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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아재 Mar 13. 2024

풀잎사랑

반려식물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친구들에게 미안하지만 컬러 사진은 못 찍는 병이 있다




몬스테라, 홍콩야자, 스파티필름, 로즈메리, 호접란, 선인장. 하나둘 입양한 반려 식물이 어느덧 여섯이다. 아니, 아직 씨앗인 아보카도까지 더해야 하나? 어떻게든 태어나게 할 테니 일단 일곱이라고 하고 싶다.

  시작은 평범했다. 그저 푸른 잎이 좋았고 고요함을 공유하면서 평온함을 느꼈다. 그러다 새잎이 하나둘 나기 시작했다. 작고 소중한 잎을 보면서 부모의 감정을 느꼈다. 이 친구들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랄 수 있게 책임을 다해야 해.

  추운 겨울. 아기 몬스테라를 비닐에 싸서 *병원에 데려갔고 환기를 위해 선풍기를 돌렸으며 습도를 맞추기 위해 수시로 분무기로 물을 뿌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이상은 없는지 확인하고 퇴근하면 아내 다음으로 얼굴을 본다.

  문안 인사와 더불어 흙을 만져보고 잎이 힘은 있는지 확인한다. 깍지벌레 한 마리가 나왔을 때는 전쟁을 선포했다. 깍지벌레 수백만 마리의 공격을 입는 악몽을 꾸어가며 이루어낸 승리는 값진 결과였다.

  평범한 시작에서 조금 과해졌지만, 선은 넘지 않으려 노력한다. 물을 좋아하는 친구여도 지나친 물은 금물이다. 햇빛을 좋아하지만 지나친 직사광선은 싫어하는 친구도 있다.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그에 맞는 사랑을 주어야 한다. 

  사랑의 방식. 이 친구들과의 인연은 또 다른 배움을 위한 운명이었나 보다. 친구로, 자식으로, 스승으로 오래 함께하고 싶다. 늘 같은 자리에서 변함없는 친구들에게 나 또한 그런 친구로 남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물론 진짜 병원은 아니고 전문가가 있는 식물 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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