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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신 케이 Aug 25. 2020

혹시 불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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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25 - 혹시 불 있어요?


Kodak Daylight kodak 800 / Nippori, Tokyo, Japan - Mar

    

길을 가다가 보면 땅바닥, 하늘, 건물벽에서 어쩐지 눈코입이 보일 때가 있다.

단지 눈코입만 보이는 게 아니라 어떤 표정을 보게 된다. 

어떨 때는 정-말 활짝 웃어주고 있고, 어떨 때는 엄청 슬픈 표정을 하고 있고, 어떨 때는 심술이 나있는데 

거의 대부분 웃는 표정이어서 나는 이 녀석들을 통칭 '스마일맨'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렇게 우연히 스마일맨을 만난 날은 '럭키데이~ 오늘 좋은 일이 있으려나~' 하면서 소소한 상상을 한다.

이를테면, '어떤 카페에서 오늘은 왠지 늘상 퍼마시는 아이스커피 말고, 에스프레소가 마시고 싶어 주문을 하니, 이럴 수가-! 해당 커피 브랜드의 10000번째 에스프레소 주문 손님으로 당첨되어 5000만 원 상당의 에스프레소 머신과 이탈리아 여행권 두둥!'

같은 밑도 끝도 없는 식이다. 그래도 뭐 땅바닥 보면서 걸어가다가 피식할 수 있었으면 나름 즐겁고 괜찮다고 생각한다.


비가 투둑- 투둑- 내리는 날의 스마일맨은 비 맞으면서도 웃는 표정을 하고 있어 왠지 애잔하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쓰레기통 뚜껑을 열었는데, 스마일맨이 짠-하고 웃고 있으면 아이고 왠지 쓸쓸하다. 

그리고 아주 무서운 표정으로 "혹시 불 있어요?" 하며 담뱃불을 빌리는 스마일맨도 만난 적이 있다.

아주아주 무서운 척하지만 사실은 너무 귀여운 게 마치 담뱃불 빌리는 어린 학생을 보는 것 같다.  

담배 피우면 키 안 큰다고 잘 타일러서 하수구 구멍으로 담배꽁초를 밀어 넣는다.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살면서 꽤나 다양한 스마일맨들을 만나왔다. 대체로 비슷하긴 해도 인상이 깊어 특별히 기억에 남아 있는 녀석은 작은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살면서 만나는 소소하고 재밌는 순간이다. 


너무 땅바닥만 보고 다니는 것 같군요. 음- 하하.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기 전에 우리는 지금의 장면을 어떻게 찍을까 생각을 한다. 특히 필름 카메라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새삼스럽지만, 생각은 머릿속에서 하는 것이고 머릿속에서만은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 물론 결국에 뷰파인더에 보이는 그대로가 사진에 담길 장면이긴 하지만, 찍을 장면의 90도, 180도 회전 이미지, 좌우 반전 이미지 등을 찍기 전에 먼저 한번 상상을 해보자. 그러면 추후 보정의 방향도 빠르게 잡힐뿐더러 새로운 프레임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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