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써지지 않았다./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JTBC에서 방영 중인 예능‘최강야구’는 요즘 유일하게 챙겨보는 방송이다. 은퇴한 프로야구 선수들이 의기투합한 최강몬스터즈팀이 아마추어나 독립리그 등의 강팀과 시합을 펼치는 콘셉트이다. 단순히 예능과 경기 자체의 재미뿐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서사와 팀워크가 만나 깊은 감동을 안겨준다.
그중에서도 은퇴한 지 6년 차이자 43세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마운드에 오른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니퍼트는 현역 시절 MVP와 골든글러브까지 석권한 KBO리그 전설의 용병 투수다. 그는 은퇴 후 1997일 만에 공식 경기에 등판했는데 단 3구만에 148km/h를 기록하며 올 시즌 ‘최강몬스터즈’의 최고 구속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후 또 다른 경기에선 무려 구속 150km/h를 달성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이 저하되기 마련인지라 아무리 뛰어난 운동선수도 운동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에이징 커브(Aging Curve)를 피하기 어렵다. 40대인 니퍼트가 언제 올지 모를 재기의 발판을 다지기 위해 얼마나 훈련에 매진했는지 야구에 전혀 문외한인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관중석에서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를 듣고 눈물을 글썽거리는 니퍼트를 보면서 최강야구가 그에게 멋진 터닝 포인트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했다.
은퇴선수 중에는 니퍼트 외에도 현재 나이와 상관없이 현역 시절을 능가하는 노력과 절실함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제 나이가 먹어 꿈을 꾸거나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는 글렀다고 생각하는 중년이 있다면 김성근 감독을 보라고 말하고프다. 80대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하루에 몇 시간씩 직접 펑고를 하고 선수들을 훈련시키는 김성근 감독님을 빼고는 최강야구를 논할 수 없다. 더운 날씨에도 빠짐없이 선수들 연습시키느라 몇 시간씩 땡볕에 서 계신 모습을 보면 저러다 병나실까 봐 걱정될 정도다.
우리는 100세 시대가 도래했음을 상징하는 호모 헌드레드 시대를 살고 있다. 4050 중년이 된 우리네 삶을 한 권의 책에 비유하자면 이야기를 딱 반 정도 완성한 셈이다. 인생의 절반을 쉼 없이 달려오다가 우뚝 멈춰 선 지금, 남은 챕터들을 잘 써나가기 위해서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단순히 오래 사는(living longer)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잘 살기(living well) 위해서는 지난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자를 대고 반듯하게 그은 직선처럼 평탄하게 살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이라는 그래프에서 수많은 변곡점을 거치며 살아간다. 변곡점(變曲點, inflection point)이란 원래 수학용어로 굴곡의 방향이 바뀌는 자리를 나타내는 곡선 위의 점을 의미한다. 그래프의 곡선이 위로 볼록하다가 아래로 볼록하게 바뀌는 지점, 또는 반대로 아래로 볼록하다가 위로 바뀌는 지점을 말한다.
저마다 인생에는 기울기의 차이가 있을 뿐 굴곡의 전환점이 존재한다. 하버드대 명예교수 하워드 스티븐슨은 자신의 저서 ‘하워드의 선물에서’ "지금 걸려 넘어진 그 자리가 당신의 전환점이다"라고 말한다.
나 역시 40대 초반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면서 우울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경험이 변곡점이 돼 대학원에 입학하고 지난한 수련과정을 거쳐 전문상담사가 될 수 있었다. 살다 보니 한쪽 문이 닫혔을 때 다른 문이 열리는 경험을 할 때가 생각보다 많았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속담에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예측하기 어렵거니와 어찌 됐건 다 지나갈 테니 현재 상황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가끔 상담에서 인생그래프를 그리는 작업을 할 때가 있다. 인생그래프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전반적으로 돌아보면서 인상적인 경험을 수치화해서 곡선으로 표현하는 기법이다. 한 번은 과거 오랜 세월 광부로 일하시다 진폐증에 걸리신 어르신을 상담한 적이 있었는데 여태까지 뭐 하고 살았는지 모르겠다면서 무망감과 허무함을 호소하셨다. 인생그래프를 그리면서 행복했던 순간과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리시다가 가난해도 아이들 키울 때가 좋았다고 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셨다.
문득 거울 속에 나이 든 내 모습을 보다가 답답함과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있다. 여태까지 이룬 것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나이만 먹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럴 땐 인생그래프를 그려보자.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면서 긍정적으로 기억하는 것들과 부정적으로 기억하는 사건들을 정리해 보면서 자신을 이해하고 삶 전반을 점검해 볼 수 있다.
가족구성원의 변화, 이사, 입학, 졸업, 건강, 경력 같은 중요한 영역들을 시각화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예측하여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내가 심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고 그 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 나에게 가장 행복했던 경험이나 최고의 순간은 언제였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떠올려보자. 내 삶에 큰 영향을 준 사건이나 계기 등을 점수로 표시해 보는 과정은 인생 전반을 성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변하길 원하는지,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재능을 살려서 더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년 여성을 위한 마음 PT
작성한 인생 그래프를 보며 아래 질문에 대한 답을 작성해 보세요.
긍정적 감정(성취나 행복했던 순간 등)을 느꼈던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3가지를 골라보세요.
①
②
③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3가지를 적어보고 그 순간이 정말 힘들고 어려웠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적어 보세요.
①
②
③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됐던 나의 강점이나 인적자원(친구, 지인 등)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적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