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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찬 Jun 03. 2024

안락사 당일에 구조된 아이

Part 1. 안락사 당일에 구조된 아이


구조자는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한 번도 강아지를 직접 보지 않았지만 “다솜”이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서 입양신청서에 본인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유기견 공고에서 본 강아지는 수컷인데, 구조자는 이를 알고 이름을 지은 것일까?



안녕하세요! 작가(지망생) 알찬입니다.

다솜이라는 사랑스러운 말티즈의 이야기를 브런치에 연재하고자 합니다.

다솜이는 자기주장 뚜렷하고 참 독특한 아이인데, 돌이켜보니 첫만남부터 강렬했었네요 ㅎㅎ

첫 이야기는 다솜이와의 강렬했던 만남을 풀어보았습니다.

오늘 올린 다솜이의 사진은 그다지 귀엽지 않아보일 수 있지만 (^^;)

앞으로 귀여운 모습을 많이 올릴테니 예쁘게 봐주세요 �




"카톡!"


몇 번 대화를 나눈 적 있는 유기견 구조를 하는 분으로부터 사진 한 장이 왔다. 사진 속에는 잔뜩 웅크리고 있는 하얗고 작은 강아지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분홍 털옷. 백내장. 눈곱. 피부질환. 네다리 탈모. 각질. 이빨 하나도 없음. 발톱 긺. 결막염. 양슬개골… 사람 따름.


“ㅇㅇ님, 혹시 임시보호 가능하세요? ㅇㅇ님이 어렵다고 하시면, 이 아이, 내일 안락사돼요.”


2011년생 추정.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필수 보호기간인 2주가 채 지나지 않아 안락사 날짜가 잡혀버렸다고. 연말이라 버려진 강아지들이 많아 다른 임시보호자들도 상황이 어려운데, 보호소에서 급하게 연락이 와서 추가 지원자를 모집할 시간 여유가 없다고. 나 아니면 이 아이가 죽는다고.


흡사 협박과도 같은 부탁을 차마 거절하기 어려웠다. 내가 데려오지 않으면 당장 내일 죽는다는데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겠는가. 보통 유기견 입양과 임시 보호는 까다롭게 심사하여 대상자를 정하곤 한다. 한번 상처받았던 아이들이 다시 학대받거나 유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뭐 하는 사람인지 어디 사는지 정확한 정보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에게 이런 연락이 왔다고 생각하니, 마치 안락사의 칼날이 내 목 끝에 들어온 것 마냥 마음이 급해지면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얼른 결정을 내려버렸다.


갑자기 원래부터 내 안에 대단한 인류애(동물애?)가 있었던 것 마냥 사명감이 꿈틀거렸다. 한편으론, 내심 이 기회에 평소 바랬던 강아지를 키우는 경험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강아지를 싫어하는 엄마에게는 생명을 저버릴 순 없지 않냐며 합리적이고도 감정적인 변명을 생각해냈다. 어쩌면 급하게 큰 결심을 해버린 나 자신에 대한 변명이기도 했다.


구조자는 일을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한 번도 강아지를 직접 보지 않았지만 “다솜”이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서 입양신청서에 본인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유기견 공고에서 본 강아지는 수컷인데, 구조자는 이를 알고 이름을 지은 것일까? 다솜이라는 이름이 공고 속 나이 든 강아지와 어울리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구조자의 인스타그램에는 극적으로 한 마리를 더 구조하게 되었다는 무용담 같은 이야기가 올라왔고 유기견 소식을 안타까워하는 어제의 나와 같은 팔로워들이 칭찬의 댓글을 쏟아냈다. 구조자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녀의’ 강아지들을 무척 사랑한다며, 너희의 견생을 행복하게 해주겠노라는 약속의 글도 잊지 않았다. 나는 차마 아무 댓글도 남기지 못했다. 막상 입양가족을 찾기 전까지 임시 보호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나는 아직 그 아이를 사랑하는지 확신이 없었고, 행복하게 해 줄 준비도 안된 것 같았다.


이튿날 아침, 다솜이라는 이름이 생긴 강아지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첫 스타트는 이동봉사자였다. 구조자가 직접 보호소에 갈 수 없을 때 도움을 주는 이동봉사자는 자차를 이용해 구조 동물을 이동하는 교통편을 제공한다. 이동봉사자는 다솜이를 포함한 6마리의 강아지를 보호소에서 데리고 나왔다. 이동봉사자의 차 트렁크에 차곡차곡 쌓인 케이지들은 이제 양재동의 한 동물병원에 옮겨진다. 케이지에 뒤죽박죽 엉킨 꾀죄죄한 모습의 강아지들은 동물병원 수의사를 만나 생명에 위험이 되는 전염병이 없는지 키트검사를 받는다. 수의사는 구조자가 의뢰한 기본검진만을 진행하고 특이 사항을 메모했다. 검진비는 구조자 이름으로 달아 놓고 기부금을 후원받아 결제하는데, 상당 금액을 할인해주는데도 항상 미납금이 쌓여 있다.


나는 이 구조 시스템에 임시보호자로 참여하게 된 것이다. 임시보호자의 역할은 구조된 강아지가 정식 입양가족을 만날 때까지 케어하며 입양을 빨리 갈 수 있도록 아이의 특징을 파악하여 공유하고, 또 입양가족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는 일이다. 만 하루의 짧은 준비기간이었지만 나름 자료를 찾아서 공부하고 ‘유기견 입양 교과서’라는 책도 샀다. 아직 다솜이라는 강아지가 어떤 아이인지 잘 키울 수 있을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생명을 살리고 좋은 일을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현실은 내 기대와 달랐다.



양재동의 동물병원에서 처음 만난 다솜이. 이때만 해도 아프지 않은 곳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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