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손님이 더 잘 아는 내용이다. 계산을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실천은 쉽지 않아 보였다.
아무래도 콜라는 마음에 걸렸는지 조금 더 건강해지기로 한 손님은 이제 맥콜을 먹기 시작했다.
"콜라보다는 맥콜이 낫겠지?"
"아무래도 그렇겠죠?"
사람은 자고로 마음이 편안해야 육체도 건강한 법 아니겠는가? 비록 내가 죄를 질지언정 손님은 위안이 필요해 보였다. 육체와 정신이 편안해지는 맥콜을 한동안 꾸준히 먹던 손님이 맥콜이 아닌 사이다를 계산대에 내려놓을 때는 마치 건강음료라도 사는 듯 스스로를 대견해하는 느낌이었다. 커피 또한 평소 즐기던 믹스 대신 블랙을 골랐다. 드디어 건강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얼마 안 되어서는 탄산음료를 일체 멀리하고 매일 우유 500ml를 사는 더할 나위 없는 최상의 경지에 이르렀다.
"내가 이제는 우유만 먹으려고. 건강 생각해야제. 앞으로는 탄산 절대 안 먹어!!"
"생각 잘하셨어요. 관리하시면 좋죠."
스스로 다짐하듯 굳은 의지를 보이는 손님을 응원하고 싶었다.
우유와 블랙커피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던 어느 날, 노란 커피믹스 한곽을 계산대 앞에 내려놓으며 행복한 죄를 짓는 마냥 민망한 표정으로 나를 힐끔 쳐다볼 때는 아버지뻘 손님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안 되겠어!! 다른 건 마시나 마나야!! 이것 먹어야 먹은 것 같지. 블랙이고 스위트고 나발이고 다 헛것이여"
"하하하 그쵸?? 저도믹스 먹으면 그렇게 달달하고 기분도 좋고 피로도 더 풀린 것 같고 그렇더라고요."
"그러게 말이여. 다른 건 먹어도 기분이 안 나!!"
손님의 죄책감을 덜어주고자 같이 커피믹스를 예찬했다. 맞장구를 쳤지만 일이 틀어지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까? 손님은 우유 500ml를 계산대에 올리고는 뒷짐 진 손에서 슬그머니 콜라 한 캔을 나에게 보였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그냥 콜라를 먹을 때보다는 이렇게 우유 마시고 콜라를 마시면 더 건강하겠지? 좋은 것 하나, 나쁜 것 하나 같이 마시면 쌤쌤 아닌가?"
불길한 예감은 항상 맞는 법이지. 이렇게까지 애쓰는 손님의 귀여운 발상에 그만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그런 나의 반응을 천 번이고만 번이고이해한다는 듯 같이 호탕하게 웃으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그렇네요. 몸도 건강해지고 마음도 편안해지니 1석 2조네요??"
"그렇지."
원하는 대답을 들어 아주 만족한 손님은 발걸음도 가볍게 나갔다.
죄책감이 사라져서일까? 손님의 행보는 더 대담해졌다. 다음날엔 사이다 한 캔을 당당하게 내려놓으며 또 다른 계획을 알려주었다.
"오늘은 사이다로 시작하고 이따 우유로 희석하려고"
이제는 순서마저 바뀌었다. 어제에 이어 서로 목청껏 웃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오죽하면 이러실까, 더 이상 말릴 재간이 없다는 걸 알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다.
"그러면 잊지 말고 이따 꼭 우유 드세요."
긍정의 대답을 회피하는 손님의 다음 계획은 무엇일까? 야심 차고스펙타클한 건강 프로젝트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