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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옫아 May 04. 2023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방어책과 직진

지금까지 그랬듯 계속 씩씩하게 나아가고 싶다, 어느 정도의 방어책과 함께

이 이야기는 앞으로 제가 연재할 제 실제 이야기들입니다.

본 글은 오드아이로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기 위해 쓰여진 글들 중 열 번째 편에 해당합니다.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아, 맞다 내 눈!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나의 연두색에게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나를 알아주는 사람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글을 쓸래요, 난.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근데 그게 뭐라고?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안녕, 오드아이.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다른 눈으로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같음과 다름의 사이 (brunch.co.kr)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나의 일부이자 전부 (brunch.co.kr)





사진 속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오드아이라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혼혈이라고 생각할까, 본인만의 취향이 담긴 렌즈를 한 쪽만 착용했다고 생각할까.

혹은 정확히 ‘어, 오드아이 사람이네.’라고 알아볼까.


웨딩 촬영 이후, 나는 모바일 청첩장에 올라갈 사진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으레 그렇듯 웨딩촬영의 결과물인 웨딩 사진은 모바일 청첩장에 올릴 테고, 그렇다면 나의 지인이 아닌 예비 신랑의 지인들에게도 내 오드아이가 노출되기 때문이었다. 나의 지인들에게는 내가 그동안 내 오드아이에 대해 쭉 설명해 왔기에 큰 부담감이나 걱정은 따로 하지 않았으나, 예비 신랑의 지인은 완전한 타인이고 그들에게 내 눈을 아무 설명 없이 보여준다는 게 덜컥 겁이 났다. 무엇보다 오빠에게 그 부담의 짐을 주고 싶지 않았다. 오드아이 사람의 존재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 또한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는 사람인 오빠에게 나에 대한 부가설명을 타인에게 해야 한다는 점 자체가 꽤 불편했다.


물론 불편하다고 피할 수만은 없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오빠의 가족분들을 뵙기 전에 내가 오빠에게 따로 부탁하기도 했다. 나를 처음 마주하신다면 아마 흔치 않은 오드아이 눈 색을 보시고 놀라시거나 조금 당황하실 수도 있으니 내가 직접 말씀 드리는 것보다 오빠가 사전에 잘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오빠가 중간에 잘 전달해주기도 했고, 나를 맞이해 주시는 예비 시댁분들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인사 드리는 과정 속에서 어려움을 겪진 않았다. 다만 면대면과 달리 비대면으로 노출되고 또 별도 설명을 할 수 없는 환경에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느 방향을 택해야 내가 덜 상처받을 수 있는지 고민했다.


나는 어느 정도의 방어책과 직진을 선택했다.


웨딩촬영 이후, 나는 사설 보정 업체를 이용했는데 이때 나의 오드아이 색이 두드러지게 나온 사진의 경우 양쪽 눈 색을 동일 색상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 꽤 예전부터 거울을 보면서 했던 상상이라 오랜만에 이게 실현된다면 어떨지 궁금했는데, 두 눈 색이 같은 나는 너무도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너무도 내가 아니라서, 겨우 눈 색을 같은 색상으로 맞췄을 뿐인데 이리도 달라서 당황스러웠다. 나뿐만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이 보아도, ‘뉘신지’와 ‘낯설다’를 연달아 말했다. 때문에 기각. 역시 나는 내가 될 수밖에 없구나.


잘 나온 사진들 가운데서 내 오드아이 색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것도 있었으나 꽤 그럴 듯하게 오묘한 빛의 차이 정도로만 느껴지지, 눈 색의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굳이 내가 아닌 모습으로 청첩장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나를 부정하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다만, 하나의 방어책으로 모바일 청첩장 기능 중 ‘사진 확대 방지’ 찬스를 썼다! 수요가 어느 정도 있는 기능인지라 요즘은 대부분 사용하는 기능으로 알고 있는데, 나 같은 사람에게 매우 유용한 기능이었다. 내 눈 색은 드러내되, 더 가까이 알려고 하는 것을 막는 수단으로 쓸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어느 정도의 방어책과 직진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잘 타협했다!


내가 나임에 대해 굳이 증명하거나 설명해야 할 이유가 없을 잘 알지만, 결코 아는 대로 행하기가 쉬운 건 아닌 듯하다. 이번 웨딩촬영과 모바일 청첩장을 준비하는 과정 속 고민했던 것처럼 앞으로도 내가 겪어내야 할 퀘스트가 수두룩하겠지. 내가 나라서 쉽지 않은 순간들이 여전히 많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라는 사실에 부정하지도, 슬퍼하지도 그리고 상처받지도 않고 씩씩하게 나아가고 싶다, 어느 정도의 방어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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