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글쓰기 초보를 위한 '템플릿 글쓰기'

글을 쓰기 전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가 첫 단락이다. 혹은 첫 문장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글쓰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첫 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글의 성패를 좌우하곤 한다. 예를 들어보자. 일단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듯 쓰는 방식이다.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글의 긴장감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형태다. 자칫 설명하는 글처럼 보여서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현장의 생동감을 유지하기엔 이만한 방법이 없다. 마치 여행사의 가이드처럼 내가 보고 느낀 것을 차분히 설명하는 방식이다. 얼마 전 쓴 아래의 글도 그 형식을 따랐다. 생전 처음 가보는 식당을 생동감있게 표현하고 싶었다. 식당의 입구에서부터 현관, 식당 내부를 묘사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글을 전개했다. 마지막은 작은 브랜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했다. 익숙하지 않은, 처음 보는 인물이나 장소, 경험을 이야기할 때는 오히려 이런 서술형의 글쓰기가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대화로 시작하는 글쓰기도 내가 즐겨 쓰는 '템플릿' 중 하나다. 큰 따옴표 안의 글은 주의를 환기시키는 힘이 있다. 다른 문장보다도 유독 눈에 띄기 마련이다.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우 중학교라는 다소 생소한 학교를 찾아간 경험을 글로 옮길 때도 효과적이겠다 싶었다. 이 글은 강의 의뢰를 받은 후 아내의 반응을 묻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이우 중학교를 알았던 사람도, 몰랐던 사람도 흥미를 가질만한 구성으로 글을 시작했다. 엄마와는 사뭇 다른 중학생 딸의 반응도 대화체로 옮겼다. 같은 사건에 대한 여러 사람의 반응을 섞어서 서술하니 글이 훨씬 재미있어졌다. 독자의 흥미도 배가될 것 같았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이우 중학교를 설명하는 문장을 썼다. 앞서 던진 떡밥을 회수하는 글인 셈이다. 왜 이우 중학교가 특별한지에 대해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길지 않게 서술했다. 아마도 이 글을 처음에 썼다면 그닥 읽고 싶지 않은 글이 되었을 것이다.


그 다음은 교육 현장에 대한 나름의 고민을 학교를 배회하는 장면과 함께 써내려갔다. 대단한 고민은 아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했을 법한 고민을 썼다. 그리고 강의에 대한 나름의 각오와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글을 쓸 때는 이처럼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낼만한 기술적인 글의 배치가 중요할 때가 있다. 아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위험한 쓰기법이다. 마치 뻔한 조회사를 듣는 듯한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대화체로 시작하는 글은 가끔씩 쓰기에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 내용에 공감하는 사람, 그 의견에 반하거나 그 이야기 자체가 생소한 사람의 관심을 모두 끌 수 있기때문이다.



비슷한 글쓰기 방법 중 하나가 질문으로 글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아래의 글은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매일 글을 쓸 수 있느냐'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글쓰기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한 번은 읽어보고 싶은 주제가 아닐까 싶다. 질문의 뒤를 잇는 내용은 실제로 매일 글을 쓰는 나의 사례를 적는 것으로 글을 이어갔다. 그 다름으로 매일 글쓰기의 시작이 되었던 회사에서의 경험을 그 다음으로 써내려갔다. 그 경험이 만들어낸 결과를 함께 적으니 매일 글을 쓰는 것의 유익을 주장하기가 매우 쉬워졌다. 그리고 그 내용을 '축적의 힘'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한 번 설명했다. 이 내용은 자연스럽게 '브랜드'란 주제로 이어졌다. 마지막은 문장은 매일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을 알아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설명했다. 브랜드가 결국은 자기다움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임을 한번 더 서술한 셈이다. 이렇게 매일의 글쓰기가 브랜드, 자기다움으로 연결되는 한 편의 글로 완성될  수 있었다. 전혀 관계가 없을 듯한 주제들이 연결되니 그래도 한 번쯤 읽을만한 글 하나가 완성될 수 있었다.



글쓰기를 가르치는 정보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하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초보자들에게 어렵고 힘든 주제다. 빈 화면이나 종이를 바라보는 것 만큼이나 막막한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밑그림이나 템플릿이 있다면 글쓰기가 조금은 더 쉬워지지 않을지. 송년회를 준비하기 위해 들렀던 스타벅스에서 석헌님이 이 글쓰기 방법을 내게 제안해 주었다.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글쓰기를 고민하고 실천해왔는지 잘 아는 나로써는 당장에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멋진 아이디어였다. 이른바 글쓰기를 단락단락으로 끊어 다양한 조합으로 완성해가는 구조적 글쓰기 방법인 셈이다. 나는 앞으로도 이런 글쓰기 방식을 계속해서 연구해보려 한다. 위에 소개한 글들이 바로 그 예시 중 하나인 셈이다. 물론 글쓰기에 왕도가 있을리 만무하다. 하지만 밑그림을 따라 그리다 보면 하나의 문장에 매이지 않고 글의 전체적인 구성을 그려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지 않을지.


템플릿으로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까. 일단 나부터 그런 구성으로 써내려갈 생각이다. 글의 시작부터 그 다음 단락, 그 다음 단락으로 이어지는 구성을 하나의 템플릿으로 예시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그 템플릿을 따라 쓰는 사람은 글의 전체가 아닌 각각의 단락만 고민해도 하나의 글을 완성해갈 수 있을 것이다. 질문으로 시작해 근거가 되는 사례를 쓰고, 그 다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추가해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과연 이런 식의 글쓰기 방법이 글쓰기 초보자들에게 가이드가 될 수 있을까? 그 실험을 일단 나를 대상으로 먼저 실행해보고자 한다. 새해에 할 일이 또 하나 늘었다. 이런 템플릿을 52개만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렇게 한 주에 하나씩의 글을 써서 1년 간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일단 나부터다. 이런 좋은 자극을 준 석헌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그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52주 동안의 글쓰기 여행을 시작해야겠다. 혹 관심 있으신 분들도 함께 해주시기를. 이렇게 멋진 하나의 글쓰기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천그루숲이 일하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