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신작로에서 무슨일이?
자치기, 비석치기, 고무줄, 땅따먹기!!
오늘도 동생들과 신작로에 가니 언니 오빠들은 벌써 나와 자치기를 하고 있다.
자치기는 긴 나무막대와 짧은 막대로 하는 놀이다.
맨손으로 날아다니는 짧은 막대를 잡아야 해서 아직 어린 나는 낄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막대기가 내 얼굴로 날아오거나 공중의 막대기를 잘못 잡다가는 손가락이 다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박진감 넘치다 보니 오빠들이 많이 한다.
첫 번째 단계는 아주 쉽다. 공격팀은 짧은 막대를 가로로 놓고 긴 막대로 짧은 막대를 떠서 멀리 보내면 된다.
수비는 공중에 떠오른 짧은 막대를 잡아야 하고.
"야 잡아!! 잡아!! 잡아!!"
"어!! 어!! 어!!"
팀으로 하기에 못 잡은 사람은 죄인이 된다.
"야 그것도 못 잡냐?? 너 왜 맨날 놓치냐??"
"내가 언제 맨날 놓치냐?? 너도 저번에 놓쳤냐"
같은 팀의 오빠들끼리 싸울때도 많다.
"너 때문에 지기만 해봐!! 가만 안둬!!"
영식 오빠는 질까 봐 화가 나는지 친구들에게 협박을 하기도 했다.
2단계는 땅바닥에 파놓은 홈에 짧은 막대를 비스듬히 세로로 세우고는 막대 머리를 쳐서 공중으로 뜨게해
공중의 짧은 막대를 멀리 쳐내야 한다. 도인 오빠가 공중으로 뜬 짧은 막대를 있는 힘껏 쳤지만 헛스윙이다.
짧은 막대는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아웃!! 아웃!! 나와!! 나와!!"
영식 오빠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웃을 외쳐대며 이미 공격 자리에 서 있었다.
영식 오빠는 불같이 화를 낼 때가 많지만 자치기를 아주 잘해서 또래 오빠들은 같은 편이 되길 원했다.
비록 혼은 나지만 이길 수 있으니까. 영식 오빠는 역시나 1,2단계를 가볍게 통과했다.
중간 단계도 식은 죽 먹기로 해내더니 어느새 마지막 단계를 앞두고 있다.
마지막 단계는 좀 어려운데 다리 사이로 손을 넣은 채 2단계를 해야 한다.
영식 오빠는 눈이 빠지도록 바닥의 막대를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했다.
막대 머리를 치자마자 손을 다리 사이에서 빼 재빠르게 공중에서 세게 쳤다. 짧은 막대는 멀리멀리 날아갔다.
"앗싸!! 못 잡았지?? 못 잡았지??"
영식 오빠 팀은 서로 얼싸안고 좋아했다. 도인 오빠 팀은 졌지만 예상했다는 듯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자치기는 영식 오빠팀이 항상 이겼으니까. 자치기가 끝나자 이제 무슨 시합을 할지 정하느라 또 시끌벅적했다.
나는 그 자리를 피해 고무줄을 하는 언니들 앞에 앉았다.
언니들의 고무줄은 무릎에서 시작하더니 어느새 허리를 지나 어깨 위에 다다랐다.
노래를 부르고 박수도 치더니 그 높은 고무줄을 발에 걸쳐 내려 찍는데 대단~~하다.
아무래도 여기도 내가 낄 자리는 아닌 것 같다.
슬며시 공기를 하는 언니들에게 다가갔다.
적당한 크기의 돌 공기로 1단부터 4단까지 하고 고추장, 된장까지 다 하고 나서 손등에 올렸다.
영신 언니는 할 때마다 5개씩 손등에 올리는데 떨어트리지도 않고 다 낚아챈다.
난 겨우 한 두 개 올리는데....공기놀이도 내가 낄 자리는 아닌 것 같다.
오늘은 어찌된게 놀지는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끝날것만 같다.
"야 땅따먹기 할 사람??!!"
난 고민도 안 하고 손을 들었다.적어도 고무줄과 공기보다는 자신 있었다.
평평하면서 약간은 묵직한 작은 돌을 골라와 사각형의 한 모퉁이에 앉았다.
손가락으로 튕기면서 내 땅을 넓혀가는데 언니 오빠들은 나보다 힘이 세서인지 땅이 금방 넓어져 내 땅 바로
앞까지 오니 긴장이 되었다. 아씨 이것도 졌다. 오늘 왜이러지?? 짜증이 난다.
다 포기하고 동생들과 땅바닥에 앉아 언니 오빠들이 노는 걸 구경하는데 곧 비석 치기를 할 모양이다.
'어?? 난 저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난 납작한 사각형 돌을 구해와 슬며시 무리 곁에 섰고 영식오빠팀이 되었다.
우리 팀이 공격이다. 선위에 세워져 있는 상대팀 돌을 쳐서 넘어뜨려야 한다.
제일 먼저 발등에 돌을 조심히 얹고 걸었다. 종국이는 걷다가 돌을 떨어뜨려 아웃이고 나는 다행히 목표물 앞에 도착했다. 심호흡과 함께 발등의 내 돌을 세차게 날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앗싸!! 어?? 어?? 내 돌이 어디 있지?"
두리번거리는 날 보고 모두가 박장대소했다.
"지선아 니 돌 저 뒤에 있다."
힘을 실어 던지려 발을 뒤로 뺐을때 돌이 떨어졌는데 그것도 모르고 신나게 헛발질했다. 나도 아웃이다.
하지만 우리 팀 언니 오빠들은 아직 살아있다.
이번엔 손등에 돌을 얹고 걸어가는데 도중에 떨어뜨릴 확률은 낮지만 상대 돌을 맞추기는 좀 더 어렵다.
그치만 영신 언니는 방금 그 어려운걸 해냈다. 언니는 공기도 잘하고 비석치기도 잘하니 부럽다.
다음은 돌을 어깨에 얹는데 이건 진짜 어렵다. 혹시나했던 영신 언니의 돌은 그냥 땅바닥에 떨어졌고
영식 오빠도 마찬가지다. 영식 오빠는 자치기는 잘하지만 비석 치기는 별로 못한다.
그리고 아까 자기편이 잘못하면 불같이 화를 내더니 자기가 죽었을때는 약간의 민망한 웃음만 지었다.
그리고선 "에이" 소리와 함께 조금 아쉬워할 뿐이었다.
상대팀의 공격이다. 내 돌은 넘어지고 또 넘어져 잘도 죽는다. 어느새 어깨에 돌을 올린 도인 오빠는
아주 쉽게 우리 돌을 쓰러뜨리니 나도 "에이" 소리가 절로 나왔다.
'도인 오빠 편 할걸..'
도인 오빠는 비석 치기를 제일 잘한다. 이제는 마지막 단계로 머리 위에 돌을 얹었다.
오빠는 아주 살살 조심스럽게 걸어서 우리 돌 앞에 섰고 머리는 움직이면 안 되기에 눈을 요리조리 움직여가며
거리 계산을 했다. 그리고선 머리를 살그머니 숙이니 돌이 머리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 우리 돌을 내리꽂았다.
"와~진짜 대단하다!! 저걸 어떻게 맞추지??"
우리 팀은 아니지만 신기한 기술에 박수를 쳤다. 도인 오빠는 오늘도 비석 치기 왕이 되었다.
"애들아 밥 먹어라"
정신없이 노느라 밥때도 모르자 오늘도 엄마들이 데리러 나왔다.
모두가 집으로 가고 텅 빈 신작로 위에는 돌멩이들이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아까 놀았던 자국들이 그대로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그대로 둔다. 내일도 나와 놀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