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이안 Feb 13. 2024

일상을 살아낸다는 것

어떤 단상

잘 지내, 나는.

이국의 랜드마크가 프린트된 텀블러를 손에 쥐고

환승역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


이 길의 끝은 어떤 진심과 이어질까.

내가 쥔 것은 진짜가 아니야.

실제는 멀리 있어, 너만큼.


사실 난 헛헛해.

그동안 진심을 찾아 헤맸는데

수중에 쥔 것은 랜드마크가 프린트된 텀블러 그뿐이야.


어떤 진심은 손 끝에 닿지 않아.

어떤 진심은 서로 엇갈리고,

곁에서 서성대다 멀어지는 거야. 그리곤 절대 돌아오지 않아.


일상을 살아낸다는 건

언젠가 마음을 사로잡은 그 초승달을 벽에 붙여 놓고

오래 들여다보는 것


일상을 살아낸다는 건

좋아하는 영상을 반복해서 들여다보는 것


일상을 살아낸다는 건

까닭 없이 시 구절을 외우는 것


일상을 살아낸다는 건

고르지 못한 치열 같은 보도블록이 깔린 오솔길을 걸으며

나무에게 말을 건네는 것


일상을 살아낸다는 건

좋아하는 케이크 집에서 주인아저씨가 흰 모자를 쓰고 케이크 굽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일상을 살아낸다는 건

강아지를 품에 안는 것

온기를 느끼는 것


일상을 살아낸다는 건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

슬며시 번진 상대의 웃음을 마주하는 것


나는 너를 또 볼 수 있을까.









이전 06화 편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