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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옫아 Apr 28. 2023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아, 맞다 내 눈!

오드아이 예비 신부의 웨딩촬영 기록

이 이야기는 앞으로 제가 연재할 제 실제 이야기들입니다.

본 글은 오드아이로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기 위해 쓰여진 글들 중 아홉 번째 편에 해당합니다.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나의 연두색에게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나를 알아주는 사람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글을 쓸래요, 난.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근데 그게 뭐라고?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안녕, 오드아이.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다른 눈으로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같음과 다름의 사이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나의 일부이자 전부 (brunch.co.kr)




지난 5월, 결혼 준비를 시작하고자 웨딩박람회에 참석했다. 웨딩플래너와의 상담을 통해 일명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계약을 진행하던 중, 플래너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신부님, 웨딩촬영할 때 렌즈 끼실 건가요?


보통 이런 질문은 낮은 시력으로 인해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십중팔구일 것이다. 다만 나는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10년 전 라섹 수술 이후 나는 시력을 위한 별도의 안경을 착용하지 않는다. 플래너가 내게 그 질문을 한 이유는 바로, 남들과 다른 눈 색을 지닌 나의 왼쪽 눈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오드아이 사람이라서 그런 질문을 받았다. 플래너의 질문에서는 어떠한 악의도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유도했던 답변은 신부님 모습 그대로 웨딩촬영에 임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방향의 이야기였다. 당시 나는 ‘한 번 생각해 보겠다’고 이야기했으나, 바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별도 렌즈를 착용하지 않고 내 눈 색 그대로 촬영에 임하기로.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내가 내 왼쪽 눈 색을 덮고자 별도의 렌즈를 낀 경험은 중학교 때가 마지막이었다. 무려 15년 전 이후로 낀 적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렌즈를 착용해 나의 본래 눈 색을 가린다는 게 조금 어렵고 낯설게 느껴졌다. 렌즈 착용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지만 그것이 가진 이면, 그러니까 내 멀쩡한 눈을 놔두고 왜 다른 눈 색으로 덮어야 하는지에 대한 거부감이 낮지 않은 강도로 일렁거렸다. 웨딩촬영이야말로 전문적인 사진 촬영일 텐데, 나는 내 눈 색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싶었다. 이게 뭐라고, 이게 뭐 별 거라고. 그리고 조금 더 부수적인 이유를 솔직히 고백하자면, 정신없는 웨딩촬영 과정 속에서 내가 그렇게 불필요한 것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오랜 시간 동안 렌즈 착용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렇게 일말의 고민 없이 나는 웨딩촬영을 준비해왔고, 마음먹은 그대로 별도의 렌즈 착용 없이 웨딩촬영에 임했다.


물론 사전 안내가 필요하긴 했다. 메이크업 담당해주는 직원과 당일 사진 촬영을 진행한 사진 작가 그리고 웨딩촬영 헤어변형 실장에게 나는 나에 대한 설명을 -늘 그래왔듯- 진행해야 했다. 원래 내 눈 색이 이렇고, 어쩌고. 다년간 해왔던 설명인지라 낯설거나 어려운 영역은 아니었지만, 매번 나에 대한 눈을 타인에게 구구절절 설명해야 할 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피로감이 있다. 내가 나인 것에 대해 어떠한 부가설명이 필요한 일인가, 싶지만 그래도. 아직 나와 같은 사람이 대다수의 영역은 아니고, 소수에 불과할 테니. 이와는 별개로 웨딩촬영 경험 자체는 정말 행복하고 즐겁고 신났던 시간이었다.


다만, 문제는 웨딩촬영 이후였다.


찍을 때는 촬영을 그저 즐기느라 미처 고려하지 못했는데, 찍고 나서 불현듯 걱정이 찾아왔다.


아 맞다, 내 눈!





                                                                                        분량조절 실패로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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