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by 은선



그녀의 작은 눈동자는 햇빛에 바래, 초록색인지 파란색인지 모호해졌다. 낡아버린 하얀 머리칼엔 동백기름을 발라 작은 똬리를 틀고, 그 위에 플라스틱 비녀 하나를 꽂아두었다.
눈동자 사이, 작은 콧구멍이 끈질긴 삶을 원망하듯 벌름거린다.
빛바랜 눈동자에서 물이 차오른다.
먼저 보낸 아들을 위해 떠놓은 정화수가 넘쳐흐른다.

세월이 만들어놓은 물길을 따라 눈물이 흐른다.
이빨이 빠져 푹 꺼진 입속으로, 그 눈물이 쑥 들어가 버린다.
겹겹이 쌓인 세월의 주름에 묻혀 사라진 입에서는 아리랑이 흘러나온다.
한이 서린 선율이 작고 굽은 등을 타고 흘러내린다.

흙속에서 건져낸 감자 같은 손으로 호미를 잡고, 물길을 판다.
아무리 파고 또 긁어도, 비는 오지 않는다.
눈물을 가려줄 빗방울도 없고, 아리랑을 덮어줄 빗소리도 없다.
타는 듯한 햇볕만이 그녀의 등을 달군다.






나를 키워준 할머니의 얼굴이 떠올라서 써봤다.


자식을 낳아보니 부모님 먼저 보내는 것보다

자식이 먼저 가는 것이 더 한이 되는 걸 알았다.

그때는 몰랐다 아빠를 잃은 내 슬픔이 할머니의 것보다 큰 줄 알았다.

할머니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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