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아낼 문장을 고른다.
손끝이 차가워질 때까지 동네를 걷는다.
그러다 심심해지면
내보이지 못할 연약한 문장들을
써내려 가며 걸었다.
걸음 수가 무색하도록 많은 걸 토해내고서야
온전히 내 마음하나
담아낼 문장을 고른다.
여러 갈래로 찢어진 문장에는
더운 날은 타오르는 청춘의 감기가
추운 날은 나를 시리게 했던 것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그나마 소개하고 싶은 마음 따뜻해지는 말이라면
공원의 노란 불빛의 따스함과
늦은 밤 벤치에서 꽃 피우는 청춘들의 잡담 같은
낭만이 되겠지.
그렇게 문장을 고르고
새로운 것을 떠올리는 다급한 걸음에도
나는 천천히 동네를 바라본다.
우리의 저녁,
짧은 다리로 걷는 강아지
손잡은 젊은 부부
웃는 얼굴의 노인들
묵직한 가방을 메고도 해맑은
우리의 학생들.
마음 벅차오를 정도로 따스한
그 얼굴들이 곧 나의 동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