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익혀가며.
나는 학창 시절에 정말 정말 공부하는 것이 싫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싫음을 억누르고 시험 기간에 몰아서 공부를 했기에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시험이 끝나고 나면 다시 머릿속이 백지가 되었어서 지금 나에겐 남은 지식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어린 나에겐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노래방에 가거나, 하염없이 벤치에 앉아서 수다 떠는 것이 훨씬 행복했다. 어린 나는 이런 행복을 억누르고 공부를 한 것이다. 뭐든지 ‘억지로’하면 안 되는 것 같다. 좋아할 것도 싫어지니 말이다. 나에게 공부를 한다는 것은 과정 자체도 지루하고, 목적도 너무 불분명한 것이었다. 공부를 왜 하는지 부모님이나 선생님한테 물어보면 보통 먹고살려면 공부 잘해야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눈 앞에선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공부와 돈. 이 둘이 무슨 관계인 걸까? 어린 나에겐 와 닿지가 않았다.
이런 나에 비해서 요즘 신입사원들을 보면 정말 뛰어난 것 같다. 공교육 교과 과정도 다르지만, 학원 사교육이라던지 유학이라던지. 어릴 때부터 많이 배운 티가 난다. 영어도 참 잘하고. 나이에 비해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달까. 오히려 나이를 헛으로 먹고 연차로 버티는 어떤 사람들보다 똑똑하고 존경할만한 분들이란 생각이 든다. 그들이 보기에는 나도 나이를 헛먹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분들을 보면 ‘나도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더 배우고 싶다..’라는 생각이 부쩍 든다. 먹고살려고 가 아니다. 그냥 정말 모르는 것들을 알고 싶어서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다.
지금이라고 공부를 아예 못한다는 것은 변명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이 년 전부터 막연하게 유학을 목표로 아침에 틈틈이 영어 공부를 해왔다. 그렇다 보니 독해 파트의 많은 영어 지문을 접하게 되었는데 지문을 읽다 보면 내가 모르는 세상 일이 너무 많았다. 내가 처음 접하는 역사, 문화, 과학적 상식들이 영어를 공부하는 것보다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문득 이런 것들을 밥 먹고 공부만 할 수 있을 때 재밌게, 행복하게 받아들였다면 더 좋았겠다는 후회가 남는다. 물론 학생 때처럼 뭔가 배운다는 것은 지금도 힘들고 지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내가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 느껴질 때면 그렇게 뿌듯하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책에서 말하길, 사람은 앞으로 끊임없이 배워야만 한다고 하더라. 산업화 시대처럼 20대까지 공부를 하고, 30대에 그에 맞는 직업을 가지고, 60대쯤 은퇴해서 노후를 보내는 시대는 끝났다고 한다. 왜냐면 이제는 100세 시대이니까. 비단 먹고사는 문제를 떠나서 남은 여생을 아무런 성장 없이 허비하는 것은 개개인에게도 불행일 것이다. 60대에 은퇴해도 40년이나 더 살아야 한다. 길디 긴 인생..! 나는 적어도 80대까지는 계속 배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오히려 여유롭다. 조급해하지 않고 80대까지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뭔가 익힌다면 언젠가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느긋한 자세를 가져야지. 나에겐 아직 아주 많은 배움의 시간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