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51 - 저도 사진보단 커피가 좋아요
2010년대 중후반쯤부터였던가.
코로나 시대 이전에는 하루나 이틀 휴가 내고 일본 정도는 가볍게 휭~ 여행 갈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저가항공사의 황금기 시절이어서 티켓도 잘 고르면 왕복으로 12만 원 내외이던, 말 그대로 여행이 황금기이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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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이라 가지고 가는 짐도 별 것 없다. 가볍다.
그냥 아침에 회사 출근하듯이 비슷하게 적당히 일어나서 공항으로 향한다.
체크인을 하고 게이트 근처의 벤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멍-때린다.
오전 10시쯤 비행기를 타면~ 도쿄에는 대충 12시 도착.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쿄 중심부로 이동하면 또 대충 오후 1시 반이다.
점심으로 돈까스 정식을 먹고 숙소로 슬슬 걸어가면 체크인 시간이랑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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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던져두고 카메라 하나만 들고 나온다.
날씨가 화창하니까 기분이 좋다.
도쿄는 정말 하늘이 맑다.
매번 올 때마다 느끼지만 확실히 도쿄 만의 색감이 있다.
나름대로 표현해보자면
'초록색 베이스의 싱그러운 청량함-!'
후지 필름이 초록색 베이스인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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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 뭐하지~"로부터 시작한 하루인 만큼 아무런 계획도 없다.
(음 저녁에 시원한 생맥주를 아주 꿀떡꿀떡 마시자! 정도. 하하.)
그냥 여유롭게 동네 주민처럼~ 느낌 오는 골목으로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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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드디어 잡지에서나 나올 것 같은 카페가 불쑥 나타났다.
아이스 라테 하나를 시키고 창가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을 한다.
카페 안은 시끌시끌하지만 모르는 언어라서 그런지 머릿속은 오히려 조용하다.
(이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해외여행의 매력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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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열심히 사진을 찍다가 어떤 영어 문장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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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옆에서 직원 둘이 하는 대화가 들려온다.
A: "저 사람은 커피보다 사진 찍는 게 더 좋은가 보네..ㅋ"
B: "그러게 말이야 ㅋㅋ"
처음에 영어로 주문했더니 일본어를 쌩으로 못하는 줄 알았나 보다.
(요것도 내가 좋아하는 해외여행의 매력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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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문구가 어떤 의미인지는 정말 정확히 공감한다.
옛날에 카페에서 일할 때, 내가 만든 라테아트를 손님들이 이쁘다며 찰칵찰칵 찍어줄 때 물론 기뻤다.
하지만 신기한 게..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맨날 보다 보면 시큰둥하게 변하더라.
가끔은 지나치게 찰칵찰칵 찍는 사람들을 볼 때면 사진 찍기 위해 커피를 시키는구나 생각하게 되고 위 문구처럼 저렇게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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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를 나가면서 넌지시 한마디..
"보꾸모 샤신 요리 코히가 쓰키데쓰가, 이마 키지오 카이떼마쓰!
(저도 사진보다 커피가 좋아요! 지금은 기사를 쓰고 있어요~)"
하지는 않았고 상상만 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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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냥 이렇게 이야깃거리를 만나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히 럭키 데이였다.
@ 그때 '고개를 돌려서 눈을 쪽-! 크게 치켜뜬 후, 개콘 오랑캐의 "아니 어떻게 알았지?!?!?!?!?!?!"를 일본어로 말했으면 어땠을까~하고 가끔 상상합니다. 그랬으면 무척 재밌는 추억이 되었을 텐데 =)
초록색은 문화나 나라에 크게 상관없이 사람들 대다수가 좋아하는 색이다. 그리고 초록색은 밝고 긍정적이며 생명력과 성장을 연상시킨다. 그래서 후지필름은 브랜드 대표 컬러로 초록색을 사용하고 있다. 필름도 녹색과 청색 톤이 강한데, 싱그럽고 맑은 색감으로 표현하고 싶을 땐 후지필름 계열의 필름을 사용해보자.
각 필름 브랜드의 대표 색을 알아두는 것도 필름 사진을 찍을 때 좋은 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