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인 수녀님 시집을 읽다가..

by eunice 유니스

이해인 수녀님 시집을 읽다가..


이해인 수녀님의 시들은

참 맑고 순수하다.


세상살이에 삶도 맘도 찌든 나는

괜스레 심통이 난다.


황량한 들판에서 비바람에 나부끼며 살아가는 억새풀이

온실 속에서 단아하게 향기 풍기는 백합을 바라보며

부러워하다 못해 시샘하듯


내 안에서 퉁명스럽고 못난 마음이

툭 밖으로 떨어져 나온다.


그리곤 이내

부끄러워져서

삐딱하고 모난 마음을 주섬 주섬 다시 주워 담는다.


내가 알 수 없고, 헤아릴 수 없는

그녀만의 아픔과 고통이 있을 텐데..


여든이 다 되도록 길고 긴 시간 동안

여전히 맑고 향기롭기 위해

마음과 시간을 기도로 갈고닦았을

그 처절하고도 눈물로 얼룩진 뒷모습,


마치 우리는 볼 수 없는 달의 뒷모습처럼

그저 태양이신 신의 빛 반사하여

밤하늘에서도 환히 세상을 밝히는 달빛의 아픔과 고독을

미쳐 헤어리지 못한

나의 어리석음을 질책하며

다시 조심스레 시집을 읽어나간다.


나도 그녀 나이가 되었을 때

그렇게 맑고 투명하고 향기로울 수 있을까?


자신은 없지만

기도해 봐야지..


뜨거운 모래 속에서 투명한 유리구슬 만들어지듯

하늘나라 갈 때에는

깨끗하고 영롱한 유리구슬 한 알 되어

신께 바치게 해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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