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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 19. 2024
'갱년기, 코로나, 재수생맘' 대환장 콜라보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
코로나에 걸렸다. 벌써 세 번째라니 헛웃음이 났다. 조심하느라 지하철, 버스, 도서관 등 사람 많은 곳에선 마스크를 쓰고 다녔는데도 어디선가 옮았나 보다. 어떻게든 일어날 일이라면 조심이나 신중, 통제라는 단어 사이를 교묘히 빠져나가 결국 일어나고야 만다.
지난 월요일 저녁 센터 선생님들과 화상 스터디를 하고 나니 콧물이 줄줄 흐르고 목이 아팠다. 무엇보다 근육통이 심했다. 아귀힘이 센 누군가가 살을 꽉 잡아 양쪽으로 당기는 것처럼 온몸이 찢어지게 아팠다. 세 번이나 걸리고 보니 확실히 코로나에 걸리면 독감이나 몸살과는 다른 불쾌한 감각이 있다. 집에 남은 키트가 있어서 해보니까 영락없이 두 줄이다. 병원에서는 팍스로비드인가 하는 코로나 치료제는 품절이라며 일반 감기약을 처방해 줬다. 내담자들께 양해를 구하고 상담도 다 취소했다. 재수생 아들에게 옮길까 봐 방에서 나와 화장실 갈 때마다 마스크를 챙겨 쓰고 손 닿는 곳마다 집에 사둔 항균 스프레이를 강박적으로 연신 뿌려댔다.
세 번째 코로나에 걸리기 직전까지 체력과 인내심이 수명이 얼마 안 남은 배터리 같은 상태였다. '갱년기, 무더위, 재수생 엄마'라는 단어들이 만나서 일시적이지만 삶은 인내하고 버티는 것으로 가득 찬 대환장 콜라보였다. 이를 테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통증, 발열, 울화, 불면증, 식은땀 등은 일상의 디폴드 값으로 자리 잡았다.
매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학원 가는 아들을 위해 아침밥을 하고 화수목금토는 일을 하는 똑같은 일정. 자잘하게라도 꾸준히 새로운 자극을 추구해야 사는 맛이 나는 내게 '반복'은 그야말로 쥐약이다. 컨디션도 계속 안 좋아서 단순히 어른의 삶이란 다 이런 것이라는 말로 마음을 다스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차선 변경은 꿈도 못 꾼 채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꾸역꾸역 흘러가는 심정이랄까.
제목이 뭐였더라 눈을 뜨면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영화가 있었는데 최근의 일상이 그랬다. 영화가 지루하면 관객들은 극장을 뛰쳐나갈 수 있지만 지겹다는 이유로 인생에서 스탑 버튼을 누르거나 몇 배속 플레이 하는 건 불가능하다. 시소에 탄 채 마음대로 내려갈 수도 없고 허공에 마냥 떠 있는 심정과 흡사했다. 무겁게 눌린 시소의 한쪽에 책임감이나 인내심이 있었다면 붕떠 있는 쪽은 음표처럼 가볍고 발랄한 즐거움 같은 것들이 자리했다. 어학사전에서 불행의 정의를 찾아봤더니 '행복하지 아니함'이었는데 요즘 내 마음이야말로 불행의 사전적 의미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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