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022년 메타버스를 정리하기
01. Bye Bye, Metaverse
매년 1~2월에는 올해의 트렌드에 대한 강연이나 토론 등을 접할 자리를 어렵지 않게 갖게 된다. 2021년도 그랬다. 2021년 1월에 AR 업계 관련 사람들끼리 모이는 자리에 참석했다.
"올해는 우리가 할 것들이 좀 많아지는 것 같아요. 윗분들이 메타버스에 꽂혀서 보고서, 제안서 작성할 것들이 많아지네요"
코로나 판데믹이 휩쓸어간 2020년에는 모두 집 안에 갇혀 멘붕을 겪었고, 그나마 디지털 공간에서 만나 업무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사회적인 교류를 이어갔다. 멀게만 느껴졌던 디지털 가상세계가 이제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것을 느꼈다.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자신들의 키워드로 만들기 위한 작업들을 시작했다. 3D 가상공간에 자기들만의 샵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협력사들을 찾았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뿐만 아니라 3D 콘텐츠와 관련된 VFX 기업들도 메타버스 기업으로 분류되며 메타버스 관련 사업들이 속속 발표되었다.
2020년 코로나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시장에 풀린 많은 자금으로 주식 시장과 스타트업 투자는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회사가 주식 상장을 했고, 메타버스 스타트업들은 AI 스타트업과 함께 많은 투자금을 유치하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도 난리였다. Facebook은 Meta로 이름까지 바꾸면서 메타버스 기업으로 변신했다. Roblox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로 각광을 받으면서 2021년 3월에 $64.5에 상장하여 11월에 $138까지 올랐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에 나온 게임 세트를 그대로 Roblox에 옮겨놔 체험할 수 있었다.
메타버스 보다 더 핫한 키워드도 있었다. NFT다. NFT는 디지털 상품을 거래하는 데 소유권을 명확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메타버스 경제 규모가 커지면 디지털 자산의 가치도 커질 것으로 생각하여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실제 상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들은 NFT도 함께 팔았다. NIke는 가상 패션 스타트업인 아티팩트 스튜디오(RTFKT)를 인수하였고, Dunk Genesis라는 디지털 운동화를 출시하여 약 500만원의 가격으로 거래되었다.
NFT 투자시장에서 Profile Picture(PFP) NFT 프로젝트는 가장 인기였으며, 단 1초 만에 10,000개의 배포(에어드롭)가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나중이고, 일단 만들고 보자는 프로젝트가 대다수였다. NFT 스타트업들도 우후죽순 생겨났고, 국내에서 Seed 투자로 100억을 유치했다는 NFT 스타트업이 있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소문도 돌았다. 어느 상장 회사는 주력 사업을 NFT로 바꿔 주가를 올렸던 경우도 있다.
엔데믹으로 가는 2022년이 되니, 경제 환경은 급변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금리를 높여야 했고, 시장에 풀린 막대한 자금은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5월에 터진 루나 사태는 암호화폐 시장을 냉각시켰으며, NFT 시장 역시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메타버스 업계에서는 물음표가 붙어 다녔다.
"현재 누가 메타버스 서비스를 사용하나요?"
"메타버스와 게임과 무슨 차이가 있지요?
"돈을 낼만한 가치가 뭐가 있지요?"
메타버스 플랫폼을 표방했던 서비스들은 하나둘씩 좌초됐고, 그나마 자금력이 있는 대기업들의 메타버스 프로젝트는 Z세대를 위한 마케팅 도구로 사용되며, 명맥을 유지 중이다. 각광받았던 메타버스 기업들의 주가 역시 힘없이 흘러내렸다. 필자 또한 메타버스 기류에 편승하여 스타트업을 시작했지만, 고객이 반드시 쓸 수밖에 없는 핵심가치를 제공하지 못해 피보팅 해야 했다.
2021년의 메타버스는 사이버 스페이스, 가상 세계, 혼합현실, 확장현실 등VR, AR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키워드의 시리즈 중 최신 버전으로 남는 것 같다. SF 영화, 특히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 봤던 세계를 기대한 이들에게 지금까지의 메타버스는 여전히 완성되지 못한 미흡한 서비스이다. 대다수의 메타버스 서비스는 고객들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는데 미흡했고,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도 구축하지 못한 채로 끝을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