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2022년 메타버스를 정리하기
NVIDIA, Meta, Microsoft, Apple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로 가는 여정은 어땠는지 살펴본다.
04.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
필자는 메타버스를 2021년의 핫키워드로 만든 장본인이 NVIDIA CEO Jensen Huang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 10월 NVIDIA GTC(GPU Technology Conference)에서 그는 기조연설 중 메타버스가 우리의 미래라고 언급했다. 기업마다(특히 대기업) 21연도 계획을 설정하면서 어떤 기술이나 이슈를 선점할지 찾고 있을 때 메타버스는 너무나 신선한 키워드였다. 다들 '우리도 메타버스를 미래라고 생각하고 메타버스를 준비하겠다'라고 외쳤고, 내부에서는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메타버스 서비스로 고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는지 보고서를 쓰기 바빴다. NVIDIA의 메타버스는 어떤 미래인지 보지도 않은 채 말이다.
Jensen Huang은 Omniverse를 소개했다. Omniverse는 3D 가상공간에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쉽게 말하자면, 현실에 있는 것들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구현하여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게 만드는 도구이다.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디지털 트윈 플랫폼이다. (물론 기존에 없던 가상공간을 만들고 특수효과영상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2000년대에는 3D 게임에서, 2010년대에는 머신러닝, 인공지능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필수 요소로 만들었고, 2020년대에는 3D와 인공지능이 결합된 메타버스를 집중할 사업 영역으로 선택했다. 자신들이 잘했던 영역을 합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주 당연한 선택이다.
Omniverse 발표 이후 2년 동안 겉으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차근차근 그들의 비전을 구현해 갔다. 특히 제조업, 유통 등의 구경제 산업 분야에서 Omniverse를 적용해 또 다른 혁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최근에 BMW가 선보인 BMW Virtual Factory는 2025년에 헝가리에 세워질 전기차 공장을 그대로 가상에 구현하였다. 공장 내 시설의 위치를 바꾸는 등의 다양한 상황들을 시뮬레이션하면서 공정의 최적화 조건을 찾는데 활용하고 있다.
NVIDIA는 자신들이 잘해왔던 일들로부터 메타버스를 선택했기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생성 AI 발전은 3D 디지털 공간 제작 시간을 단축하는 결과도 가져왔다. 잘하는 것들을 더 잘하는데 적어도 디지털 트윈 플랫폼에서 이들을 따라올 플레이어가 잘 보이지 않는다.
Facebook이 사업 영역을 메타버스로 전환하며 회사이름도 Meta로 바꿨는데 여전히 Facebook과 Instagram이 핵심 사업이다. 2021년 Mark Zuckerberg가 회사명까지 바꾸면서 보여준 메타버스 비전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메타버스 서비스로 출시한 Horizon Worlds는 대변신을 하지 않는 이상, 망작이라는 평가를 뗄 수 없을 것이다. 서비스의 그래픽 퀄리티나 사용성은 회사의 미래까지 걸고 선보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다.
Facebook이 Meta로 사명을 바꾸기 직전에 큰 사건이 하나 터진다. Facebook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로 근무했던 Frances Haugen은 유명인의 인종 혐오 발언이나 가짜뉴스 게시물을 삭제하지 않았고, Instagram의 특정 게시물이 청소년 자살률을 높이는 등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삭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2021년 10월 26일 기사 참조) SNS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광고 사업이 핵심 사업이지만 Apple이 개인 정보 유출 방지를 명목으로 사용자 데이터 수집을 못하게 함에 타깃 광고를 하기가 힘들어졌다. Zuckerberg는 SNS에서 벗어나 우위의 영향력을 가진 독자 플랫폼을 확보하여 사업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방향이 메타버스다.
Zuckerberg의 메타버스 비전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VR HMD 개발 스타트업인 Oculus를 20억 달러에 인수하여 단숨에 메타버스 선두 기업으로 올라갔다. 2022년 Meta Quest Pro까지 총 6대의 HMD를 내놓았다. 가장 최신의 Quest Pro는 VR보다는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기기에 가깝다. 기존 기기보다 착용 가능 시간을 더 늘렸고, 게임에서 업무영역까지 활용 범위를 넓혔다. 문제는 소프트웨어 영역이다.
Oculus를 인수한 이후에 여러 VR 콘텐츠 스타트업과 게임 기업들을 인수했다. 하지만 효과적이지 못했다. 자체 개발한 그래픽 엔진은 없고, Unity 엔진을 활용해 Horizon Worlds를 개발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SNS 기업에 대한 비판이 거세니, 사명 변경을 통해 이미지를 새롭게 바꾸려는 시도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 Zuckerberg의 메타버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고 싶지 않다. 다만, Horizon Worlds 같은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Meta Quest를 구입한 사용자도 Horizon Worlds는 안 들어간다.
MS는 소프트웨어 제품보다 하드웨어 제품이 더 사랑받는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실제로 마우스, 키보드 제품과 XBOX는 20년 넘게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윈도 폰과 같이 철저히 외면받은 제품도 있다. 여기 성공과 실패의 갈림길에서 실패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제품이 하나 있다. 2015년 선보인 HoloLens는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완전히 시야를 가리는 HMD가 아닌 시야가 트여 현실 공간에서 디지털 객체들을 볼 수 있는 AR 기기였다. 필자는 AR 기기를 테스트할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디지털 객체가 현실 공간에 위치하면 그 자리를 얼마나 잘 유지하고 있는지를 본다. 그 점에서 HoloLens는 가장 Top 순위에 있다. 2019년에는 HoloLens2를 공개하며 MR로 주장하는 Microsoft만의 메타버스를 착실히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어디에 HoloLens를 사용하냐는 것이다. 처음 공개됐을 때는 기술력을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그러나 HoloLens2의 출시는 다른 이야기다. 팔아야 한다. 명확히 어디에 사용하면 좋은 점을 보여야 한다. 그래서 MS는 선택한다. HoloLens2는 쓰고 길거리를 돌아다니기 위한 제품이 아닌, 의료, 건축, 제조, 시설 운영 등 작업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런데 최근 MS는 또 하나의 선택을 한다. 아예 다 없애기로. HoloLens3 개발이 중단됐다. 자체 개발 계획은 폐기됐다고도 알려졌다. 관련 직원들 다수가 퇴사하고 Meta 등으로 이직했다. 2023년 초, 빅테크 기업들의 해고 돌풍은 MS를 피해 가지 않았으며, 가장 높은 순위가 메타버스 관련 사업부서였다. Volumetric Video 솔루션(Mixed Reality Capture Studios) 개발 팀도 해체하고 직원들을 해고했다. ChatGPT로 마침내 Google를 추월할 수 있는 절호의 시점에 메타버스는 아웃 오브 안중이다. 이제 MS에 남은 메타버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XBOX와 Minecraft이다.
2021년 EA 출신의 Mike Verdu를 Netflix의 게임개발 부사장으로 고용했다. Mike Verdu의 영입은 비디오 게임 콘텐츠 시장으로 진출하여 사용자들이 Netflix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 늘리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인기 시리즈인 <기묘한 이야기>를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한 이후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IP를 기반으로 게임을 내놓았다. 필자는 좀 더 나아가 각 시리즈의 세계관을 그대로 반영한 유니버스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대히트를 치면서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에 <오징어 게임>과 같은 세트를 만들고 게임을 진행했다. 심지어 유튜브 구독자가 1억 5천 명인 MrBeast는 현실에 게임 세트장을 지어 45만 6천 달러를 걸고 드라마에 나왔던 게임들을 진행했고, (가상이 아닌 진짜) 사람 456명이 참여했다. Netflix가 이런 액션들을 그냥 지켜볼 리가 없다.
2022년 Ryan Gosling이 주연한 <The Gray Man> 영화에서 후반부에 등장한 미로를 Decentraland에 재현하여 게임을 제공했다. <기묘한 이야기> 시즌 4 출시에 맞춰 NFT 기반의 게임을 선보였다. 인기 시리즈인 <Narcos>는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됐다. 이처럼 보유 중인 인기 IP를 게임으로 연결하며 OSMU(One Source Multi Use) 전략을 메타버스로 이어가고 있다.
Netflix에 바란다면, 게임 콘텐츠보다는 시리즈 세계관의 등장인물들과 대화하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경험하는 메타버스 콘텐츠를 제작해주었으면 한다. Netflix 게임 중에 <This is a True Story>라는 게임이 있다. 게임이라기보다는 인터랙티브 책 콘텐츠에 가깝다.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 사는 10대 소녀가 가족들이 마실 물을 길어 오기 위한 여정을 보여준다. 영상을 보는 경험과는 또 다르게 여운이 많이 남는다. 그 소녀의 여정에 같이 체험한 느낌으로 메타버스 콘텐츠가 주는 느낌이 이런 것이겠구나를 느낀다. 영상을 통한 감동과 체험을 통한 감동을 주는 Netflix의 콘텐츠가 나오길 바란다.
Apple의 메타버스는 AR이다. 매년 열리는 WWDC에서 항상 AR 카테고리로 자신들의 연구 개발 내용을 발표했다. VR 내용은 없다. Apple이 AR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를 얼마나 허물 수 있는가"이다.
2017년 ARKit를 공개한 이후, 매년마다 버전 업을 하면서 현실을 이해하는 기술 수준을 높여갔다. 바닥, 벽 면을 인식하는 것을 시작으로 사물 인식, 모션 캡처 등이 가능해졌고, 작년에는 방 안을 스캔하여 3D 데이터로 만들어주는 RoomPlan을 발표했다. 현실을 이해하는 문제가 어느 정도 풀렸다면, 다음 문제는 현실 공간에 놓일 디지털 객체이다.
AR 서비스가 힘든 이유 중 하나가 사용할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근사한 AR이 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3D 모델이 필요한데 3D 아티스트가 한 땀 한 땀 제작하거나 고가의 하드웨어 장비가 수반되어야 했다. Apple은 지난 3년 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통해 현실의 객체를 디지털 객체로 만드는 기술을 발표하며 RealityKit를 공개했다. 디테일은 조금 더 다듬어야겠지만, 그래도 일반 사람들이 AR 콘텐츠 제작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는 솔루션이다. 이제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 고민할 차례이다.
(Apple 글래스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다음 포스트를 기대하시라)
Google에게 메타버스는 해야 될 영역 같은데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는지 모르는 영역으로 보인다. 2012년에 선보인 Google Glass는 일반 사용자에게는 출시하지 못했고, 2019년에 출시한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2 제품도 2023년 판매를 중단했다. 야심 차게 내놓은 VR 플랫폼 Daydream은 2019년에 사업을 철수했다.
Google은 Apple과 마찬가지로 AR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방대하게 보유한 디지털 정보를 현실과 이어주는 일이 그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이고 광고 비즈니스도 계속해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ARCore에 추가된 최신 기능도 전 세계의 지리 정보를 활용하여 AR 서비스를 만들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 오프라인 상점 광고 등의 서비스를 AR로 가능케 한다.
AR 글래스 개발도 계속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roject Iris는 기존 Google Glass의 안경 형태가 갖는 기술적 한계성을 인정하고 MS의 HoloLens 같은 기기를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Micro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하는 Raxium을 인수하여 AR 디바이스 출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2023년 현재 Google은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MS가 ChatGPT로 단숨에 Google의 검색 서비스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Google은 적색경보를 켰다. 한번 무너지면 전부 무너진다. 무엇을, 어디부터 지켜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 중이다. MS는 이미 메타버스를 쳐냈다.
온라인 커머스 서비스에서 AR 기술을 이용한 혁신 서비스는 Amazon이 계속해서 좋은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에 AR View를 도입하여 가전, 가구 등의 상품을 AR로 미리 배치해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2022년에는 AR로 신발을 착용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Virtual Try-On Shoes 서비스를 도입했다. AWS 중 VR/AR 애플리케이션 개발 도구인 Sumerian은 2022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Unity와 Unreal이 굳건히 버티고 있는 판에 낄 자리는 없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물류 창고 디지털 트윈을 NVIDIA Omniverse에 구현했으니 Amazon의 메타버스로 할 얘기는 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