만들 수 있다고 추천해주고 싶다.
오이는 예쁘게 채를 썰면 더 좋겠지만, 나 같은 초보자에게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공을 많이 들여야 해서 쉽게 둥글게 잘라주었다.
오이냉국은 오이와 양파를 잘 세척해 썰어주기만 하면 거의 반이상은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생수를 들이붓고 오이와 양파를 넣고 식초, 소금, 설탕으로 간을 잘 맞춰주기만 하면 끝이다.
어릴 적 집에서 먹었던 오이냉국 맛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나서 스스로 내가 만들고도 깜짝 놀랐다.
이번에 소개한 콩나물밥 레시피는 잔뜩 꼼수를 부렸지만 맛은 똑같이 맛있다. 밥을 새로 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 시간도 절약되고, 콩나물 밥에 올라가는 재료들을 각각 완성해서 합치면 되는 거라 편하다.
처음으로 두 가지 요리를 한꺼번에 해냈던 터라 간소화한 레시피이지만 만드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배고픔에 굶주리며 긴 시간 끝에 완성된 밥을 한 숟가락 딱 먹는 순간 너무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의 그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나도 해낼 수 있다는 가득 찬 마음과, 긴 시간 동안 만들고 10분 만에 다 먹어치운 빈 그릇을 보며 꽤 허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