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 입체적이라는 것

아- 다채로운 사람들..

by alerce


‘착한 사람’ ‘화를 잘 내는 사람’ ‘덜렁대는 사람’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정의하곤 한다. 나 또한 최근까지도 어떤 사람에 대해 말할 때, 저런 식으로 얘기하곤 했다. 하지만 나의 단순한 정의는 쉽게 엇나가곤 했으므로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사람을 ‘어떻다’라고 정의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은 ‘믿을만한’ 사람이었던 직장 상사가 내 디자인 안을 교묘하게 빼돌려 자기 공으로 돌린 적이 있었다. 나는 그분을 정말 착하고 후배들을 잘 챙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믿고 따랐었다. 하지만 그분은 업무에 있어서는 그리 믿을만한 분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 그 사람을 대하는 것이 혼란스러웠다. 이 사람의 어떤 면이 진짜인 걸까. 마치 그 사람이 나에게 잘해주는 모든 것이 거짓되고 의도된 행동처럼 보였다. 오히려 처음부터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배신감이 크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나에게 친구가 해준 말은 큰 깨달음을 주었다.


친구는 사람은 본디 모두 입체적이니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떤 사람들은 가족에겐 나쁘면서 직장동료들에겐 착하다. 또 어떤 사람들은 옷차림은 깨끗하면서 방은 더러울 수 있다. 업무에선 (비교적) 꼼 꼼 하면서 소지품 챙기는 것에선 덜렁대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러니 타인을 ‘어떠한 사람’이라고 단순히 정의하는 것은 그 사람을 잘 모를 때나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알면 알수록 새로운 면을 보여주는 것이 사람인 것 같다. 그렇다고 다른 면이 거짓된 모습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면 모두 한 사람의 본질인 것이다.


하지만 역시 ‘입체적인 사람’이라는 개념은 머리로는 이해되면서도 막상 실제상황에 닥치면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친구가 되었는데 갑자기 ‘저런’ 사람의 얼굴을 내밀면 누구나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을까? 나는 인간관계에서 일관성이 신뢰를 만들어 내고, 그 신뢰가 단단한 관계를 만든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그 일관성을 깨트리는 사람과는 결국 멀어지곤 했다. 결국 내 멋대로 그 사람에게 ‘어떤’ 사람이라는 기준을 만든 것이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다양한 얼굴을 보이는 사람은 역시 좀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사람이 입체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어느 정도 낯선 면모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편이다.(잘 안되지만) 문득 이렇게나 사람이 다채로운데도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자기 자신도 잘 모를 때가 많은 사람들이 어찌어찌 서로 잘 맞는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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