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ri Sep 27. 2024

자식을 위해 헌신하지 마세요

  근래 들어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가 “워킹맘들은 바빠서 아이들 케어를 잘 못하니 같이 어울리지 말아라”라는 말입니다.  

 며칠 전 뉴스에서 “엄마가 점수 깔아줄게... 수능 보는 학부모”라는 제목의 기사를 봤습니다. 수능이 중요한 시험인 건 맞지만 ‘부모가 점수를 깔아주면서까지 아이의 수능 등급을 올려줘야 하나?’라는 의문이 듭니다. 


  악기를 전공하려고 하면 기교적인 연습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지만 몸에 힘을 빼는 연습부터 합니다. 

 피아노 학원에서 열심히 치던 '하농'과 '체르니'도 결국에는 손가락 힘을 빼는 연습입니다. 몸에 힘이 빠져야 예쁜 소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음악 시간에 학생들에게 악기를 가르쳐주면 '잘하고 싶다'는 마음에 힘으로만 연주하려고 합니다. 시계추가 일정한 시간적 간격을 가지고 움직이듯이 리듬이 잘게 쪼개져도 박자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지만 힘으로만 연주하려고 하니 절름발이식 리듬을 연주하다가 결국에는 기본 박자가 무너지게 됩니다.


  빨리, 잘하려는 마음이 강할수록 잔뜩 긴장하게 돼 몸에 힘이 가득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면 결코 좋은 소리를 낼 수 없습니다.

 저는 자녀 교육도 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잘하려고 하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요즘 부모님들은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자녀가 이 시간이면 어디서 뭘 하는지, 교우관계는 어떤지, 지금 누구랑 사귀고 있는지 등등 자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내 아이의 24시간을 감시합니다.


  연인관계뿐만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에도 밀당이 필요합니다. 

 연인의 뭐든 걸 알려고 하고 뭐든 걸 말해주지 않으면 서운함을 느낍니다. 상대방은 그런 나에게 “숨 막힌다”라고 말하며 이별을 고하죠.

 아무리 연인 관계여도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 줘야만 오래갈 수 있습니다. 때론 알고도 모른척해줘야 할 때도 있죠.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많이 알려고 할수록 더 숨기게 되는 게 사람의 심리인 것 같습니다. 


  자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내 한 몸 바쳐 헌신하지만 그게 자녀를 위한 길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겪어야 할 몫의 어려움을 부모가 대신 해결해 주면 아이는 부모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마보이, 마마걸이 됩니다.


  요즘 남편들 이혼사유 1위가 처가 간섭이라고 합니다. 회사에 퇴사한다는 전화를 엄마가 대신해 준다는 글을 본지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는 결혼 생활도 엄마가 간섭합니다. 

 부모가 나서서 자녀의 일을 대신해주는 것은 자녀를 독립된 성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으로 만드는 길입니다. 

 인공지능이 탑재돼서 있어 똑똑하지만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없고, 로봇이니 주인의 명령을 기다리며, 명령한 데로만 수행합니다.


  자녀의 인생과 나의 인생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녀와 나는 독립된 인격체입니다. 내가 낳았다고 나랑 자녀를 동일시하면 안 됩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쏟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자녀에게 애정이 생기고, 애정이 과해지면 집착하게 됩니다. 내 모든 것을 준만큼 상대방도 나에게 뭐든 것을 주기를 바랍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합니다. 엄마의 삶을 포기한 채 아이에게만 올인하면 평생 아이의 인생에 간섭하고 싶어 집니다.  

 아이에게 헌신하면 할수록 아이가 고마워할 것 같지만 아이는 “부모니까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니야?”라고 생각합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호구인 줄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뭐든 적당한 것이 좋습니다. 너무 잘해주면 그게 당연한 줄 압니다.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기 위해서는 적당히 고생도 해봐야 합니다. 그래야 고난을 이겨내고 목표를 이뤘을 때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엄마는 이런 것도 해주는데…”라는 말에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습니다. “그건 그 엄마의 스타일이고 나는 나만의 스타일이 있다”라고 말하고 넘기시면 됩니다. 

 엄마에게 이 말을 듣은 순간 아이는 서운한 감정이 들 수도 있지만 이런 경험이 반복적으로 쌓이고 쌓여야 이런 성향의 사람은 이렇게 대해야 하고, 저런 성향의 사람은 저렇게 대하면 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됩니다. 


  내가 에너지가 있어야 아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습니다. 남들만큼 못한다고 미안해할 필요 없습니다. 남들만큼 못해준 만큼 대신에 다른 부분에서 남들보다 더 많이 해주고 있을 테니까요.

 금전적으로 많은 지원을 해주지 못하면 정서적 지원을 많이 해주면 됩니다. 아이는 돈으로만 키우는 게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부모가 똑똑해야만 아이를 잘 키우는 것도 아닙니다. 


  부모의 이상을 아이를 통해 대신 실현하려고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내 이상은 내 시간과 돈을 들여 내가 이뤄야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부모의 이상과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아이에게 부모의 대리 인생을 살게해서는 안됩니다.

이전 21화 "아무 생각 없는데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