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022 메타버스 정리하기
메타버스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Apple Glasses'는 언제 어떤 형태로 나올까?
05. Apple Glasses는 언제 나올까?
Steve Jobs가 iPhone을 공개한 해가 2007년. 16년 전이다. 새로운 iPhone, Galaxy 출시 행사가 끝나면 곧장 나오는 '기대했던 혁신은 없었다'는 기사에 기시감을 느낀다. 지금의 스마트폰 폼팩터로는 신선한 혁신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완전히 다른 형태의 넥스트 스마트폰을 기대하며 그것이 글래스(안경) 형태의 기기라고 예상한다.
메타버스 시대에 왜 Apple은 글래스 기기를 내놓지 않냐는 얘기들이 많다. Apple이 글래스 기기를 내놓으면 iPhone이 세상을 바꾼 것처럼 또 한 번 세상이 바뀔 것이라고 얘기한다. 필자 또한 Apple이 언젠가 글래스 기기를 내놓을 것이고 세상에 강한 임팩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금방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크게 두 가지의 상황을 나눠서 생각해 보자. 첫 번째는 실내에 이동하지 않고 사용하는 경우이다. 주로 책상 앞에 앉아 업무 하는 데 사용한다. 책상에는 모니터도 있지만 글래스를 착용하면 모니터 주변으로 가상의 화면들이 떠다닌다. 아예 모니터가 없는 경우에는 모니터 크기만 한 또는 더 큰 주 화면이 보이고 역시 그 주변에 서브 화면들이 보인다. 필요한 정보들을 서브 화면에 띄워놓고 주 화면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어 필요한 정보들을 곳곳에 배치해 두고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이동하며 사용하는 경우이다. 세상에 보이는 거의 모든 물체마다 디지털 세상에 저장된 연관 정보를 볼 수 있다. 물론 원치 않은 데 무조건 나오지는 않는다. 운전할 때 사용하던 내비게이션을 걸어 다니면서도 사용한다. 길거리 위나 건물 사이로 가상의 화살표가 방향을 표시하여 알려주니 상당히 직관적이다. 옷 가게에서 옷을 살펴보다 맞는 사이즈가 있는지 상점 직원이 아닌 Siri에게 물어본다. Siri는 M, L, XL 사이즈와 민트색과 베이지색 상품이 있다고 알려주며, 15%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 버튼을 보여준다. '구매'라고 말하거나 구매 버튼에 시선을 맞추고 눈을 두 번 깜빡이면 구매가 이뤄지고 그 상점에서 바로 옷을 갖고 나온다.
Apple은 이 두 가지 상황에서 후자의 상황, 즉 모바일이 가능한 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2년 Apple 전체 매출에서 iPhone, iPad 등 모바일 기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59%이다. Mac은 10%에 그친다. 2007년 Steve Jobs가 iPhone으로 PC 시장보다 5배 가까이 더 큰 모바일 폰 시장으로 가겠다고 했고 그 보다 훨씬 더 커진 현재의 모바일 폰 시장에서 20%을 상회하는 점유율을 차지한 Apple이 모바일이 안 되는 글래스 기기를 내놓을 리가 없다. 그렇기에 모바일로 가져올 수 없는 VR은 아예 쳐다보지 않고 AR 기술 개발에만 집중해오고 있다.
Apple 글래스는 See-Through 기기일 것이다. 현실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 iPhone에서 활용되었던 카메라, LIDAR 센서 등이 탑재될 것이다. 그리고 ARKit 역시 그대로 탑재되어 AR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 iPhone, iPad 뿐만 아니라 글래스에서도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착용성은 지금까지 출시된 HMD나 AR 글래스 기기에 비하면 간편하고 가벼우나 일반 안경에 비하면 무거워 장시간 착용하기는 조금 힘들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글래스 기기는 기존의 디지털 기기와는 또 다른 혁신적인 경험 제공을 기대하기 때문에 Apple 말고도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한 번씩 손을 댔다. Google은 Google Glass, Meta는 Smart Glasses with Ray-Ban, Microsoft는 HoloLens, Amazon은 Echo Frames. 스타트업 레벨로 가면 Magin Leap, Snap, NReal, RealWear 등 막대한 투자금을 확보하고 상용 제품을 출시한 회사부터 물밑에서 제작하는 셀 수 없는 회사들이 있다. 그러나 아직 성공한 사례를 볼 수 없는 것은 해결해야 할 기술적, 사회적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AR을 구현하는 글래스가 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일을 실시간으로 진행해야 한다. 하나는 현실을 이해하기. 현실을 이해하는 것은 카메라, LIDAR 등 센서를 통해 얻는 시각 데이터로부터 적어도 3차원 공간에서 많게는 각 사물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추출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가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상 보여주기는 텍스트, 이미지, 3D 모델 등의 디지털 그래픽을 추출된 현실 정보에 알맞게 이질감 없이 나타내는 것이다. 사용자가 이리저리 세상을 바라보면 그래픽 또한 변화하는 공간에 맞게 변화시켜줘야 한다. 그래서 연산량이 상당히 많다. 연산량이 많다는 것은 에너지를 많이 쓴다는 것이다.
MS의 HoloLens와 Magic Leap이 글래스라기 보다는 마운트형인 이유가 연산을 하는 CPU, GPU가 탑재되고 이를 뒷받침할 배터리의 용량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활성 사용 시간이 2~3시간이다. NReal 제품은 글래스 형태이면서도 AR를 구현하는 데 사실은 스마트폰에 연결하여 연산과 배터리를 스마트폰에 의존한다. 전기차 시장에서만 전고체 배터리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글래스 기기에서 전고체 배터리를 사용하면 폼팩터 크기를 줄이며 화재나 폭발의 위험도 낮아진다.
*Meta와 Amazon의 스마트 글래스 제품이 일반 선글라스와 별 차이 없어 보이는 것은 AR을 구현하지 않고 비디오를 녹화하거나 음성 상호작용만 하기이기 때문이다.
See-Through 디스플레이를 가능케 하는 광학 시스템의 기술적 성숙도도 아직 낮은 상황이다. HoloLens 2의 시야각(FoV)이 수평 43도, 수직 29도, Magic Leap 2는 수평 44도, 수직 53도이다.(VRCompare 참조) 인간의 시야각이 일반적으로 수평 210도, 수직 150도로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현재 나온 AR 글래스를 착용하면 우리 눈에 20~35% 영역에만 정보가 표시된다. 참고로 Meta Quest Pro의 시야각은 수평 106도, 수직 95.57도로 착용하면 시야가 꽉 찬다는 느낌을 갖는다.
해상도 측면에서도 갈 길이 멀다. TV나 모니터는 4K 해상도에 익숙해지는 와중에 AR 글래스에서는 2K도 안 되는 해상도가 현재는 최선이다. MicroLED, OLEDoS같이 패널 크기를 초소형으로 만들면서 해상도가 높은 디스플레이 기술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이들을 글래스용 디스플레이로 활용하기에 수율이 낮은 이유로 상용화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앞서 AR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현실을 이해하는데 카메라가 사용된다고 했다. 즉 카메라가 계속 켜진 상태이다. 이는 일상 속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야기한다. 실제로 Google Glass가 발표됐을 때, 미국 시애틀에 한 술집이 Google Glass를 착용하고는 출입을 금지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아직 사회적으로 글래스 기기의 착용이 일반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타인이 나를 직간접적으로 촬영하고 있다는 것이 상당한 불쾌감으로 느껴질 수 있다. 단순히 비디오 촬영에 그치지 않고 나를 인식하고 개인 정보가 드러나는 경우는 불쾌감을 넘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이슈가 커진 상황에서 이는 반드시 해결해야 될 문제이다.
우리가 안경의 착용, 관리, 경제적인 문제를 감수하고 안경을 사용하는 것은 흐릿한 시야 문제를 해결하는 효용성이 있기 때문이다. Apple의 글래스 기기도 만찬가지다. 앞서 말한 문제가 있어도 감수하고 써야 할 효용성을 제시하면 된다. 시장 선점 혹은 기술 선점을 위해, 또는 시장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글래스 기기를 출시한 다른 기업들의 실패는 효용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Microsoft, Google, Magic Leap이 후속 제품을 산업용으로 포커스 한 것도 효용성을 높이기 위함이었으나 이 또한 실패이다.
Apple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반드시 생태계를 만든다. 하드웨어 제품을 퍼트리면서 제품을 쓸 수밖에 없게 하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가 써드파티에 의해 만들어지고, 사용자들은 그 서비스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생태계에 종속되고, 다시 하드웨어 구매로 이어진다. 글래스 기기는 iPhone, iPad 생태계와 또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생태계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현 상황에서 Apple이 글래스 기기를 내놓으면 이를 활용하는 서비스를 만들어 성공시킬 수 있는 플레이어가 당장 나타날 것인가? Apple이 직접 기술, 자금 등을 지원해 줘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2023년 1월, Apple의 AR 글래스 출시 계획이 무기한 연기됐다는 뉴스가 나왔다. 기사에는 AR 글래스 대신, HoloLens 나 Magic Leap 같은 MR 헤드셋을 기대한다고 한다. MS와 Magic Leap은 실패해도 Apple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애플빠도 쓸만하니까 산다. 필자는 강력하게 이야기한다. 당분간 Apple Glasses를 기대하지 마시라. 놀라운 기기는 Apple이 아닌 다른 회사에서 나온다. 그 후에 Apple은 그들만의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보다 간편한 인터페이스로 포장하여 시장에 출시한다. 그리고 생태계를 만들어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장악한다. 늦게 출시해도 승자가 될 수 있다. iPhone 이후 성장 동력을 견인할 제품이 안 나와서 다급할 뿐, 다른 경쟁사도 같은 고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