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제발, 제발!! 선에 걸쳐라!! 어??
아니면 칸 밖으로 벗어나던가!!'
나의 간절한 바램과는 달리 수진이의 돌은 안정적으로 네모칸 안에 들어갔다.
'가시네. 진짜 죽지도 않고 잘하네'
수진이는 깨금발 띠기로 돌이 떨어진 앞까지 도착했다.
'금(선) 밟아라!! 넘어져라!! 제~~ 발~~'
나의 온갖 저주에도 불구하고 수진이는 이번에도 안정적인 자세로 돌을 집어 들고 깨금발로 끝까지 돌아왔다.
그말즉슨 이번에도 또 수진이가 한다는 뜻이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종국이와 쌍둥이들이 구슬치기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언니들이 고무줄을 하고
수진이와 나는 사방치기를 하고 있다.
가위바위보로 정한 순서에서 수진이가 이겨 먼저 시작했는데 이넘의 가시네가 얼마나 잘하는지 죽지도 않고
혼자서 몇 판째 계속하고 있으니 내 속이 다 타고 애간장이 녹아내릴듯하다.
"야 수진이 너 혼자 다하냐? 이러다 쉬는 시간 다 가겠다. 너만 하고 들어가겠다고!"
"내가 잘하는 걸 어쩌냐? 억지로 죽기라도 하란 말이냐?"
수진이 말이 다 맞는 말이지만 난 자꾸만 짜증이 난다.
짜증이 가득한 내 표정에도 아랑곳 않고 또 돌을 다음 숫자 위에 사뿐히 던져 넣었다.
가랑이를 벌린 채 양발로 1번과 2 번위에 서더니 3번과 4번을 깨금발로 연속으로 통과하더니
돌이 놓인 5번을 지나 역시 깨금발로 6 번위로 착지했다.
'지지베 금도 안 밟고 참 잘도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던
그 찰나에!! 보았다. 나는 보았다.
6 번위로 착지한 수진이 발이 한 발이 아니라 양발인 것을!!
한 발로 착지했으나 잠깐 균형을 잃고 다른 한 발을 살짝 땅에 딛고 재빨리 떼내는 수진이의 당황한 발놀림을
나는 보았다.
"아웃!!! 수진이 너 방금 한쪽 발 땅에 닿았잖아!!
내가 봤어 방금!!"
수진이도 인정한 건지 별말 없이 돌을 집어 들고 선 밖으로 나왔다.
"야!!!! 드디어 내 차례다!! 진짜 기다리다 죽는 줄 알았네"
나의 작은 돌을 1 번위에 사뿐히 내려놓고는 나도 깨금발로 2번부터 시작하여 8번까지 딛고 다시 돌아와 1번에 있던 돌을 집어 들었다.
"내가 공기도 잘하지만 사방치기도 잘하거든!!
나도 쉬는 시간 10분 내내 혼자 할 수 있거든!!"
신이 난 나는 이번엔 2 번위에 돌을 사뿐히 내려놓았다.
1번에 한쪽 발로 사뿐히 점프하던 그 순간!!!!!
땡! 땡! 땡! 쉬는 시간이 끝나고 수업 시작을 알리는 학교 종소리가 울렸다.
"응?? 뭐야?? 나 이제 시작했는데??"
"수업 시작이래. 빨리 들어가자!!"
뒤도 안 돌아보고 교실을 향해 뛰어가는 수진이의 뒷모습이 얄미웠다.
"야!! 수진아 그럼 다음 쉬는 시간에 지금 이대로 다시 시작해야 된다??!!
응?? 너 대답해!! 내가 2번 할 차례야!! 알았지??"
목청껏 소리 질렀지만 수진이는 못 들은 양 교실로 들어가 버리고 없었다...
구슬을 치던 종국이와 쌍둥이도 고무줄을 하던 언니들도 모두 미련 없이 교실로 들어가고 없는데 나 홀로 아쉬움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사방치기 위에 서 있었다.
"수진이가 다 들었겠지?? 내가 2번 시작한다는거??'
"김지선!! 뭐하냐?? 빨리 교실로 들어와!!"
선생님의 불호령이 떨어지고서야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발을 떼었다...
"아 진짜 눈치 없는 저놈의 종을 가만 안 둬!!!!"
쉬는 시간마다 놀만하면 울어대는 학교종도 수진이도 선생님도 다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