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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유리 Jan 01. 2020

#26.

- STARBUCKS



 선생님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 상사는 늘 그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고 한다. 그 커피가 바로 스타벅스 프라푸치노이다. 선생님은 그때, 꼭 성공해서 이 프라푸치노를 3800억 원어치 사 먹을 거라고 다짐하셨다고 한다. 17년 전에는 프라푸치노 한 잔의 가격이 3800원이어서 이 자바칩 프라푸치노를 1억 잔 사 먹는 것이 자신의 성공의 척도였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내게도 케이크에 대한 추억이 각별했기에 (브런치 글 5화 https://brunch.co.kr/@aiyouri/6 ) 어마어마한 칼로리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주는 케이크는 언제나 그가 보는 앞에서 잘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데이트 장소는 대부분 스타벅스. 

 학식도 비싸다고 도시락을 싸는 나이지만 나에게 스타벅스는 단지 커피숍 이상의 가치를 가졌다. 단 돈 만원으로 나와 그의 마음의 상처가 치유된다면야 3800억 번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쌤이 처음 내게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사줬을 때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렇게 비싼 걸..."이라고 읊조렸던 걸 기억한다. 그리고 지난 연말에 나는 스타벅스에 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지인을 데리고 스타벅스를 방문했다. 그날 우리는 케이크를 4개나 주문해서 먹었다. 지인은 예전의 내가 그랬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와! 우와!"를 연신 외쳤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선생님이 내게 커피와 케이크를 사주실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은 매번 나는 물론이고 과거의 자신에게도 커피를 선물하고 있는 거였다.


 그는 내게 언제나 행복을 사 주신 거다. 이런 걸 누리고 가지고 먹고 이용해도 된다는 자존감과 함께 말이다. 

 더 이상 커피가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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