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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재 Jun 23. 2022

무심이 실종 사건

[Cloud Mania] 스토리가 있는 구름 감상

[Cloud Mania] 스토리가 있는 구름 감상: 무심한 이별

https://youtu.be/6OULERYegNY

구름 영상 제목: 무심한 이별, 촬영 장소: 포르투갈 알가브


실종


실종이란, '사람이 어디론가 사라져서 찾을 수 없게 되는 것을 가리키며, 비슷한 의미로 '행방불명'이 있다.' 납치, 가출 등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잠적을 해 버린 것과, 재난사고로 생사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골든 타임이 지난 재난사고에서는 실종자라고 하면 사실상 '시신을 아직 수습하지 못했다'를 완곡하게 돌려서 말하는 수준으로 쓰이기도 한다. (나무위키)


친절한 무심씨


(들고양이 무심이의 사연은 이전 글을 참고해 주시라.)

https://brunch.co.kr/@algarve/117

https://brunch.co.kr/@algarve/175


최대 1미터까지 밖에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던 시크한 무심이가 어느 날부터 몹시 친절해졌다. 첫 번째가, 담장 위에 앉아서 기다리던 무심이가 거실 쪽을 바라보며 뒷마당 가운데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무심이가 마당에 와 있는 줄 모르고 생각 없이 나갔을 때, 쪼그려 앉아서 나를 보며 처음 듣는 큰 소리로 여러 번 '야옹야옹'하고 울었다는 것이다. 순전히 나의 뇌피셜이지만, "왜 이렇게 늦게 나왔느냐?"라고 항의하는 것 같았다. 


세 번째는, 비가 오는 날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무심이가, 비가 오는 어느 날에 담장 쪽 자쿠지(Jacuzzi) 위에 비를 맞으며 거실 쪽을 바라보면 앉아 있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특별히 표시나 표현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를 기다리지 않고는 비를 맞으며 쪼그리고 앉아서 거실 쪽을 바라보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보통 짝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에 감동했고, 비를 맞고 앉아 있는 무심이가 무척 불쌍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서로 묵시적인 눈짓을 주고받은 외에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비를 맞지 않는 처마 아래에 먹이 그릇을 채워서 두었더니, 내려와서 먹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어느 날


점심때쯤이나 오후가 되어서야 슬그머니 나타났던 무심이가 오전부터 나타났다. 반가운 나는, '다른 날 보다 오늘 더 배가 고픈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얼른 나가서 밥그릇을 채워 주었다.


무심이는 잠시 먹는 시늉만 하더니 먹지 않고 마당에 퍼질러 누웠다.

  


혹시나 무심이가 불편해할까 봐 뒷마당을 나가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한 번씩 지켜보았다. 얼마 후에 살펴보니 뒷마당에 누워있던 무심이는 올리브 나무 아래로 자리를 옮겨서 졸고 있었다.


"무심이는 오늘 하루 종일 여기서 놀려는 모양이네."


반가운 듯이 아내에게 알려 주었다.


잠시 잊고 있다가 살펴보니, 제법 긴 오후 시간까지 나무 아래에서 이 쪽 저 쪽으로 몸을 뒤척이며 졸던 무심이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짜식이, 갔나 보네."


이상 징후들


뒷마당으로 나갔다. 살펴보니, 밥그릇에 담긴 먹이는 거의 그대로 있었다. 평소에 많이 먹지 않기는 해도 오늘은 거의 먹지 않았다. 


누워서 뒹굴던 올리브 나무 아래로 갔다. 나무 아래 동그란 공간 앞 쪽에 약간 토한 듯한 흔적이 있었다. 고양이가 간혹 먹다가 게워 내기도 하니 그랬나 보다 생각했다. 


나무 아래를 자세히 살펴보니 끝 부분에 적은 양의 고양이 똥이 발견되었다. 이례적이었다. 무심이가 정해놓고 배변을 하는 곳은 담장 밖 레몬 나무 아래다. 그리고, 배변 후에 반드시 흙으로 덮었다. 하지만, 오늘은 한 번도 똥을 눈 적이 없는 장소에 지린듯한 작은 똥이 있었다.


"이상하네."


무심이가 다니는 길목을 따라가니, 담장으로 올라가는 난간 아래에 물이 흐른 흔적과 마르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쨍하게 맑은 날이었고, 그곳은 누가 물을 뿌릴 이유가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궁금해서 고개를 숙여서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동물의 오줌 비슷했다. 동물이라면 무심이를 빼고는 가능성이 없었다. 그런데, 무심이가 마당이나 담장에 오줌을 눈 적이 이전에 한 번도 없었다.


야생 상태의 동물은 본능적으로 천적이 자신을 추적할 수 없도록 구석진 곳에 오줌이나 똥을 누고, 배변 후에 흙으로 덮거나 해서 흔적을 감춘다. 본능에 충실한 무심이도 흔적을 철저히 감추고 없앴다. 그런데, 오늘 오줌을 지리고 갔다.


"그 참, 이상하네."


아내에게 말하지 않았다


동물들을 좋아하는 나와 아이들의 바람과 달리 아내는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것에 완강하게 반대했다.


"왜 싫은데?"
"우리보다 일찍 죽잖아."


무심이가 그날 남긴 이상 징후들에 대해서 아내에게 오랫동안 말하지 않았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조금 먹은 것도 토하고, 누워서 뒹굴다 똥도 지리고, 가다가 오줌도 지리고...'


"쟤는 왜 자꾸 야위어 가는거야?"


무심한 듯이 무심이를 살피는 아내가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었다. 나도 나이를 알 수 없는 무심이의 상태가 은근히 걱정이 되기는 하였다.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사망보다 실종이 더 나을지도


그날 이후로 무심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제법 오래 먹을 수 있게, 큰 봉지로 산 고양이 먹이도 아직 남아 있는데 무심이가 오지 않았다.


"무심이가 우리한테 인사하고 갔어."


오랫동안 무심이가 나타나지 않자, 예외적으로 긴 시간을 뒷마당에서 보내고 간 그 하루를 떠올리며 아내가 말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고양이 먹이는 보관하고 있을 거야."


나는 아내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실종보다 사망이 더 나을 수도


그날 이후로 무심이는 오지 않았다. 무심이가 잠시 잠시 있었던 뒷마당의 빈 공간들을 바라보며 나는 혼잣말을 했다.


"그날이 마지막 날이었다면, 잘 가라는 인사라도 했을 텐데."


"그날 무심이가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있어라고 뒷마당에 나가지 않았는데, 혹시나 마지막임을 본능적으로 느낀 무심이는 하루 종일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한번 더 보려고."
 "마지막 인사라도 하려고."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무심이가 불쑥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한다. 무심이가 있었던 자리를 쳐다보다가 무심이의 이미지가 겹쳐서 실제처럼 보여서 놀랄 때도 있다. 창밖을 볼 때마다 혹시 무심이가 와 있는지 습관처럼 뒷마당 이 곳 저 곳을 살펴보게 된다. 이제는 뒷마당을 보면 무심이 생각 밖에 안 난다. 같이 살던 가족이 세상을 떠난 뒤에 이사를 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사망과 실종, 그 슬픔의 무게


실종자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실종이 사망보다 더 견디기 힘든 고문이 된다고 한다. 죽었다면 차라리 가슴에 묻고 단념할 수도 있겠지만, 실종은 살아서 올 수도 있으니 단념할 수가 없다. 실제로 가족이 사망한 경우보다 실종된 경우가 정신적인 고통이 더 크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한다.


'죽음의 5단계'는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의 단계를 거치는데, 사망의 경우에는 마지막 단계인 수용의 단계에 도달하면 체념과 현실 적응의 과정을 거칠 수 있지만, 실종의 경우에는 계속 '우울'의 상태에 머물러 있게 된다고 한다.


슬픈 


겨우 5개월 동안의 짧은 만남이고, 한 번도 가까이에서 쓰다듬지도 못한 길고양이가 떠났음에도 마음이 이렇게 심란한데,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싶다.


'일찍 죽는 슬픔이 싫어서 반려 동물을 키우고 싶지 않다'는 아내의 마음속 응어리에 슬프게 공감한다.


https://brunch.co.kr/@algarve/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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