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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아래 Apr 07. 2023

비행기에 대한 단상

일본 출장 후 귀국 길 기내 좌석과 권력

비행기를 탈 때마다  내 자리는 항상 비행기 날 개 옆.

하네다에서 김포로 향하는 이 날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맨 뒷자리다. 일정에 쫓겨 표를 구하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나 보다.


한일 노선은 비즈니스클래스가 최상의 자리다.

맨 뒷자리에서 보면 맨 앞자리부터 내 앞까지 훤히 보인다.


이 비행기에서 내가 본 서열은 이렇다.

비즈니스석이 최상위, 2위는 비상구나, 유아석이다. 두 발을 쭈욱 펼 수 있으니 비행 내내 몸 이 자유롭다. 예전에는 발 빠르게 예약해서 비상구 옆자리에 자주 앉곤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추가 요금을 더 내야 되는 자리로 바뀌었으니 돈 없는 나는 서럽다. '이게 자본주의야'하며 스스로 마음을 다독인다.


나머지 자리 일명 '이코노미클래스'도 다 같은 게 아니다. 그중에서도 복도 쪽이 그나마 창가보다 낫다. (내 주관) 그래도 한쪽 몸은 자유롭고 화장실 다니기도 편하다. 최악은 중간에 낀 자리. 화장실 가기도 불편하고 팔걸이도 할 수 없어 비행하는 동안 몸이 경직된다.


그러나 가끔은 그런 자리를 괘념치 않는 경우도 있다.

오래전 일이다.

프랑크프루트 발 인천행 비행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중간에 낀 자리였다. 13시간 이상의 장거리 비행.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한참을 자다 깨다를 반복해도 시간은 더디게만 가고 있었고, 몸은 마른 장작처럼 뻣뻣해지고 있었다. 그때 옆자리(역시 낀 자리)에 앉아있던 여려 보이는 금발의 젊은 아가씨가 잠에서 깨어났다. 찌뿌둥한지 갑자기 그 좁은 공간에서 본인의 한쪽 다리를 수직으로 하늘로 쭈욱 뻗어 올렸다. 순간 '이건 뭐지, 얘 뭐야'하며 놀랬다. 곧이어 다시 반대쪽 다리를 쭉 뻗으며 몸을 내 쪽으로 스트레칭을 한다. 그 순간 낯설어하는 내 눈과 마주쳤다. 그녀는 멋쩍게 웃었다. 도저히 궁금해서 그녀에게 용기를 내 물었다. 도대체 너의 정체가 뭐냐고. 그제야 그녀는 어리둥절하는 나에게 자기소개를 해줬다. 그녀는 루마니아 체조 국가대표 선수였다. 평소 친분이 있던 손연재 선수 갈라공연에 초청되어 한국에 오는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이었으니, 낀 자리인들 무엇이 그녀를 불편하게 했겠나 싶었다. 덕분에 사진도 찍고 사인도 받으며 장거리 비행을 덜 지루했던 경험이 있다.




이 글은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 길, 맨 뒷자리에 앉아 비행기와 관련한 단상이다. 옛날 추억과 함께 '자리도 권력'이구나 하는 생각을 정리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자리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그래서 자리는 자본력, 권력이라는 생각. 그렇다고 돈이 많은 게 당연히 죄이거나 불편한 게 아닌 건 분명하다.


그냥 가끔씩 오늘 같이 비행기 탈 때마다 '나도 언젠가 비즈니스 타고 다녀야지 분발하자' 하며 셀프 동기부여를 해볼 뿐이다.


맨 뒷자리가 주는 편리함도 하나 있긴 다. 화장실이 가까워서 편리하지만 조금 심란하기는 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먹는 아시아나 기내식이 반갑기는 하다. 이제 슬슬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착륙 전에 잠깐이라도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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