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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현 Sep 28. 2024

8. 새들의 별미, 꽃잎

<양재천 산책>


양재천에는 식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들도 있다. 봄이 오면 새들도 생기가 넘쳐 즐겁게 지저귀며 부지런히 날아다닌다. 레에첼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울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사라진 암울한 봄의 모습을 그렸지만 다행히도 양재천의 새들은 한껏 봄을 즐기며 행복하게 지저귀고 있다. 그래서 양재천을 걸으며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온갖 봄꽃이 피어나자 새들도 오랜만에 별미식을 즐기려고 나무 사이를 바쁘게 날아다닌다. 새들의 하이톤의 지저귐 소리는 마치 “얘들아, 이곳에 맛있는 꽃잎이 많아. 이리 와!” 하고 친구를 부르는 소리같이 들린다. 

새들이 행복하면 사람도 행복하다. 생태계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천천히 걸으며 새들의 봄축제를 훔쳐본다. 


양재천의 주인은 비둘기들이다. 전혀 사람을 개의치 않고 먹이활동에 열중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주인 행세다. 볼 때마다 비둘기들은 땅에 주둥이를 박고 무언가를 먹고 있다. 단언컨대 양재천의 비둘기들은 비만형이지 못 먹어 야윈 놈은 없는 것 같다. 이들이 무엇을 저렇게 열심히 먹고 있나 유심히 살펴보니 참느릅나무의 씨앗을 주요 양식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참느릅나무는 가을에 꽃을 피워 열매를 엄청나게 뿌리는 탓에 겨우내 새들은 배고플 새가 없을 것이다. 

봄에는 비술나무가 있다. 느릅나무의 일종인 이 나무는 봄철에 꽃을 피우고 또한 엄청난 씨앗을 흩뿌린다. 그래서 양재천의 새들은 식량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실컷 먹은 비둘기들은 수양벚나무 위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여러 벚나무 중에서 유독 맨 앞줄의 나무를 좋아하여 나무 꼭대기에 오르르 앉아있다. 사철 이 나무를 선택하는 것을 보면 벚꽃이 예뻐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확 트인 시야 탓인가? 비둘기도 전망 좋은 집을 좋아하는 것 같다.


좌: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는 비둘기떼     중앙: 느릅나무 씨앗     우: 나무 꼭대기에 앉아있는 비둘기들

    

양재천의 두 번째 주인공은 까치이다. 까치는 높은 곳을 좋아하는 새이다. 높은 나뭇가지에 고고히 혼자 앉는 것을 즐기고 둥지도 높은 나무 위에 짓는다. 사람을 보고도 전혀 개의치 않으며 뒤뚱뒤뚱 걸어가는 모습이 마치 시골 아낙 같은 정겨움을 준다. 

벚꽃이 피면 까치도 벚꽃구경을 나온다. 벚꽃구경을 하는지 사람구경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벚나무 위에 앉아있는 모습이 꼭 혼자의 벚꽃놀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한 까치가 벚나무 위에 집을 지었다. 벚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둥지라니 얼마나 로맨틱한 사랑의 안식처인가. 이런 멋진 곳에 집을 짓는 수컷에게 안 넘어올 암컷 까치가 있을까 실없는 생각을 하며 걷는다.   

  

좌측: 봄 벚꽃놀이에 나선 까치   우측: 벚꽃나무 위에  지은 까치집


양재천의 새봄을 가장 즐기는 새는 직박구리인 것 같다. 직박구리는 식성이 좋다. 새봄에 돋아나는 꽃잎을 가장 좋아하는 새가 직박구리인 것 같다. 그래서 벚꽃이 피는 봄은 직박구리의 세상이다. 직박구리는 비교적 큰 새이다. 이 새들이 어디 있다 이렇게 몰려오는지 벚꽃이 피는 양재천에는 직박구리들의 향연장이다. 찌익~찌익~ 듣기 싫은 소리로 울어대며 벚꽃 잎을 따 먹는다고 정신이 없다.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도 벚꽃을 한 잎 따 먹어볼까 하는 생각이 다 들 정도이다. 

직박구리는 버드나무 꽃에도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뿐만 아니다. 은사시나무에도 직박구리가 몰려있다. 직박구리에게 새순은 다 맛있는 가 보다. 식물은 독성을 가진 것도 많은데, 직박구리에게 물어보고 선택해야겠다. 


왼쪽: 직박구리가 벚꽃 식사를 즐기고 있다. 오른쪽: 직박구리가 버드나무 꽃을 먹고 있다.


물까치가 나무에 앉아 쉬고 있다. 머리에 까만 캡을 쓰고 꽁지와 날개 색이 아름다운 하늘색을 가진 예쁜 새이지만 우는소리는 끼이~ 끼이~ 듣기 싫은 소리를 낸다. 떼를 지어 이동하고 좀처럼 가만히 있는 법이 없는 이 새들이 웬일인지 나뭇가지에 모여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의 식량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양재천에 무리를 지어 날아다닌다. 

    

느릅나무 가지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물까치들


양재천에는 참새들도 많다. 사람들이 참새구이를 좋아하는 것을 아는지 사람에 대한 경계가 가장 심한 새가 참새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려고 하면 포르르 포르르 날아가 버려 카메라에 잡기가 쉽지 않다. 그저 개나리 풀 섶 속에서 짹짹이는 참새의 합창소리를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참새도 참느릅나무 씨앗을 식량으로 삼는지 나무에 달린 씨앗에도 입을 대고 땅바닥에 떨어진 씨앗도 먹는다. 이때도 여간 사방을 경계하는 것이 아니다. 

그 참새도 양재천에 온갖 꽃이 화사하게 피자 참을 수 없는 유혹을 느끼는 모양이다. 개나리에도 앉았고 벚나무에도 앉아 꽃 별미를 즐기고 있다. 

    

개나리 위에 앉은 참새들과 벚꽃 식사를 즐기는 참새들


작은 밤색깔의 새도 나와 식물의 새순 식사를 즐긴다. 밝은 밤색 털을 가지고 있고 눈이 새카만 이 귀여운 새 이름이 궁금하다.     


앙징맞은 밤새



박새는 버드나무 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황금수양버드나무 가지에도 가벼운 몸을 붙이고 있고 버드나무 가지에도 앉아 새 꽃 식사에 열중하고 있다. 


버드나무 꽃을 즐기는 박새

    

이밖에도 작은 새들이 풀숲을 휙휙 날아가거나 높은 나무 위에서 휘파람소리를 낸다. 손이 재빠르지 못해 그 동작을 포착하지는 못하였지만 새들의 지저귐 소리를 들으며 산책할 수 있어 행복한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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