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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옫아 Jun 26. 2023

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내 친구 민달팽이1

울기보다 물기를 선택하도록 도와준, 다름에 맞서게 해준 내 친구 민달팽이

이 이야기는 앞으로 제가 연재할 제 실제 이야기들입니다.

본 글은 오드아이로 살아온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기 위해 쓰여진 글들 중 열한 번째 편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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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나의 일부이자 전부 (brunch.co.kr)





내 인생의 첫 번째 친구,

민달팽이(성이 민 씨라서 이번 글에서는 민달팽이라는 애칭으로 불러보겠습니다)를 소개합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제가 민달팽이를 만난 건 5살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쯤 우리 가족은 대전을 떠나 아빠가 계신 전라도 광주로 이사를 왔고,

우리 아파트 단지 안에 있던 ㅍㄴㅋㅇ 유치원에서 민달팽이를 처음 만났습니다.

물론 대전에서 유치원 다녔던 시절에도 친구들은 있었겠지만,

제가 첫 번째로 인식한 친구는 오직 민달팽이이니, 제 인생의 첫 번째 친구라는 수식어를 조심스럽게, 그리고 기쁘게 그녀에게 주고 싶습니다.


그녀를 내 친구로 인식하게 된 것은 민달팽이가 제게 미친 영향력이 상당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인 여기 우리나라에서 오드아이 사람으로 살아온 지난 30년 세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꼽아 보면, 그건 바로 유치원 때였고 그 시절 민달팽이가 제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입니다.

다름에 예민했던 어린 아이들. 그들이 제게 건내는 악의 없는 말들은 전부 상처였습니다.


너는 눈이 왜 한 쪽과 다른 한 쪽이 다르니.

네 눈 색은 유리구슬 같고 고양이 눈 같아!


순수한 의문 혹은 가벼운 구분으로 시작된 언어들이었겠으나, 제게 닿을 때쯤 모조리 상처로 변해 버렸고 저는 제 존재에 대한 마땅한 변호를 찾지 못해 조금 의기소침했습니다.

아직 자아가 발달하기 너무도 어린 나이라, 내 눈에 대해 나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는데 이를 어떻게 다른 이들에게 설명해야 할지 퍽 어려웠습니다. 그때 제게 힘이 되어준 친구가 바로 민달팽이였습니다.

당당하고 야무지고 밝았던 내 친구 민달팽이는 저 대신 다른 친구들과 싸워주었습니다. 그 멘트도 가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로 “어쩌라고”식의 대변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 근데 다른 게 뭐 어때서.

어쩌라고. 니들 가던 길이나 가.

이런 식으로요.


물론 그 친구가 그리 이야기했다는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적어도 제 귀엔 그렇게 들렸습니다.

기억이란 원래 상대적이고 편집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의 기억에 기록된 그녀의 역사는 정말로 그랬습니다.

저를 대신해서 싸워주는 제 친구를 보며 인생 최초로 감동 비스무리한 걸 느꼈습니다.

그동안 저는 맛있는 것에 유독 강한 아이였는데, 멋있는 것에 대한 세계를 처음으로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유치원 시절, 제 눈 색이 종종 저를 괴롭히긴 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민달팽이라는 멋진 친구를 사귈 수 있었습니다.

민달팽이 덕분에 저는 조금 더 당당해질 수 있었고,

민달팽이의 마인드를 조심스럽게 제 안에 장착시켰습니다.

드라마 명대사 중에 ‘울기보다 물기를 선택하라’는 말이 있던데, 전 민달팽이를 통해 이를 조기교육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민달팽이의 입장도 들어봐야겠지만요!

그렇게 저는 다른 눈 색으로 친구들의 놀림거리 대상이 되지 않도록 울기보다 물기를 택했고, 작고 작아지는 대신 강하고 굳세지는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어떤 모습이라도 저의 존재를 변호해줄 친구, 민달팽이가 옆에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정말로 민달팽이가 제 인생의 조력자가 맞았나 봅니다.

어느 작품에서나 그렇듯 조력자의 등장은 짧고 그 역할은 강렬하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다루기 조심스러운 일련의 사건이 있었고, 그로 인해 한동안 민달팽이를 유치원에서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민달팽이의 부재로 오히려 저는 민달팽이다워졌습니다. 민달팽이가 없다고 해서 다시 예전의 나로 다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그건 민달팽이가 바라는 바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민달팽이가 언젠간 유치원에 돌아와 내 모습을 본다면 꽤 자랑스러워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민달팽이가 알려준 대로, 씩씩하게, 단단하게 유치원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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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아이로 내 인생에서 살아남기 : 내 친구 민달팽이2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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